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김치 2종이 같이 나오는, 여름 한정 특별 판매 콩국수 먹고 왔어요
주어진 휴가를 잘 못 쓰고 있다. 못 쓰고 있다는 의미는 이미 한 번 잘 못 썼고, 현재 시점에서도 그렇다는 의미다. 오히려 일 다니고 평일에 운동 가고 그럴 땐 괜찮다가 이렇게 쉴 때 몰려오는구나. 지금은 몸 상태는 괜찮은데 몸에 피곤함이 드러나버렸다. 외형적으로 티가 나니까 좀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워하고 있다. 저번에는 몸이 안 좋더니. 아무튼 이날도 오랜만에 혼자 산책을 즐긴 날이었다. 원래라면 집에 가야 하는데 뭔가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목적지가 아닌 다른 지하철 역에 내려서 환승을 하고 여기 근처까지 온 다음에 천천히 발걸음이 향하는 곳으로 그냥 걸었다. 개인적으로 막 핫 스팟보다는 거기까지 찾아가는 그런 골목길들의 매력을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오늘 소개하는 이곳 역시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고, 메인 거리에 위치한 곳이긴 한데 여길 오기 전까지는 골목골목을 잘 구경했다. 오히려 그런 곳들에 사람도 많이 없고 고양이들도 알아서 잘 쉬고 있고 그런 조용한 감성이 좋더라. 그리고 그런 곳을 다닐 때 뭔가 힐링이 된 기분이다. 오히려 에어팟도 빼고 그런 자연의 소리(?) 같은 것을 들으면서 걸었던 것 같다.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괜히 이래저래 의식도 하고 피하기도 해야하고 그래서 좀 온전히 못 즐겨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저녁으로 뭘 먹을까 싶었다. 사실 이날 피자가 좀 땡겼다. 근데 지나가다 괜찮은 피자집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판을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 텐데 괜히 남기고 오기가 싫었다. 그러다 떡꼬치 가게를 발견해서 혼자 하나 먹으면서 고민을 했다. 일단 그렇게 배고픔을 황급하게나마 불을 끄니 다시 시야가 좀 트였다.
솔직히 근데 가고 싶은 가게들 많더라. 근데 혼자 가기엔 좀 불편해 보이는 그런 가게들이었다. 오히려 검색하면 잘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걸어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하는 게 다음에 갈만한 곳을 찾기 좋아 보였다. 왜냐하면 요즘은 노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정말 발품 팔아 찾는 곳이 숨겨진 진짜 맛집일 수 있다. 성장기에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좋았는데 성숙기에는 오히려 다시 그 이전의 행동을 통해 진짜 맛집을 찾을 수 있다는 좀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달까. 이 표현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가 요즘 드는 생각은 저런 것이다. 아무튼 나의 혼자 서울 구경 후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하고, 오늘 소개할 곳은 2001년 오픈하여 아직까지 그 자리에서 사랑받고 있는 황생가 칼국수라는 곳이다. 여기 역시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렇게 유명한 곳인지 몰랐다.
근데 난 메인인 칼국수가 아니라 콩국수가 먹고 싶어서 이 가게를 들어왔다. 근데 알고 보니 여기 만두를 직접 빚는 곳이라고 해서, 그걸 알았으면 만두를 먹을걸 그랬다. 사실 요즘 군만두든 찐만두든 만두를 시제품이 아닌 직접 만드는 가게를 가고 싶었는데 막상 그런 가게를 가서 다른 메뉴를 먹고 왔으니 뭐 할 말이 없겠다. 포스팅하기 전에 좀 찾아보면서 알았다. 여기가 콩국수 전문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관련성이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들어와 봤다. 사실 요즘 콩국수 한번 먹어야지 먹어야지 했는데 가격이 좀 있어서 그냥 지나가다 아무 곳에서나 먹고 싶진 않았다. 참았던 만큼 제대로 먹고 싶었다. 그래서 이날 이렇게 여길 와봤다. 앞서 떡꼬치로 허기를 좀 달래주어서 밥보단 면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가 주문 후 조리가 들어가는 시스템은 아닌 것 같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매장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져 있었고, 처음엔 2층으로 안내를 받았었는데 거긴 더워서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어차피 금방 먹고 나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눈치를 보진 않았다. 그렇게 무심한 김치 2종이 같이 나오는, 여름 한정 특별 판매 콩국수 메뉴가 나왔다. 방울 토마토 하나가 괜히 시각적인 만족도를 올려주는 것 같다.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닌데 그냥 뭔가 완성된 느낌이랄까. 사진을 찍을 때 포인트도 살고. 저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때론 큰 마법을 일으키기도 해서 정말 세심하게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물론 추진할 때는 과감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세심한건 좀 이제 익숙해진 것 같아 후자를 배워야 하는데 그래도 나름 노력하고 있다.
테이블마다 소금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처음엔 본연 그 자체로 즐겨보고 싶었다. 일단 처음에 면을 콩국물과 섞어주는데, 면발 색이 특이했다. 그냥 하얀 면발이 아니었고 초록색이라고 해야하나. 진한 녹차 색 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런 희소성 때문인지 괜히 잘 찾아왔다는 생각과 함께 맛있을 것으로 예측을 했다.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열심히 면을 먹고 김치도 따로 먹고 콩국물도 따로 먹고 하면서 열심히 즐겼다. 처음부터 아예 소금을 안 넣을 생각은 아니었고 반쯤 먹다가 변화구로 넣어줄 생각이었다. 사실 설탕을 넣고 싶었는데 테이블엔 설탕이 없더라. 뭐 달라고 하면 주시겠지만 여기 스타일은 소금이니까 소금만 두신 것 같아 오리지널 그대로 즐겨보고자 했다. 기대를 하고 먹으면 실망이 큰 법인데 이날 벼르고 있다가 먹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만족한 것을 보면 잘 찾아온 것이 맞겠다.
2001년 오픈하여 아직까지 그 자리에서 사랑받고 있는 황생가 칼국수. 조용한 분위기에서 너무 맛있게 즐기고 있었다. 아마 혼자 온 것이 아니라 다른 일행과 왔다면 만두도 먹어봤을텐데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근데 혼자 다니면 뭐 어쩔 수 없지. 대식가도 아니고. 그래도 이렇게 김치와 함께 먹으니 나름 간도 맞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김치가 감칠맛을 살려주더라. 백김치보다는 개인적으로 이 고춧가루가 있는 김치가 조금 더 맞았다. 적당히 너무 담백하고 건강한 맛을 깨준달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금을 넣어서 먹은 뒤로 오히려 좀 아쉬웠다. 처음 본연 그 자체가 담백함도 살아있고 더 맛있더라. 소금을 좋아하는 편인데 오히려 소금을 넣은 뒤에 만족도가 떨어진 경우는 꽤나 생소한데 여기서 그랬다. 그래서 굳이 이런저런 조미료를 넣지 않고 본연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좋아 보인다. 먹고 싶었던 콩국수, 오랜만에 전통 있는 맛집에서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