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막바지에 담소 소사골 순대, 육개장에서 즐기는 든든한 한 끼
요즘 돌이켜보면 난 국밥에 빠진 게 아니었다. 국밥을 파는 가게에서 같이 나오는 수육에 빠진 것이었다. 항상 갈 때마다 메뉴판을 살펴본 뒤에 수육이 같이 나오는 세트가 있으면 그걸 주문하였고 여러 명이서 갈 경우 따로 수육을 주문하자고 한 뒤에 꼭 먹었다. 오히려 그 메인을 먹다 보니 국밥은 안에 바닥이 보이도록 다 비우지 못했다. 사실 근데 이게 막상 먹어보면 보쌈이랑 크게 뭐가 다른가 싶다. 근데 보쌈을 먹으러 가진 않는다. 솔직히 배달로 최근에 언제 시켜서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족발도 마찬가지고. 근데 이상하게도 이런 가게에 가면 꼭 수육을 시켜서 새우젓 하나 올려서 먹고 싶다. 그다음엔 마늘 된장 듬뿍 찍어서 먹고. 항상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그런 상상을 하고 가는 것 같다. 이날 역시 그랬다. 친구에게 미리 말해두었다. 국밥도 국밥인데 수육도 먹자고.
나름 벼르고 있었던 평일이었다. 요즘 뭔가 든든하게 먹은 기억이 없어서 이날 제대로 먹어야겠다 싶었다. 이 친구랑은 원래 급 만나는 편인데 이 약속은 아마 며칠 전부터 잡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친구가 말하길 자기 회사 근처에 정말 맛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 부산을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름 유명한 국밥집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기보다 개인적으로 더 맛있다고 말했다. 솔직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마인드로 이 친구가 그냥 자기 회사 근처니까 더 맛있게 느꼈겠지 싶었다. 그래도 빈말은 잘 안 하는 친구이니 한번 나도 맛이라도 봐보자 싶어서 가게에 도착했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가게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순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이 친구는 그럼 그냥 근처에 다른 곳이라도 갈까 싶었는데 이미 김이 새기도 했고 너무 추워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그러다 그러면 그냥 오늘은 먹는 것에 의의를 두자고 했고 그렇게 여기 담소 소사골 순대 육개장 가게를 오게 되었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여기 체인점이기도 했고 뭐 그냥 상상하던 기성 프랜차이즈 느낌이겠지 싶었다. 근데 이 친구가 말하길 여기도 맛있는 편이라곤 했다. 근데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이 넘사벽이어서 말을 안 한 것이지. 그래도 여기 나름 설명을 보면 전국적으로 체인점도 있고 국밥에 진심인 것 같았다. 나름 여기만의 철학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지점이 늘어난 것을 보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겠다. 그렇게 각자 국밥 한 그릇씩 주문하고 수육도 하나 주문했다. 처음엔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추가로 주문할까 했었는데 이 친구도 배가 고팠는지 그냥 메인으로 시키자고 했고 그렇게 주문을 하게 되었다. 확실히 직장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면 어정쩡한 시간에 방문할 시 사람이 많이 없다. 여기도 그런 곳인데 매장 내에 사람이 우리 테이블과 다른 테이블 딱 두 개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조용해서 좋긴 했다.
슬슬 이제 겨울도 끝이 나는 것 같다. 방학기간에 들어갔었던 풋살도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겨울을 보내기 전에 뭔가 이렇게 뜨끈뜨끈한 순대국과 담백한 수육 포스팅을 하고 싶었다. 곧 있으면 3월이 올 테고 그땐 또 봄이 오면서 다시 옷이 얇아질 테니까. 또 마지막 꽃샘추위가 오긴 하겠지만 그때는 패딩을 안 입을 테니 지금 또 이 감성이 돌아오진 않겠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 역시 뭔가 같이 슬슬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시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엔 몰랐는데 확실히 몸이 추울 때 국밥 한 그릇 먹으면 괜히 더 든든하게 느껴지고 그렇더라.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 빵빵한 가게에서 먹는 기분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겨울만큼은 못하니까. 아무튼 주문한 메뉴는 거의 동시에 나왔다. 그래서 다행히 이렇게 사진을 한 번에 담아 찍을 수 있었다.
