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이라는 의미 그대로 솥뚜껑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솥뚜껑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아무것도 겪지 않았는데 그냥 맛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예전에 어디 속초 놀러 갔을 때였나, 솥뚜껑삼겹살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들어서 그냥 리뷰 같은 것도 보지 않고 맛집이라 생각하고 가려고 했었다. 근데 막상 봐보니까 리뷰가 안 좋기도 하고 위생적인 부분에 관해 말이 많아서 결국 안 가긴 했지만. 아무튼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 단어만 들어도 괜히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실제로 정말 돌판에 굽거나, 고깃집에서 흔히 굽는 판에 굽거나 맛이 달라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요즘은 비주얼도 중요하니까, 시각적인 만족도가 맛에 기여한다고도 하니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니까 나만 저런 가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저런 가게를 갈 때마다 사람이 많기도 하겠지.
한번 왜 그런지를 생각해보면 솥뚜껑이라는 의미 자체가 뭔가 여행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아닐까?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무튼 서울에서만 나고 자랐기 때문에 솔직히 저걸 별로 써본 기억이 없다. 저기에 뭔가를 만들어서 먹어본 경험도 별로 없고. 근데 유튜브 같은 영상 덕분에 솥뚜껑을 통해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봤고, 그게 비주얼을 잘 살려주니까 나도 모르게 괜히 더 맛있을 것이라는 무의식이 쌓여왔던 것 같다. 근데 애초에 저런 가게가 서울에선 찾기가 힘드니까 그 희소성이 있는 것이고 그 찾아가는 기분과 평소 자주 먹을 수 없다는 생각, 또 솥뚜껑을 이용해 요리를 만들고 맛있게 먹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본 기억 그런 것들이 융합되어서 '솥뚜껑=맛있다'로 연상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저런 가게를 갔을 때마다 딱히 실패해 본 기억이 없기도 하고.
약간 두서없게 말하긴 했는데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오늘 소개할 곳은 화정에 위치한 맛집 중 하나인 허당이라는 고깃집이다. 사실 허당에 이런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 아니면 내가 원래 알고 있던 표현이 이런 의미로 쓰였나? '허당의 의미는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웅덩이라는 뜻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긴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맛의 매력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계신다고. 아무래도 솥뚜껑 자체가 다른 불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테이블 크기가 중요한데, 여기 테이블도 4인 기준으로 다른 곳들에 비해 넓게 되어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좀 갑갑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한데 전체적으로 간격이 넓어서 어느정도 쾌적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이나 일하시는 분들 너무 친절하시더라. 반찬의 경우 셀프바를 통해 가져올 수 있었는데 응대 하나하나가 너무 괜찮으셨다. 먹기도 전에 기분 좋은 느낌이랄까.
메뉴판을 살펴보면 삼겹살 포함 오겹살, 목살, 항정살, 오리주물럭, 김치찌개, 두루치기 등이 있는데 솔직히 다른 메뉴들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 간판 그대로 삼겹살만 주문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뭐 먹다가 조금 다른 기분을 내고 싶으면 항정살 정도는 먹어보면 되겠다. 그렇게 주문을 했고 고기가 나왔다. 생각보다 양이 넉넉하게 나오는 것 같진 않다. 그냥 딱 정량 느낌? 다만 셀프바가 신선하게 잘 유지되고 있어서 나름 그걸로 합리화는 할 수 있는 느낌이다. 아니면 확실하지 않긴 한데 여기가 너무 맛있어서 계속해서 먹다가 양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근데 진짜 이게 함부로 아니라 말할수도 없는 것이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이런 스타일로 먹는 삼겹살은 정말 빨리 많이 먹게 된다. 이것도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잘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겠다.
예를 들어 요즘 프리미엄화 되어가고 있는 고깃집들은 애초에 고기가 꽤나 두툼하게 나온다. 그리고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를 해주신다. 애초에 고기가 두꺼우니까 태우는 손님들이 많고 이 가게가 원하는대로 알맞게 굽기가 힘들 테니. 그렇게 직접 구워주면서 약간 덜 익은 상태로 먹으며 더 맛있다고 적당히 구워졌을 때쯤 소금이나 다른 소스에 찍어서 먹어보라고 하신다. 이게 요즘 좀 장사가 잘 되는 고깃집들 트렌드인 것 같다. 근데 이런 곳을 가면 2명 기준으로 정말 2~3인분 정도만 먹는다. 가격 때문이 아니라 그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근데 오늘 소개할 솥뚜껑 하나로 그냥 게임 끝인 사람 몰리는 고깃집 허당과 같은 가게들의 경우 그냥 우리가 정육점에서 사는 것처럼 얇고 긴 고기가 나오고 우리가 셀프로 구워 먹는다. 두께가 얇다 보니 굽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속까지 다 익기도 하고.
