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닭갈비 집에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사람이 있다!?

디프_ 2023. 3. 5. 19:09
이 조합 개발하신 사장님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여리네 닭갈비

 

개인적으로 닭으로 만든 요리를 정말 좋아한다. 이게 단순 치킨 하나만으로도 여러 가지 맛을 나타내기 때문에 치킨만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 기분인데 너무나도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가 많다. 지금 떠오르는 것을 말해보면 닭구이 스타일도 있고 꼬치요리 스타일로 만들 수도 있고, 삼계탕처럼 뜨끈뜨끈하니 먹을 수도 있고 후라이드치킨처럼 먹거나 굽네 스타일처럼 먹거나. 요즘은 맛집에 가면 스테이크처럼 부드럽고 촉촉하게 요리해주는 곳들도 있고. 이게 또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분명히 사용되는 재료의 퀄리티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텐데 어떻게 나오는지 모양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고 그런 것 같다. 아무튼 그만큼 많은 종류의 닭 요리들을 먹어왔던 것 같다. 솔직히 치킨만으로도 일주일 내내 먹으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종류도 워낙 다양하니까.

 

아무튼 이렇게 닭으로 만든 요리 대부분을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별로 먹지 않는 음식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닭갈비! 이 메뉴가 한 10년전쯤이었나. 한때 엄청나게 유행을 한 적이 있다. 인기를 엄청나게 탔고 그에 따라 가게도 엄청 많이 생겼다. 주변에 먹으러 가는 사람도 많고 웨이팅도 많고 아무튼 그랬다. 근데 이게 언제부턴가 인기가 사그라졌다. 나도 이 흐름에 따라 이 음식을 소비했던 것 같다. 막 춘천까지 가서 먹기도 하고 한때 엄청 먹다가 최근엔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다. 우선 막 많이 먹어서 질렸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다. 애초에 요즘은 가게가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먹으러 가더라도 그 맛집 느낌이 없더라. 야채만 많고 고기는 또 없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명동 이런 곳에 관광객들이 이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게가들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같은 한국인 입장에선 그런 곳에 방문하는 메리트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이런 내가 이 음식을 먹기 위해 고양시까지 직접 왔다. 갑자기 닭갈비 요리가 먹고 싶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겠다. 날 이곳까지 오게 한 것은 다른 음식 때문이었다. 근데 이게 다른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이 이 요리와 함께 같이 제공된다. 추가 요청을 하면 말이다. 바로 파스타. 파스타를 먹기 위해 이 가게에 왔다. 파스타와 스파게티가 근데 차이가 있나?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구분 가능하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메뉴판에는 스파게티라고 적혀있긴 하더라. 개인적으로 먹는 소비자 입장에선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뭔가 파스타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고 스파게티는 아닌 느낌 그 정도랄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사진 비주얼을 보고 여기 여리네 닭갈비 가게를 오게 되었다. 애초에 여기 같이 온 일행 역시 이 사진 때문에 여길 오자는 것에 동의했다. 둘 다 사진에 반했다.

일단 처음부터 먹기 직전까지 사장님이 손수 케어를 해주신다. 그러니까 고객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다가 먹기만 하면 된다. 그 안에 기다리면서 여기 가게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몇가지 예를 살펴볼 텐데 굉장히 친절하고 상세하게 적어주셨다. '닭갈비 양념이 불판에 눌러 붙지 않게 수시로 저어 주어야 빠르고 맛있게 드실 수 있다. 조리 예약하고 오시면 바로 드실 수 있다. 2인분 기준 닭고기 430g 이상, 양배추, 양파, 청양고추, 고구마, 밀떡, 치즈떡 2개가 적당히 들어있다. 매운맛 조절 및 추가하실 사리는 주문 시에 미리 말씀해 주시라. 다 드신 후 추가 주문은 불판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2인분 부터 가능하고, 볶음밥 주문시엔 적당한 양념이 있어야 밥을 맛있게 볶을 수 있다. 닭갈비는 생각보다 더 주문하시는게 좋고, 볶음밥은 생각보다 덜 주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등등 말이다. 이걸 읽다가 우리 세명 다 배가 고팠던 상태였기 때문에 닭갈비를 추가 주문했다. 생각보다 고기 양이 적게 느껴지더라.

