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이런 카페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과거에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요즘은 꼭 저녁을 먹고 카페를 간다. 무조건 100%는 아닌데 주로 그러는 편이다. 우선 뭐 커피를 마시는 친구들도 늘어나고 나처럼 디저트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렇긴 한데, 무엇보다 식당에서는 식사하는 것에 집중하고 카페에 들려서 못다한 대화들을 나누게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 포스팅을 위해 식당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먹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고 대화까지 하면 너무 정신이 없다. 물론 이젠 나름 그것들을 맞춰가며 그 순간을 즐길 수 있긴 한데 요즘처럼 정신이 없을 때에는 그게 잘 구분이 가지 않더라. 그래서 밥을 먹고 이렇게 카페에 오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뭔가 그래야 좀 안정됨을 느끼게 되더라. 오늘 소개할 곳은 아마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처음 보실, 꽤나 이색적인 카페다.
솔직히 여기 찾아오기도 힘들다. 물론 아는 길을 따라와서 그랬을 수도 있긴 한데 골목길을 헤쳐서 왔다. 여기 오게 된 것도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여기 근처에서 일을 하는 지인을 따라오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따라왔는데 분위기며 공간이며 너무 매력적이어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고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공간은 두 개인데 한 곳을 이용하면 거기까지 같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리가 없더라도 돌아다니다 보면 나름 찾을 수 있겠다. 건물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매장 내부가 막 넓진 않은데 건너편 다른 매장의 경우 충분히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니 막 음료를 못 마신다거나 그러진 않겠다. 물론 피크타임은 어쩔 수 없겠고.
일단 여기 상호는 커피한약방 카페다. 이름 자체에 한약이 들어가 있어서 뭐지 싶으실 텐데 공간 자체가 허준 선생님의 혜민서를 개조한 카페라고 한다. 그러니까 단순 맛을 떠나서 이 공간 자체는 방문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리고 이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냥 이름만 따오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이 공간 자체로 매력을 살려두었다. 그래서 지인이랑 오기도 좋고 소개팅 장소로도 좋고 또 외국인 친구들이랑 오기에도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여기에 머무르면서 1~2시간 정도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외국인 분들이 많이 와 사진도 찍고 커피를 즐기셨다. 어떻게 찾아오시는 것이지. 나의 경우 이날 여기 카페 존재를 처음 알았고 처음 온 것이었다. 나름 여기 을지로3가쪽은 생각해보면 많이 지나다니기만 했지 둘러보진 않긴 했다. 그래도 서울 도심에 이런 카페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선 여기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있을 수 있는 자리를 찾을 겸 한 바퀴 둘러보면 되겠다. 솔직히 막 무슨 전시회나 박물관처럼 뭔가를 아름답게 보존하고 있진 않지만 굉장한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현대식보단 이런 추억이 담겨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나 역시 이런 곳을 좋아한다. 물론 쾌적한 곳을 좋아하긴 하는데 거기선 특별한 느낌이 오질 않는데 여긴 특별하니까. 물론 이런 공간에서도 화장실이나 테이블, 의자 등이 깨끗하길 바라긴 하는데 여기 커피한약방은 외관이 이런 곳이지 내부는 깔끔 쾌적하다. 그래서 더 좋다. 뭔가 장점들만 다 갖고 있는 느낌이랄까. 허준 선생님의 혜민서가 정확히 어땠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 좋았고 이 시간이 즐거웠다.
음료를 주문했던 곳에는 자리가 없어서 건너편 공간으로 넘어왔다. 여기 역시 같이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음료가 완료될 경우 직접 가져와야 하는 수고스러움은 있겠다. 근데 뭐 거의 붙어있는 수준으로 좁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니까 크게 불편하진 않겠다. 여긴 나름 현대식 디저트도 다양하게 파는 것 같은데 다들 밥을 먹고 왔기 때문에 배가 불러서 먹진 않고 이렇게 음료만 주문했다. 예전에 어렸을 때 집에 있었던 자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여기 인테리어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옛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근데 그것은 순간이었고 그냥 여기 구경하기 바빴다. 뭔가 의도한 것 같지 않긴 한데 전체적으로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그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냥 차분하게 다가왔다. 참 신기하다. 원래 정신없을 수 있는데. 난 알아서 그런가?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허준 선생님의 혜민서를 개조한 카페 커피한약방, 솔직히 여기 다음에 또 와보고 싶다. 뭐 음료가 맛있다거나 그런 부분이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근데 그냥 이 공간은 뭔가 누군가에게 많이 알리고 싶고 또 오고 싶고 그렇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음료 맛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렸나 보다. 근데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만족도는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다. 별로라면 그 부분이 기억났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열심히 수다를 떨고 다음날 다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왔다. 나올 때 음료는 반납을 위해 들고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다음에 여길 또 오게 된다면 그땐 디저트와 함께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물론 사람이 많을 경우엔 힘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