약간 우리가 친구들이나 뭐 기타 등등 펜션 같은 곳에 놀러갈 때 숯불에서 구워 먹는 바베큐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편하시려나. 아무튼 좀 그런 느낌이 있다. 근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먹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다. 고기 자체가 얇다 보니 상추쌈을 먹어도 한입에 3~4개씩 넣어서 먹고 흰쌀밥 위에도 잘 올라가서 쌈장 듬뿍 찍어서 한입 크게 먹기도 하고. 뭔가 마늘도 빨리빨리 구워져서 더 먹는 것 같기도 하고 김치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이게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아무튼 나는 그렇다. 근데 뭐 두 스타일 모두 중요하다. 한 곳만 꽂혀서 선호할 순 없겠고 그냥 둘 다 가끔 번갈아가며 즐겨주면 좋은 것 같다. 설명이 길었는데 그래서 여기는 양 딱 그 자체로 나오는데 내가 평소보다 많이 먹어서 양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뭐 그런 의미다.
여기 소스도 다양해서 소금을 찍어 먹기도 하고 쌈장을 찍어 먹기도 했다. 확실히 좀 두툼한 고기는 안에가 덜 익어서 육즙이 조금 더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서 소금이나 와사비 같은 소스가 어울린다. 근데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이런 원래 알던 삼겹살 고기 느낌의 경우 쌈장과 더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소금이랑 찍어 먹어도 맛있긴 한데 쌈장이 이때만큼은 이기는 느낌이랄까. 뭔가 더 먹기도 편하고.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먹었다. 여기 화정 맛집 허당 셀프바도 잘 되어있어서 저렇게 버섯도 편하게 가져올 수 있다. 진짜 가끔 메인 메뉴보다 반찬을 더 잘 드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그런 분들의 경우 이런 곳에 오면 더 마음 편하게 원 없이 먹으실 수 있겠다. 뭐 매번 더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으니. 나의 경우에도 소스를 많이 먹는 편이라 추가 요청을 종종 하는데 정말 조금씩 가져다주셔서 눈치가 보이더라. 뭐 물론 그런 눈치를 크게 안 봐서 처음에 아예 많이 가져다 달라고 하긴 하지만.
계란찜은 먹다가 추가로 주문했고 고기 역시 추가로 주문했다. 근데 확실히 열기가 살아있어서 그런지 고기도 빨리 익고 그랬다. 근데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가마솥 뚜껑에 고기를 구워서 먹으면 저게 기름이 저절로 아래로 떨어지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뭔가 더 맛있게 구워지고, 실제로 저게 열기를 강하게 계속 머금고 있어서 더 빠르게 바짝 구워져서 좋기도 하다고. 근데 흘려들은 것이라 뭐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정말 과학적인 이유를 알고 계신 이웃님들이 계시다면 알려주시면 좋겠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수다도 떨면서 맛있게 먹었다. 김치도 아삭하니 괜찮고 그냥 밑반찬들 모두 다 깔끔했다. 그래서 솔직히 볶음밥의 경우 이때 이미 헤비 해서 패스했어도 됐었는데 그냥 더 먹고 싶었다. 뭔가 밥 들어갈 공간은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주문했다.
나름 볶음밥도 예쁘게 볶아주셨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솥뚜껑 자체의 열기가 대단하기 때문에 밥의 아랫부분이 이렇게 누룽지처럼 저절로 바삭하게 만들어졌다. 위는 푹신푹신한데 아래는 누룽지처럼 바삭하니 나름 그 매력이 있었다. 사실 볶음밥은 이렇게 먹으려고 먹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볶음밥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해치웠다. 이렇게 먹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리고 거의 만석이 유지되었다. 매장 내부가 좁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나름 환기 시스템도 잘 갖쳐줘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내가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그런 공기적인 불편함은 따로 들지 않았다. 화정역 자체가 주차를 제외하고는 크게 이것저것 즐기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맛있는 여행 떠나러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