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고 서울 중심에 이런 곳이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기분이 들었다
노포 스타일이 인기를 끈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그 스타일 자체의 강점이 있다기보단 그냥 하나의 트렌드가 된 느낌이랄까. 물론 그게 그 스타일이 장점이긴 하겠지만 아직까지 뭐 위생이나 서비스 그런 것들이 뭐 기존의 새로운 것들보다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겠다. 그렇다고 해서 흔히 떠오르는 장점 중 하나인 가성비 부분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을지로 만선호프 거리라고 해야 하나. 거기도 뭐 가격이 많이 올라서 양껏 먹어도 얼마 안 나온다 이런 느낌은 들지 않던데. 아마 가봤던 사람들도 분위기나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지 가성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딱히 못 들어본 것 같다. 다들 노가리만 먹고 오진 않을 테니. 아무튼 그냥 이것 역시 어느 정도는 SNS의 영향에 힘입어 감성의 영역으로 들어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게 된 것 같다. 물론 그럴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게 맞기도 하고.
그 만선호프 쪽은 이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다. 거기랑 그 을지로 3가역인가. 익선동 주변 쪽까지 해서 한 번씩은 가본 것 같다. 근데 이곳들은 너무 많이 듣기도 했고 지나가다 보기도 했어서 나에게 아주 낯선 공간은 아니었다. 그냥 언제 한번 나도 저렇게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고, 작년 말 즈음에 그런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근데 오늘 소개할 곳은 정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심지어 이 거리는 나름 약속도 종종 있어서 역에서 내려서 내가 실제로 걸었던 곳이기도 했는데 진짜 몰랐다. 그래서 여길 데려와준 친구에게 도대체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냐고, 나 살면서 여태 몰랐다고 했다. 근데 정말 나만 몰랐던 곳이기도 하겠다. 이미 가보니 이 좁은 골목길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평일 저녁 웨이팅까지 있었으니까. 정말 그렇게 다녀도 안 가본 곳들이 많겠다. 물론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잘 몰랐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소개할 곳은 노포 매니아라면 꼭 가봐야 하는 보쌈 전문 을지로 삼해집이다. 근데 역에서 나와 한 3분 정도 걸은 뒤에 골목길로 틀면 큰길로 빠지기 전에 바로 이 거리가 나타난다. 자칫 잘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딱 고개를 돌리자마자 뭔가 우리가 원하는, 노포 감성이 확 살아나는 거리가 보일 것이다. 거기로 들어가시면 되겠다. 근데 이 골목거리 자체가 이런 스타일로 음식을 파는 곳들이 모여있다. 어느 곳이 원조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굴보쌈을 메인으로 이렇게 음식을 파는 가게가 한 2~3군데 있다. 여길 자주 오는 친구 말로는 다 비슷하게 운영하는 곳인데 최근에 어느 곳이 방송에 나와서 거기만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아무튼 그렇게 좀 사람이 없는 것 같은 곳으로 들어와 안쪽으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근데 이게 좀 큰 실수였다.
우리가 노포 감성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게 주인장님이 만들어주시는 분위기도 있지만, 손님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느낌도 있겠다. 딱 깔끔하고 조용한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가게가 아니라 적당히 시장 주막 느낌처럼 왁자지껄하고 우리가 익숙한 한식스러운 맛을 즐기면서 소음과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그런 느낌 말이다. 여기가 딱 그랬다. 근데 안쪽으로 자리를 안내 받아 공간 자체가 막혀있다 보니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나갈 공간이 없어서 울렸다. 근데 사람들은 술도 마시고 해서 목소리가 커지니 이게 정말 소음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물론 우리도 이렇게 술을 마시고 신나게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긴 했는데 그 소음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처음에 바깥쪽에 앉을걸 싶었다. 근데 뭐 이런 불편함은 나처럼 초보자만 더 심하게 느낀 것 같고 다들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오늘 포스팅은 약간 여기 경험자 입장보다는 관찰자 입장으로 작성하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나도 이런 공간 자체는 낯설으니까. 근데 이런 곳을 주로 찾는 친구가 데려와준 것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첫번째로 여기가 왜 인기가 많은지에 대해 물었다. 근데 친구 말로는 술 한잔하기 정말 좋다고 했다. 나처럼 밥을 먹기 위해 여길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애초에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우리처럼 그냥 보쌈만 시키는 사람도 많진 않다고. 그래서 핵심이 뭐냐고 물으니 감자탕이라고 말해주었다. 기본 안주로 감자탕이 나오니까 소주 한잔씩 하면서 고기 한 점에 국물이 제공되니까, 그 감자탕이 그냥 또 시원치 않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잘 나오니까 가격 대비 여로모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아 그렇구나 싶었다. 나의 경우 마셔도 맥주를 마시니까 소주 한잔씩 하는 감성을 모르기 때문에 잘 공감하지 못할 수 있겠다 싶다.