담소 소사골 순대 육개장 가게의 경우 이날 처음 방문해 봤다. 사실 내가 순대국 매력에 빠졌다곤 하나 서울에서 막 찾아가며 먹진 않는다. 근데 김해에 가면 꼭 먹는다. 근데 김해를 일 년에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가고 있으니까 거기서 나름 퉁치는 느낌이다. 그리고 솔직히 서울에서 먹을 경우 그 퀄리티를 못 따라올 것을 알기 때문에 선뜻 먹을 생각이 안 나기도 한다. 차라리 조금 참다가 김해 가서 먹자는 마인드? 물론 회사 점심시간이나 그럴 때 어쩔 수 없이 먹긴 하는데 아직까지 동네에 그렇게 맛있는 가게를 찾진 못했다. 비주얼은 좋아도 뭔가 그 디테일이 다르다. 아니면 내가 김해는 여행을 간 상태니까 더 맛있게 느끼려나? 그래도 여기 역시 비주얼은 나쁘지 않다. 양 역시도 나름 괜찮다. 다만 가성비가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순대국은 가격이 괜찮았는데 수육은 좀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도 열심히 먹어주었다. 개인적으로 순대국을 먹을 때 처음엔 공깃밥과 따로 먹는다. 국물에 청양고추와 마늘을 넣어서 좀 시원하게 만든 다음에 그 국물을 먹는다. 그리고 순대도 쌈장에 찍어서 따로 먹는다. 또 수육을 그때그때 먹어준다. 일단 흰쌀밥과 함께 먹는다. 바로 밥을 마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이렇게 먹다 보면 밥이 어느새 반공기가 남은 상태가 되고, 이때 슬슬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도 그냥 말고 싶어서 마는 것이 아니라 이러다 다 먹을 것 같아서 약간 반은 억지로 만다. 일단 만 상태로는 먹긴 먹어야 하니까. 근데 개인적으로 흰쌀밥 따로 먹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긴 하다. 아무튼 그때는 다대기 양념 같은 것을 좀 친다. 이미 청양고추와 마늘을 넣어 좀 알싸하고 맛있긴 한데 약간 새로운 메뉴를 먹는 느낌으로 그렇게 도전해 본다. 이 말은 이때 배는 어느 정도 찼다는 의미다.
겨울 막바지에 담소 소사골 순대 육개장에서 즐기는 든든한 한 끼. 사진들을 돌이켜보면 이때 정말 알차게 잘 먹었다. 근데 먹는 것에 그렇게 크게 집중은 못했다. 이 친구를 오래 만나서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이 친구도 워낙 말이 많은 편이라 계속해서 질문을 하니까 나도 대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먹긴 먹었는데 뭔가 막 맛에 집중하면서 먹진 못한 것 같다. 김해에 가면 그때만큼은 수다를 멈추고 먹는 것에 집중하는데. 최근에도 등산을 다녀왔다. 친구는 누가 부산에 가서 산을 가냐고 말했지만 나에겐 김해는 여행지가 아니라 휴식처다. 쉼터 같은 느낌. 등산 후에 정말 흔히 하는 말로 뜨끈뜨끈한 국밥을 했는데 그때만큼은 정말 세명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한 15분 정도 그랬던 것 같다. 맛있다는 말만 하고. 아마 이번 2박 3일 여행기 포스팅이 진행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때 더 진심을 담아 포스팅을 해봐야지.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마지막에 순대와 수육이 조금 남았다. 그리고 국밥도 남았다. 이게 확실히 수육을 별도로 시키면 국밥까지 다 먹기가 힘들다. 근데 이건 내 기준이다. 친구들의 경우 항상 땀 뻘뻘 흘리며 마지막까지 잘 먹더라. 그리고 나오면서 이렇게 육수를 따로 끓이는 공간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유명한 가게들의 경우 이렇게 손님들이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대형 통에 육수를 담아 끓이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저렇게 담긴 모습만 보고 끓여지는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다. 푸주옥 같은 데 가서도 말이다. 저것도 뭐 고기가 나오는 시간처럼 끓이는 시간이 따로 있나? 아무튼 원래 가려던 찐 맛집은 가지 못했지만 대체 가게를 통해 나름 한 끼를 잘 즐기긴 즐겼다. 그 맛집은 다음에 꼭 가봐야지. 다들 이번주에 국밥 한 그릇 하셨으면 좋겠다. 든든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