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직전까지 다 구워주시고, 가봤던 장어 가게 중에 제일 맛있는 연남동 풍천장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장어집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방문했다. 사실 그전에도 오고 싶었는데 올 수 있는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 오기엔 뭐 하고. 그렇게 가야지 가야지만 하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이렇게 다녀오게 되었다. 근데 그 짧은 기간 안에 여기 정말 많이 변했더라. 막상 짧은 기간도 아닌가. 한 6개월 만에 오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변했다. 근데 그 변했다는 것이 여기 가게가 변했다거나 맛이 달라졌다거나 구성이 달라졌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방문 고객이 달라졌다. 원래 이 가게의 경우 처음 올 때부터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대부분이 아니라 거의 100%. 그리고 여기도 나름 맛집이라 소문이 나긴 했는데 멀리서 찾아오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었고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가게였다.
근데 이번에 방문해보니까 열명이 있다고 하면 한국인은 1~2명이었고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방문 손님층이 달라졌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어느 유튜버가 와서 여길 소개해줬는데 그 뒤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했다. 내심 아쉬웠다. 뭐 여기 애초에 웨이팅이 있는 가게이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단 기다려야 했고,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몰려오다 보니 여기만의 분위기가 조금 사라졌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는데 맛이나 다른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니 여기를 다시 오지 않을 이유까지는 아니었다. 근데 참 이런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나만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런 것을 보면 운도 적당히 필요한 것 같다. 그것도 노력 안에 포함되는 범주인가. 아무튼 뭐 난 그런 것은 잠깐 신기했고 먹고 싶었던 것을 오랜만에 먹는다는 것 자체에 기뻤다.
100% 참숯 위에서도 너무 싱싱해 심장이 뛰는 풍천장어 맛집. 여기에 오면 기본 2마리를 주문하면 되겠다. 처음부터 1마리 주문은 안되고 그 뒤에 추가 주문은 가능하다. 근데 여기 매번 올 때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끼는 것인데, 처음에 두마리를 금방 해치우게 된다. 한 점씩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근데 거기서 추가로 한 마리를 시키면 그때부터 배가 차기 시작한다. 장어 자체가 고단백이고 열량도 높아서 은근 포만감이 오른다. 그래서 그 한 마리는 조금 남기거나 아니면 배가 불러서 억지까진 아니어도 그래도 남기지 않으려고 먹게 되는 그런 포인트가 있다. 물론 수다도 실컷 떨면서 분위기를 즐기면 그 자체도 괜찮긴 한데 나처럼 스피디하게 먹고 자리를 옮기는 스타일에게는 조금 포만감이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딱 두 마리까지만 먹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리고 가격 자체가 둘이 와서 세마리를 먹기엔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진짜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는 기준이라면 먹어볼 만 하지만 배부른 상태에서 먹기에는 차라리 2차로 다른 곳을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미 즐길 만큼 즐겼으니 말이다. 근데 아마 1~2번 방문째에는 어쩔 수 없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으실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맛있기 때문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주문하게 되기 때문에.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랑 같이 온 사람들도 다 동의를 해서 주문했던 것이니. 아무튼 그렇게 주문을 하고 밑반찬이 세팅이 되고 같이 나온 국을 한입씩 떠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00% 참숯이 테이블에 놓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주문한 장어가 나왔다. 사실 여기 내부 자체가 굉장히 덥다. 여름에 아무리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도 조금 더울 수밖에 없겠다. 그 이유는 대충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일단 이 참숯 화력 자체가 굉장히 세다. 이게 그냥 센게 아니라 정말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그 주변 자체가 뜨거워진다. 대부분 고개를 내밀어야 뜨거워지는데 여긴 그냥 앉아있어도 그 열기가 느껴진다. 그만큼 화력이 센데, 또 그 화력 덕분에 장어가 촉촉함을 머금은 채 바짝 바로 구워진다. 그래서 뜨거운 만큼 빠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두 번째로는 메뉴 자체가 힘이 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술을 드시니까 어느 정도 열이 올라오겠다. 그리고 매장 내부 자체가 테이블이 조금 다닥다닥 붙어있는 편이다. 2층도 있다고 하는데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은 없다. 근데 1층은 좀 좁은 편이다.