 

닭갈비 집에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사람이 바로 우리들이라. 이 비주얼을 보고 참지 못했다. 솔직히 메인인 닭보다 이 양념을 다 흡수해버린, 자극적이면서도 1차원적인 맛을 나타낼 것 같은 이 닭갈비에 빠진 스파게티 면을 먹고 싶었다. 후루룩 하면서 말이다. 이게 그리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에 같이 조리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이날 주방 화력이 더 세다고 빨리 해드린다고 우리 음식을 잠시 주방에 가져가서 화력 강하게 조리해주시기도 하셨다. 면을 나중에 따로 이렇게 볶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양념에 섞어서 만들어주시는데 그때 미리 익은 고기와 야채들이 숨이 많이 죽기 전에 먹으면서 그 과정을 보면 된다. 보면서 사장님은 어떻게 이 조합을 개발하셨을까 싶었다. 음식 장사를 하시면서 양념 베이스가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시도해 보신 것일까?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다. 또 이 가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이렇게 치즈까지 뿌려주면 모든 요리가 완성이 된다. 이날 우리가 처음에 주문을 아마 닭갈비 3인분에 스파게티면 x2 짜리 하나를 주문했던 것 같다. 나중에 볶음밥까지 먹을 생각을 해서 말이다. 근데 저 안내문을 보고 닭갈비 1인분을 추가해서 4인분을 먹었다. 근데 다 먹고 나서 공통적으로 한 말은 닭갈비 3인분을 유지하고 차라리 스파게티면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역시나 처음 이 가게를 오게 만든 이유 중 하나인 파스타가 그만큼 맛있었다는 의미다. 뭔가 주객전도가 된 느낌이랄까. 사장님께서 이 현상을 반기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날 우리 세명의 입장은 그랬다. 솔직히 저 면발 너무 맛있더라. 그래서 이 가게를 한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도 닭 살코기가 아니라 이 면발이다. 비주얼도 너무 좋고 아무튼 그냥 맛있다. 그리고 여기 사장님이 이런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약간 독특하신 느낌이 있다. 근데 이게 나쁜 의미가 아니고 그냥 뭔가 실력도 있고 가게 청결하고 내 기준에서는 너무 좋다.

터치 없고 본연의 일에만 딱 집중하고 가게 깔끔하고. 개인적으로 본질적인 부분만 충분히 케어된다면 그걸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게 보는데, 누군가에겐 '여기는 별로 장사하실 생각이 없나?' 이런 느낌이 든다고도 하더라. 뭐 개인차가 있겠다. 내 기준에선 가게 내부 너무 깔끔하고 음식 맛있고 뭔가 의심하거나 그런 것 없이 모든 것들이 딱딱 알맞게 떨어져서 좋았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냥 확실해서 좋았다. 근데 누구 말처럼 정이 느껴지는 포인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긴 하고. 뭐 사람마다 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기호에 맞게 움직여야겠다. 아무튼 이날 여리네 닭갈비 가게에서 메인보다는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우리였지만, 본래의 방문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도록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마무리 볶음밥까지 속 든든하게 챙겼다. 사장님께서 배달 앱을 안 키신 것인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머무른 내내 별도 배달 손님은 없었다. 그리고 옆에 한 테이블만 손님이 왔었다. 신기했다. 분명히 여기 내 기준 맛집 느낌의 가게다. 근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런 곳이 장사가 잘 되어야 하는데. 아마 실력은 있으신데 그런 수완은 부족한 게 아니실까 싶었다. 이건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아무튼 조만간 여기 한 번 더 가야겠다. 맛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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