그래도 먹는 것은 야무지게 먹었다. 사실 보쌈 자체를 요즘 밖에서 잘 사먹을 기회가 없다 보니까 실제로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양배추 쌈도 오랜만이고 이것저것 무생채 등을 올려서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초장이 왜 있냐고 물었다. 근데 보쌈 찍으면 맛있다고 알려줘서 먹어보니까 새콤달콤하니 은근 감칠맛이 돌아서 맛있었다. 그리고 적당히 먹다가 아까부터 약한 불에 끓고 있던 감자탕을 먹어보았다. 시원하니 입 안이 리프레시되고 깔끔해서 좋았다. 사실 근데 음식 자체를 떠나서 나 이런 공간을 그냥 와보고 싶었다. 이전에 포스팅했었던 솥뚜껑삼겹살처럼 그냥 이런 느낌 자체가 좋았다. 평소 너무 조용한 곳을 선호하다 보니 이런 적당한 소음과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그리웠던 것 같다. 물론 나와 같은 니즈로 이런 곳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나로서는 음식을 떠나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노포 매니아라면 꼭 가봐야 하는 보쌈 전문 을지로 삼해집 먹다 보니 양도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고기 자체들이 저렇게 두툼하니 일렬로 있으니 먹기도 편하고 한 점만 먹어도 씹는 맛이 있어 좋았다. 근데 솔직히 가성비까지는 여전히 모르겠긴 하다. 그냥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느낌이랄까. 근데 여러 구성들 자체가 좋았다. 무엇보다 새우젓이 오동통하니 짭조름하게 맛있어서 좋았다. 근데 정말 나름 자주 왔다 싶었던 을지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처음 알아 놀랐다. 내가 안 가본 곳은 있었어도 모르는 곳이 있었다니. 역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해야 하는 것 같긴 하다. 그렇게 또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언젠가 그게 또 자산이 될 테니. 근데 이제는 기존 만나던 사람도 못 만나는 상황인지라 그런 바운더리가 확장되는 타이밍이 또 올진 모르겠다.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먹고 떠들었다.
감자탕도 인원수에 맞춰 뼈부분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2인 기준으로 딱 발라 먹을 수 있도록 잘 나왔다. 서비스라고 하기엔 정말 한 5천 원 정도 금액을 받고 판매되는 수준이었다. 물론 1인 기준으로. 2인 기준 이 정도 양이면 그냥 만원 정돈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본다. 아무튼 퀄리티가 괜찮다는 의미다. 그리고 나처럼 찬 음식 성질이 안 맞는 사람은 돼지고기 같은 것을 먹었을 때 이렇게 뜨거운 국물을 같이 먹어주면 좋은데 그런 부분에서도 개인적으로 좋았다. 물론 누가 음식 먹을 때마다 성질을 고려해서 먹겠느냐만은. 그래도 여전히 그 울리는 소음 자체가 3~4시간씩 버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마 내가 같이 안 취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렇게 친구는 소주 한 병을, 나는 맥주 한 병을 해치우고 1시간 30분 정도 있다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진작 이런 곳을 데리고 오지 혼자 다니고 있었냐면서 살짝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