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칼국수 메뉴 하나로 한 동네에서 몇십년 넘게 장사 중인 강서손칼국수

디프_ 2023. 7. 16. 22:37
시즌에 따라 콩국수도 판매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칼국수 하나로 인정받은 동네 노포 맛집

 

뭐든 오래 되면 바꿔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저번부터 기미가 보이긴 했는데 멀쩡히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던 키보드가 고장이 난 것 같다. 타자 하나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눌리더라. 딱히 뭐 고장 날 행동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5년 넘게 사용했으니, 매일매일 블로그를 작성했으니 그냥 자기의 수명이 다한 느낌이다. 외관은 멀쩡한데. 그래서 지금 임시방편으로 무선 키보드를 사용 중이긴 한데 타자가 워낙 작아서 자꾸 오타가 난다. 그래서 오타가 발생해도 오늘은 좀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아무튼 오늘은 오랜만에 동네 맛집 포스팅을 해보고자 한다. 여기 어릴 때부터 종종 가던 곳이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안 간 곳이라 보면 되겠다. 딱히 이쪽에서 식사를 할 이유가 없기도 했고 뭔가 다른 가게를 가게 되더라. 그렇게 기억 속에 있는 추억의 맛집 같은 그런 곳이다.

 

원래 이날도 딱히 갈 생각이 없었다. 근데 뭔가 계약을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렸는데 식사 시간이라고 해서 1시간 뒤에 와줄 수 있냐고 하셨다. 그래서 그동안 할 일들이 있어서 카페도 좀 들리고 맡길 것도 좀 맡기고 그러려 했다. 근데 그렇게 다 해도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그냥 어차피 1~2시간 뒤에 점심을 먹을 테니 식사나 하자 했다. 원래 눈앞에 롯데리아가 보여서 거길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평소에 못 먹던 것이 먹고 싶었다. 그렇게 디저트 느낌으로 빵 맛집이나 가자 싶어서 갔는데, 거기에 또 피자가 보였다. 그 피자를 보니 제대로 된 식사가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지나오다가 곁눈질로 봤던 여기 칼국수 메뉴 하나로 한 동네에서 몇십년 넘게 장사 중인 강서손칼국수 가게가 생각이 났고, 고민 없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만약 여기 아니었으면 피자 가게를 갔을 것 같다.

 

여긴 뭐 딴 것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원수대로 '칼국수 하나요~' 이러면서 메뉴를 내어주신다. 근데 곱빼기도 있어서인지 꼭 한 번은 체크를 하시는 것 같다. 사실 곱빼기가 있는 줄 몰랐는데 내가 식사를 하는 도중에 단골처럼 보이시는 한 일행이 들어오더니 그중 남성분이 곱빼기를 주문하셨다. 그리고 여기 시즌에 맞춰 콩국수도 하는 것 같다. 그분들이 콩국수를 먹으러 오셨는데 안한다고 하셔서 칼국수로 변경하시더라. 근데 하루 이틀 온 느낌은 아니고 몇 년 동안 꾸준히 찾으시는 손님들 같았다. 바뀌는 흐름도 알고 크게 뭘 먹든 개의치 않으시더라. 아무튼 그렇게 난 칼국수 하나를 받았고 그전에 김치들로 입가심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 가게를 온 것 같다. 마지막에 온 경험이 거의 십 년도 더 된 느낌이다. 근데 막연하게 하나도 안 바뀌고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국수 메뉴 하나로 한 동네에서 몇십년 넘게 장사 중인 강서손칼국수. 처음엔 양념이나 다진 양념 같은 것 하나도 넣지 않고 오리지널 그대로 즐겼다. 간이 담백하고 삼삼하니 딱 맞았다. 무엇보다 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청양고추만 좀 넣어줬었는데 얼큰하니 괜찮았다. 그리고 이게 가격이 8천 원인데 양은 진짜 과할 정도로 많았다. 솔직히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칼국수가 이 가격이면 저렴하긴 하겠다. 9천 원이나 만원 받는 곳도 많으니. 여기도 예전에 비해 많이 오르긴 했겠지만 그래도 아직 저렴한 편에 속한다 생각한다. 가격 자체가 저렴하진 않더라도 양이나 기타 구성을 고려하면 말이다. 이럴 때는 가성비 괜찮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아무튼 먹으면서 계속 든 생각이 가성비 괜찮다는 것이었다. 일단 내 기준 이 면과 국물을 다 먹으면 배가 부르지 않을 수가 없겠다 싶다. 근데 여기서 잘 먹는 사람의 경우 공깃밥 하나 시켜서 말아먹으면 딱 맞겠다.

 

개인적으로 면만 먹어도 충분해서 그렇게 하진 않았는데 또 이 국물 베이스에 흰 쌀밥을 말아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 먹는 것도 추천드려 본다. 바로 맞은편에 건장한 성인 남성 두 분이 계셨는데 국물에 밥까지 싹 다 마시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가시더라. 사장님께서 다 나가고 하시는 말이 김치까지 싹 다 잘 먹고 나갔다고 뭔가 뿌듯해하셨다. 여기 은근 김치도 별미다. 워낙에 수요가 많다 보니 김치가 묵은지 느낌보단 겉절이에서 더 익은 느낌이 나긴 하는데 그냥 아삭아삭하니 식감 살아있고 맛있더라. 간 자체가 짭조름하긴 해도 그렇게 센 편은 아니었는데 적당히 이 담백한 칼국수와 잘 어울렸다. 여긴 이 장소에서 꽤나 오래 장사를 했었는데 이렇게 단골손님들도 계속 오고 살아남은 것을 보면 정말 강서구 동네 노포 맛집은 맞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배가 찬 것 같아 맛에 변화구를 줘봤다. 남아있던 청양고추도 다 털어 넣고 양념장도 다 넣은 다음에 풀어줬다. 면발이 많이 남아 뭐 먹긴 먹었나 싶으실 수 있는데 그만큼 여기 양이 많다는 것이다. 저 한 그릇에 면이 가득 차있다. 물론 이날 허기진 상태가 아니라 화끈하게 못 먹긴 했는데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양이 많은 편이다. 그렇게 김치와 함께 시뻘건 국물과 면발을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전이 담백 베이스였다면 얼큰하게 변했다. 근데 개인적인 입맛 기준으로는 담백한 게 더 맞았다. 뭔가 요즘은 자극적인 것을 더 잘 못 먹겠다.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둘째치고 입맛 자체가 뭔가 그 담백함을 더 잘 즐기게 되더라. 그래서 요즘은 커피도 달달한 베이스보다는 고소한 라떼 계열을 주로 마신다. 아무튼 이렇게 칼국수 메뉴 하나로 한 동네에서 몇십년 넘게 장사 중인 강서손칼국수 포스팅을 해봤는데, 여기 주차도 복잡한 것 같고 멀리서 찾아오긴 좀 힘드시겠다. 그래도 이 동네에 들리실 일 있으면 추억의 맛집을 경험 삼아 들려보시는 것도 좋겠다 싶다. 오랜만에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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