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왕돈까스 정식은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현금을 그렇게 많이 들고 있는 편이 아니다. 원래 예전에 아무것도 모를 때는 꽤 오랜 기간 현금을 그대로 들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뭐 어디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줄을 몰랐다. 근데 월급은 시간이 지나면 들어오고, 나름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쓴다고 쓰는데 그래도 쌓일 돈은 쌓이더라. 근데 언제부턴가 이러한 습관이 사라졌다. 애초에 습관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습관은 익숙해졌다는 것인데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던 것이겠다. 그래도 현금이 없다는 것이 돈이 없다는 말은 아니겠다. 어디에 묶였을 수도 있고 투자를 했을 수도 있고 진짜 소비했을 수도 있고. 그래도 항상 최저치는 두는 편이다. 근데 개인적으로 이 최저치를 다시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올리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 역시 소비는 한번 올라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말을 왜하냐면 뭔가 부업을 하나 가지고 싶어졌다. 물론 돈이 생기는 일이 다 부업이 될 수 있겠지만 뭔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그런 나만의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일단 올해는 초이기도 하고 말씀드린 것처럼 현금이 없으니 나름 어떻게 보내본 뒤에 내년엔 뭐 괜찮은 것 있으면 일과는 별개로 하나 해볼까 싶다. 물론 아직 철저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어제 오늘 문득 든 생각이다. 아마도 그걸 하더라도 요식업 계열은 절대 아니겠다. 매번 맛집을 다니고 사진 찍고 포스팅하고 기록하고 하지만 애초에 내가 요리 실력도 없고 음식은 아직까지 좀 무서운 느낌이 든다. 이날은 오랜만에 돈까스를 먹었다. 이상하게 요즘 또 돈까스가 가끔 먹고 싶어진다. 참 이상하다. 간혹 남자들은 돈까스만 사주면 다 좋아한다, 만족한다라는 말이 있다. 잘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근데 요즘은 이상하게 돈까스가 먹고 싶어지는 날들이 있다. 공감하고 있다.
아마 주기적으로 밖에서 먹던 식사가 줄어들다 보니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지고 돈까스가 먹고 싶어지고 그런 것 같은데 그래서 요즘은 점심을 잘 먹으려고 하고 있다. 근데 저녁에 그냥 일반적인 밥을 먹으면 그걸로 만족해야 하는데 어떤 심리가 생기는 것인지 과자를 찾곤 하더라. 그 부분을 끊어야 하는데. 물론 예전만큼 많이 먹진 않아도 아직 한두 개 집어 먹는 것이 문제겠다. 오늘은 갑자기 포스팅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많다. 수다를 떨고 싶나 보다. 그래도 본질에 충실하고자 이제부터 먹는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다. 여의도에서 회사를 다닐 때 처음 안 사실인데 우리가 아는 유명한 프랜차이즈들도 저녁엔 아니겠지만 점심 장사만 따로 하는 곳들이 있더라. 예를 들면 유명한 호프집인데 점심에 점심 장사로 백반집을 한다거나, 한식 뷔페를 운영한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걸 그 프랜차이즈에서 허용해 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여의도에선 나름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맛있어서 종종 갔던 기억이 난다. 가성비도 좋고. 오늘 소개할 이 가게의 경우 그런 느낌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그냥 개인 장사를 하시는 사장님 같았다. 근데 메뉴가 해산물 베이스, 특히 골뱅이 전문점인 가게였다. 근데 이렇게 점심 장사로 한정 메뉴 왕돈까스 정식을 판매하고 계셨다.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곳인데 그래서 여기 맛있냐고 일행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근데 맛 괜찮다고 해서 나중에 한번 와봐야지 싶었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갑자기 어느 날 점심에 돈까스가 먹고 싶어 져서 생각이 나 이렇게 방문한 것이다. 근처 다른 아기자기한 가게들과는 다르게 매장 내부가 넓었고 혼자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용산 이쪽 지역의 경우 가게 내부가 복잡하고 좀 정신이 없는데 여긴 쾌적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렇게 메뉴를 주문하고 시간이 좀 지나 메뉴가 나왔다. 역시 항상 점심 장사는 스피드다.
일단 이 구성이 너무 좋았다. 스프도 그렇고 빵도 그렇고 피클도 그렇고. 솔직히 뭐 대단한 것 없지만 이런 옛날스러움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 기본에 충실하신 것 같았고 뭔가 이것만 보더라도 여기 저녁 장사는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만큼 뭔가 사장님의 내공이 느껴졌달까. 물론 맛 자체는 평범했다. 비주얼에서 보이는 것처럼 뭐 돈까스가 두툼한 베이스도 아니고 그냥 옛날 경양식 돈까스처럼 얇고 넓게 바삭하게 튀겨져 나왔다. 소스 역시 뭐 특별히 만드셨다는 느낌보단 그냥 기성품을 쓰신 것 같고. 근데 이 마카로니부터 샐러드, 조그맣게 담긴 밥까지 그냥 이 구성 자체가 맛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특별함이 없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랄까? 맛 자체도 뭔가 특별히 어떤 것이 주목받지 않아 오히려 다 조화를 이루어서 좋았던 것 같고. 점심 기준으로 딱 만족할 수 있는 식사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요즘 물가에 비교하면 딱 보통인 느낌이고.
다만 양은 확실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빵과 스프가 나오는 구성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표적인 가게인 땡땡천국과도 비교해서 전혀 여기가 손색이 없게 느껴졌다. 괜히 뭐 더 신선한 느낌이고, 애초에 여기 골뱅이 전문점을 운영하시는 전문 쉐프 사장님이 요리를 해주시는 것이다 보니 더 맛있는 느낌이랄까? 단순 내가 이날 배고픈 점심시간에 먹고 싶었던 메뉴를 먹어서 평범한 음식을 과하게 칭찬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내가 이 식사를 하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뭐 과장할 것도 없고. 가끔은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니까. 그렇게 중간중간 느끼함을 달래주고자 아삭아삭 김치도 먹고 그랬다. 근데 요즘은 개인적으로 봄이 다가와 입맛이 돌아서 그런지 새콤달콤한 피클이 그렇게 맛있더라. 집에 피클통이 따로 있는데 원래 피자나 그런 것 먹을 때만 꺼내서 먹는 편인데 얼마 전엔 밥을 먹을 때도 소세지랑 먹는다고 꺼내서 따로 먹었다.
확실히 사진은 구도에 따라 음식 양이 많게 나오기도 하고 적게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사진 체감상 그렇게 양이 안 많아 보이실 수 있지만 여기 가성비 괜찮다. 골뱅이 전문점 점심 한정 메뉴 왕돈까스 정식. 정말 왕돈까스다. 나름 배가 고픈 상태에서 허겁지겁 먹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큰 덩이가 남아있더라. 물론 저기서 나이프로 썰어서 몇 조각 더 먹긴 했는데 양이 결국엔 좀 남았다. 요즘은 배가 부른 느낌이 들면 멈추려고 하는 편이다. 굳이 한두입 억지로 먹다가 체하면 오히려 다음날 그다음 날까지 고생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욕심을 버리는 것이 내 몸에 더 맞겠다 싶다. 더 먹으면 더 먹을 수 있지만 굳이 안 먹는 느낌이랄까. 간혹 꼭 밥 한 숟갈씩 남긴다고 잔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는데 뭔가 그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이제야. 아무튼 이날 점심 먹고 싶었던 메뉴로 잘 먹었고 종종 생각이 날 때마다 방문할 것 같은 가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