손님이 셀프로 만드는 메밀전이 꽤나 별미였던 파주 적성면 봉평막국수
요즘 날이 워낙 더우니까 시원한 음식을 찾게 된다. 사실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안되는 체질을 가졌다. 날이 더워도 배를 만져보면 배가 차더라. 근데 또 언제는 배가 시원하겠지 이러면서 만져보면 따뜻할 때가 있다. 이게 꼭 속이 안 좋은 상태에서만 배가 시원한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도 속이 차가운 편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차가운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한다. 근데 요즘은 날이 워낙 더우니까 참기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 오히려 더위를 먹은 것 같은 상태가 몸에 기운도 없고 안 좋은 것 같아 일부러 차가운 음식을 찾을 때가 있다. 오히려 속은 힘들지 몰라도 몸 전체적으로는 그게 도움이 될 것 같달까. 올해는 유독 더위에 몸이 많이 취약해졌다.
이날도 그랬다. 뭔가 시원한 것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 가기 전에 친구랑 쭈꾸미였나. 아무튼 자기가 아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거길 가려고 했다. 그러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갑자기 시원한 면 요리가 먹고 싶었다. 그 매콤한 가게 가자고 일주일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결국 도착 30분 전에 장소를 바꾸게 되었다. 이 친구도 나름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기 파주 적성면에 위치한 봉평막국수 가게에 오게 되었다. 매장이 꽤나 크게 되어있었고 주차는 바로 앞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시간이 좀 어정쩡했다. 나름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늦어졌다. 오는데 차가 살짝 막히기도 했고. 그래서 피크타임이 조금 지난 상태에 입장했는데 매장 안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복잡할 정도는 아니어서 후다닥 메뉴를 고른 뒤에 주문을 했다.
난 비빔, 친구는 물. 비빔의 경우에도 육수를 따로 준다고 하셔서 미련 없이 비빔을 주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오기 전에 메뉴판을 봤었는데 수육 같은 것이 따로 없었다. 개인적으로 막국수 라인은 수육이랑 먹을 때 진짜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가게에 들어오니 메뉴판에 수육이 적혀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혼잣말로 '어 이제 수육 시작했나 보다' 이런 말을 했었는데, 서버분께서 음식을 주시다가 원래 수육을 했었다고 말씀 주시더라. 내가 본 메뉴판에 수육이 안 적혀있었나 보다. 그래서 친구랑 수육을 먹을까 하다가 여기서 먹자마자 바로 카페를 가기로 한 것이 생각났다. 카페도 그냥 음료를 마시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디저트를 먹기로 했었기 때문에 적당히 먹어야 했다. 그래도 면만 먹기는 아쉬우니까 수육은 패스하고 이렇게 만두를 시켜서 같이 먹었다.
20년 경력 주방장이 직접 뽑은 면발로 만들어지는 시원한 메밀 막국수, 여기 나름 이색적인 재미가 있었다. 친구도 나도 여길 처음 왔기에 뭐 아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그냥 적당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근데 자리에 들어온 손님들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반찬 셀프통 쪽으로 향했다. 거기서 버너를 켜서 뭘 만드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벽을 봐보니 메밀전이 셀프로 제공되고 있었다. 그래서 저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우리도 먹자고 했다. 그래서 옆에서 구경을 하면서 어떻게 만드시는지 살펴봤다. 기름 대충 두른 다음에 반죽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걸 부어주면 끝이었다. 그리고 이게 두께가 얇은 것도 있는데, 원래 이렇게 먹는 것인지 생각보다 많이 안 구우시더라. 겉면만 노릇노릇해지면 그냥 가져가서 드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똑같이 따라 만들었다. 근데 우리가 운이 좋았다. 통 안에 반죽이 거의 다 떨어져 있었다. 우리가 거의 다 담고 정말 얼마 안 남았다. 근데 그래도 여기 가게가 당연히 추가로 제공하겠지 싶었다. 근데 우리 다음에 이걸 만드려는 손님이 반죽이 다 떨어졌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오늘 손님들이 많아서 다 떨어졌나 보다 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알고 보니 반죽은 하루 제공되는 양이 있어 보였다. 우리가 운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음 손님들은 다 메밀전을 만들어 드실 수 없었다. 저게 힘든가? 아무튼 그냥 이렇게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와서 맛있게 잘 먹었다. 만두에 찍어 먹으려고 나온 간장에 콕콕 찍어서 먹으니 진짜 맛있더라. 직접 만든 것이다 보니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게 모든 메뉴가 나왔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사실 메밀 막국수 자체가 냉면처럼 막 시원하고 그런 느낌은 아니다. 비쥬얼을 보면 아시겠지만 물 막국수 역시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 베이스로 투명하다. 살얼음이 조금 있긴 했는데 그렇다고 냉면 급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더울 때,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이 메밀 막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이유는 바로 해당 재료가 가지고 있는 성질 때문일 것이다. 정확한 사실은 아닌데 메밀 자체가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먹으면 시원한 것이라고. 나도 이상하게 생각이 나더라. 냉면은 생각이 안 나도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나름 파주 적성면에 위치한 맛집 봉평막국수에 와서 먹고 싶었던 메뉴를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괜히 먹고 싶은 메뉴가 생각날 때 어중간한 곳을 가서 먹고 싶진 않다. 기다렸던 만큼 뭔가 제대로 먹고 싶달까.
그렇게 비빔 막국수도 한입 먹고 만두도 한입하고 메밀전도 뜯어가면서 열심히 식사를 즐겼다. 육수도 중간중간 한 모금씩 마셔주었다. 감칠맛이 정말 최고였다. 사이다가 따로 필요 없더라. 뭔가 동치미 느낌이랄까? 그리고 분명히 먹다 보면 자극적인 맛들이 있는데 하나하나 음미해보면 건강한 맛이다. 사실 건강하게 느껴지면서 맛있기가 굉장히 힘든데 여긴 그런 부분을 잡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면발 자체가 20년 경력 주방장님이 그날그날 직접 뽑으신다고 하니까 그 탱탱함은 말할 것도 없겠다. 면발은 뭐 소스고 모고 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식감이 제일 중요하다. 축 늘어진 면발이 아니라 탱탱하고 쫄깃쫄깃함이 살아있어야 한다. 근데 여기가 그런 탱탱함은 확실히 잡아주고 있었다. 맛있더라. 입 안에서 먹는 재미도 있고.
만두 속은 이렇게 꽉 차 있었다. 크기도 작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둘이 와서 이렇게 면 요리 하나씩 주문하고 만두 사이드로 주문해서 먹으면 딱 좋겠다. 솔직히 여기서 만두 대신에 수육을 먹어도 좋겠고. 근데 수육 자체는 확실히 가격이 있으니까 가성비 있게 즐기고 싶으면 이 구성이 맞겠다. 친구도 여기 처음 왔는데 왠지 여름에 오면 원래 가려던 주꾸미집보다 여길 더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하더라. 나도 꽤나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 먹고 싶었던 것을 맛있게 먹을 때 만족도가 꽤 올라가는 것 같다. 물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 그런 경우도 있긴 한데 여기 파주 적성면 봉평막국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신나게 먹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무더운 날씨에 커피 한잔과 달달한 디저트가 절실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던 메밀 막국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