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a Namba 젊은 사장님들과 수다를 떨면서 즐겼던 야식 마르게리따 피자
가끔 결정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계획적이다. 파워 J라고 표현하나 요즘은. 나름 버린다고 버렸는데 이게 버려지는 부분이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심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결국엔 중간점을 찾아간다고 해야 하려나. 근데 이게 또 어떻게 결이 맞으면 정말 편해졌다고 볼 수 있겠고 아니면 더 심해지고 있다 판단하기 때문에 또 이것 역시 상대적인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계획적인 내가 가끔 생각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과부하에 걸렸거나 무엇이든 상관없을 때 주로 그렇겠다. 이날 그랬다. 아마 축구 경기를 봐야 하는 날이었는데 숙소에서 밖으로 나가야 할지 아니면 그냥 방 안에 있어야 할지 고민을 하는 상태였다. 근데 뭐든 괜찮았다. 그냥 나가야 하는 마음도 반이 있었고 아니면 숙소에서 그냥 씻고 쉬고 싶은 마음도 반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 친구 역시 집돌이 중에 집돌이인데 나름 단순한 구석이 있어서 가끔 그냥 이 친구한테 물어보고 행동하곤 한다. 나와는 그런 면에서 결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답변들이 신선해서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물어보니 그 친구는 그냥 나갔다 오라고 거의 바로 말해주었다. 이유를 물으니 그냥 나가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대충 잠옷을 갈아입고 이렇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오기 전에 뭘 먹고 싶나 고민해봤더니 피자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갈만한 피자 가게를 찾았다. 시간이 이때가 대략 오후 10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 보니 문을 연 식당이 많이 없었다. 찾는데 좀 고생을 했는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괜찮은 바 같은 곳이 보였다. 거기에서 여러 가지 술안주를 팔았는데 떡하니 피자 사진이 보였다. 그래서 여기다 싶어서 이렇게 밤에 오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입구부터 바 테이블, 그리고 주방까지 뭔가 휑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이렇게 없나 싶었다. 근데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나중에 살펴보니 방 안에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아마 몇명 이상이 되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난 혼자 왔기 때문에 바 테이블로 안내를 해준 것 같다. 근데 처음에 물어봐주긴 한 것 같다. 안으로 들어갈 거냐고. 근데 안쪽에 사람이 있어서 그냥 여기 혼자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앉겠다 했다. 그렇게 난바의 힙한 바 Cada Namba에서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하여 먹게 됐다. 피자의 경우 일본어도 모르고 그냥 번역을 하고 싶지도 않아서 대충 추천을 요청드렸다. 간단한 영어를 하실 줄 아는 분이 계셔서 주문은 꽤나 수월했다. 맥주를 마실까 했지만 이날 피곤했는지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고 스프라이트 하나를 주문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혼자 핸드폰을 보면서 쉬고 있는데 여기 사장님들께서 말을 걸어주셨다. 다들 친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보이진 않았다. 솔직히 나에게 제일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신 분의 경우 길거리에서 만났으면 살짝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인데 웃음도 많으시고 너무 친절하셨다. 그래서 뭐 어디서 왔냐 어떻게 왔냐 어딜 갈거냐 등등을 물어보셨다. 근데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여행을 오면 이런 곳에서 피자나 떡볶이 같은 것을 잘 먹진 않겠다. 근데 언제부턴가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이 그렇게 맛있더라. 물론 피자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런 곳은 짧은 일정에 더더욱 올 일이 없으니 좀 신기한 부분이 있겠다. 얼마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 일본 가정식 가게처럼 말이다. 그래서 구글맵 평점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면 다들 좀 신기해 하신다. 자신들도 모르게 리뷰가 쌓였나 보다.
사실 그렇게 배가 고프진 않았다. 근데 또 이 비주얼을 보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판은 한판인데 한판이라고 부르기 뭐 할 정도로 사이즈가 크진 않았다. 그냥 일반 성인 남성이 다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랄까? 그리고 언제부터 생긴 습관인지 모르겠는데 피자를 저렇게 접어서 먹는다. 아마 저게 먹기 편해서 그런 것 같은데 토핑이 많은 피자일 경우 내용물이 조금 나와서 깔끔하게 먹긴 힘들겠다. 근데 이젠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먹게 되더라. 아마 한입에 크게 담을 수 있어 그런 것 같기도. 그렇게 열심히 야식 마르게리따 피자를 즐겼다. 그리고 중간중간 여기 Cada Namba 젊은 사장님들과 수다도 열심히 떨었다. 나중엔 막내분처럼 보이는 주방에 계신 분이 나와서 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뭔가 난 혼자 놀러 왔는데 이렇게 우정처럼 보이는 관계가 뭉쳐있는 모습을 보고 살짝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엔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피자의 아래 부분을 보게 되었다. 이게 참 판단이 애매했다. 탔다고 봐야 하는지 그냥 원래 화덕 피자 스타일이 이런 것인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좀 심한 곳은 타서 이거 먹을 수 있는 것 맞나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근데 그냥 먹었다. 아래 부분만 발라서 먹기도 뭐 한 상황이었고 이미 먹을 만큼 먹은 상태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뭐 오늘 한번 이런다고 크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지속적으로 먹을 경우 문제가 되겠지만. 그리고 뭔가 이 피자는 이런 느낌인 것 같긴 했다. 평소 경험치를 살려보면. 그렇게 깔끔하게 피자와 스프라이트 해치우고 밖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여기 다음엔 이렇게 야식 피자를 먹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난바의 힙한 바에 어울리도록 그냥 한잔 하러 와보고 싶다. 가볍게 말이다. 칵테일이나 이런 것들. 방 안에 있는 다른 일행의 경우 꽤나 즐거워 보였다. 이제 다시 혼자 오사카에 갈 일은 없겠지만 다음에 친구나 누구든 일행이 생겨 오게 되면 여길 다시 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