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오사카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일본 가정식의 진수

디프_ 2023. 1. 21. 20:17
관광객은 모르는 현지인 맛집 테우치소바 나미이치(Teuchisoba Namiichi)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행 중에 사진을 찍지 않았다. 사진을 아예 안 찍은 것은 아니고 내 사진을 안 찍었다는 의미다. 원래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꼭 그 장소에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곤 했는데 이번 여행은 그러지 않았다. 이것도 그냥 그렇게 계획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일단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뭔가 부탁할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지 않았다. 괜히 번거롭고 귀찮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미 오사카를 여러 번 와봤기 때문에 나에게 새로운 장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동네에서 사진을 찍지 않듯이 약간 그런 느낌으로 뭔가 어디서 사진을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뭐 그랬다. 그래서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내 사진을 하나도 담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이 고베에 놀러 갔을 때 하체 사진 하나 찍었었구나. 벽 컬러가 예뻐서.

 

근데 이런 내가 딱 사진을 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바로 이 골목길. 정말 여기 식당이 아니면 오기 힘든 오사카의 좁은 골목길이다. 나도 이 공간 자체는 처음 와봤다. 물론 관광지를 다니면서 지나다는 길이긴 한데 이쪽은 처음 와봤다. 아마 이 가게가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오기로 한 곳은 일본가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이다. 영어로 Teuchisoba Namiichi이라는 곳인데 구글맵에 검색하면 저절로 한국말로 테우치소바 나미이치라고 뜨더라. 여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오사카에 왔었을 때 구글맵으로 검색하다가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저장해뒀었나. 분명히 어디서 소개돼서 알게 된 곳은 아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저번에 오려고 했었는데 못 왔었고 그 기억을 살려 이번 여행에서는 이렇게 오게 되었다. 아마 아침부터 여길 가려고 계획했던 것 같다. 뭔가 조식과 점심 먹는다는 생각의 그 중간 즈음 마인드로.

 

그렇게 골목길에 들어섰고 분명히 가게가 이 어딘가에 있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한 아주머니에게 여쭤봤다. 그랬더니 바로 근처에 있는 가게라고 안내를 해주셨다. 아마 그 옆에서 또 다른 장사를 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메뉴판을 살펴본 뒤에 적당히 의사소통을 하고 메뉴를 주문했다. 한국말은 힘들었고 내가 일본어를 못하니 그것도 힘들고 영어도 아주 살짝 가능하고. 뭐 그래도 그림이 있으니 주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영어 설명 메뉴판이 있기도 했고! 그렇게 메뉴를 주문하였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아까 길 안내를 해주셨던 아주머니가 다시 들어오셔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고 여기 주인분이 어떻게 찾아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구글맵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해외에서 구글맵을 통해 찾아가는 곳은 대부분 리뷰가 어느 정도 있고 평점이 높은 곳들이다.

관광객은 정말 찾아오기 힘든, 오사카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일본 가정식의 진수의 비주얼이다. 저 찍어서 먹는 타르타르 소스의 경우 여유롭게 원할 때마다 가져다 먹으라고 아예 저렇게 통으로 올려다 주셨다. 근데 정말 이 타르타르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딱 모습에서 보이듯이 직접 만드신 것 같은데 진짜 매력적이었다. 보기엔 다소 느끼해 보이는데 별로 크게 느끼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맛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저것만 두세 번 퍼서 먹었던 것 같다. 뭔가 빵이랑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 맛이랄까. 그리고 밥의 경우에도 그냥 흰쌀밥 느낌은 아니고 색깔을 보면 적당히 어떻게 양념을 하신 것 같았다. 밥을 짓는 물에 어떤 재료를 같이 넣으셨으려나. 그냥 밥 자체도 고슬고슬 맛있는 느낌이었다. 여기 분위기도 그렇고 친절함도 그렇고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식답게 굉장히 정갈하게 나왔다. 두부의 경우에도 간장이 굉장히 짜니 조금만 넣어서 먹어야겠다. 사실 아침 일어나서 첫 끼니이긴 한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편의점에서 사온 간식을 먹기도 해서 그렇게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다. 숙소에서 좀 오래 걸어왔으면 허기가 질만도 한데 나름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20분도 안 걸은 것 같은데. 그리고 어제 이미 텐동에서 새우를 먹었기 때문에 새우튀김은 피하고 싶었는데 새우가 들어간 메뉴를 추천해 주셔서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추천해 주신 메뉴를 먹어보자 싶어서 주문했는데 역시나 같은 메뉴를 연속적으로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겠다. 뭔가 그 맛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이상하게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 새우튀김을 굉장히 많이 먹은 것 같다. 대부분 비싼 메뉴를 주문했었는데 그 비싼 메뉴에는 새우튀김이 꼭 들어가더라. 이번에 알았다.

국물의 경우 그냥 딱 비주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 맛이다. 뜨끈뜨끈한데 약간 간장 베이스의 그런 묘하게 당기는 그런 맛이랄까. 두부의 경우 나도 모르게 간장을 너무 많이 부어서 좀 짜긴 했는데 굉장히 담백했다. 뭔가 두부도 직접 만드시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좀 질려버린 새우튀김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저 수제 타르타르 소스 덕분에 그나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한입 먹을 때마다 소스를 듬뿍 올려서 먹었는데 사실 새우튀김을 먹는 것인지 그 소스를 먹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진짜 맛있어서 그 선택이 후회스럽진 않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밥을 먹었고 나름 야무지게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는데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 일본인 손님이었다.

 

애초에 이 골목길 자체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오기 힘들고, 이 주변 가게 자체가 이렇게 굉장히 좁은 테이블 형식의 식당이었다. 물론 근처에 굉장한 맛집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 뭔가 싶었는데 그냥 어차피 먹을 계획이 없었어서 그냥 지나쳤다. 확실한 것은 관광객이 여기 올 일은 없다는 것이다. 나도 여행 일정은 길고 시간이 한가로워서 이렇게 온 것이었으니. 근데 정말 와보길 잘했다. 아마 다음에 오사카에 또 가게 된다면 여길 와보고 싶다. 그때의 같이 온 사람에게 소개를 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저 중간에 솥밥은 나에게 원하면 더 떠서 먹으라고 아예 저렇게 통으로 올려주셨다. 여기 가게 참 재밌다. 근데 굉장히 친절하신데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몰라 저렇게 해주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일본어를 아마 이해 못 할테니 말이다. 그냥 저런 배려들도 너무 좋았고 여기 테우치소바 나미이치 너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오사카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일본 가정식 가게로 오랜 시간 기억에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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