가봤던 장어 맛집 중에 제일 맛있었던 연남동 풍천장어. 이 가게의 경우 처음부터 먹기 직전까지 다 구워주신다. 근데 애초에 이 화력은 불 조절을 워낙 잘해야 해서 손님이 구울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타이밍에 맞게 적절히 뒤집어가며 뭔지 모를 하얀 가루를 뿌려주시면서 야무지게 구워주신다. 그리고 다 구워지면 가쪽에 장어탑을 쌓아주시는데 우리는 그러면 그때 마음 편하게 한 점씩 먹으면 되겠다. 그리고 대부분 이 화력이면 통통한 장어가 조금 수축될만한데 여긴 구워지면 구워질수록 더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근데 그게 텅 빈 느낌이 아니고 한입 물면 정말 입안 가득 살이 꽉 차는 기분이다. 그만큼 담백하고 부드럽다.
이렇게 노릇노릇해진 상태가 되면 먹어주면 된다. 뭐 양념소스나 그런 것을 바른 것 아니고 순수 장어 자체만 구워서 이런 비쥬얼이 나온다. 그리고 처음에 생인 상태에서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 이야기는 방금까지 살아있던 것을 갓 잡아 테이블에 내어주신다는 것이다. 사실 동영상 같은 것으로 그 모습을 담아볼까 했는데 워낙에 징그러운 것을 잘 못 보다 보니 담아볼 용기가 나진 않았다. 근데 갈 때마다 여기 서비스 중 하나로 그런 것을 손님들에게 직접 보여주시니, 기회가 되면 이 가게를 가보신 다음에 직접 봐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근데 여기만 그런 것을 인증해 주고 나름 장어 맛집이라는 곳들 여러 군데 다녔는데 그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확실히 여기만의 장점은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렇게 한입씩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오랜만에 먹으니 더 맛있어진 기분이다. 일단 이 잔가시 하나 안 느껴지는 그런 것도 좋고 살 오동통하니 식감도 좋고 또 두께에 비해 너무 부드럽고.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해산물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장어만큼은 정말 고기에게 안 진다. 단순 이 재료가 가진 장점을 떠나서 그냥 맛이 너무 좋다. 비교 불가다. 진짜 건강 생각하지 말고 맛만으로도 먹으러 오기 충분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오면 커플 단위도 있는데 친구끼리도 많이 오고 특히 가족끼리도 많이들 오시더라. 가족 단위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맛이다. 그리고 이 장어 기름에 구워진 마늘도 은근 별미다. 통마늘인데 하나도 안 맵고 적당히 느끼함을 잡아주는 알싸함과 더불어 맛있다.
그리고 또 여기 연남동 풍천장어를 맛집으로 만들어준 이유 중 하나인 복분자를 참을 수 없겠다. 진짜 술을 못 마시는 편이다. 근데 여기 오면 괜히 이상하게 복분자를 마시고 싶더라. 일단 여기 실내가 더워서 복분자의 차가움이 기본적인 매력이 되기도 하는데, 술맛보다는 음료수 맛이 나는 것 같은 이 맛도 은근 매력 포인트다. 근데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해서 그런지 처음 3잔 정도까지는 달달하니 맛있는데 그다음부터는 알코올 맛이 나서 잘 못 먹겠더라. 그래서 여기 왔을 때 안 시킨 적도 몇 번 있는데 이날은 오랜만에 이렇게 시켜서 먹어봤다. 맛있었는데 결국 한 반 병 넘게 남겼던 것 같다. 가격이 비싸서 아쉬웠는데 뭐 싸 올 수도 없고 억지로 먹을 수도 없고.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만 남긴 것인지 다른 테이블들은 없어서 못 드시더라. 그만큼 조합이 좋다.
그리고 여기 생강과 잘 어울리는 특제 소스와 별도 매콤한 양념소스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특제 소스보다는 매콤한 소스가 더 낫더라. 근데 대부분 다 저 검정 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 룰이긴 한데 나의 경우 매콤한 소스가 너무 매콤 달달하니 맛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100% 참숯 위에서도 너무 싱싱해 심장이 뛰는 풍천장어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좋은 점 하나가 있었다. 예전에 왔을 때 여기 실내도 더운데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시원한 메뉴가 없었다. 그때 잔치국수가 있었는데 뜨거운 국물 잔치국수였다. 그래서 이 더위를 날릴 수 있는 시원한 살얼음 동동 열무국수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실제로 포스팅에도 그렇게 적었다. 찾아보시면 나온다. 근데 이번에 방문하니 김치말이국수가 나왔더라. 다른 테이블에서 살얼음동동 김치말이국수가 나온 것을 보고 그때서야 알았다. 나도 알았으면 미리 시켰을 텐데! 이렇게 다음에 여기 연남동 풍천장어 가게를 또 갈 이유가 생겼다. 그때는 김치말이국수를 먹어줘야겠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