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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격으로 아직까지 사랑 받고 있는 여의도 후루룩

디프_ 2022. 12. 13. 20:20
거의 5~6년 만에 방문했는데 여전히 그대로여서 좋았던 여의도백화점 후루룩

 

여의도는 아마 나에게 잊지 못하는 지역이 될 것 같다. 솔직히 뭐 여기저기 돌아다닌 곳은 더 많다. 여의도는 어떻게 보면 그에 비해 덜 가기도 했고 추억이 덜할 수도 있겠다. 근데 나름 인연이라면 인연이 시작되기도 했고 만들어지기도 했고 이어지기도 한 공간이다 보니까 이 지역 자체에 대한 감정은 쉽게 변하지 않겠다. 우선 첫 직장을 여의도로 다녔다. 포스팅에서 몇 번 말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기간이 짧긴 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보낸 시간은 다른 곳에서의 시간과 함부로 비교할 수 없겠다. 그게 가장 크긴 한데 내가 다녔던 첫 직장을 유일하게 연락하는 같은 대학교인 친구가 다니고 있다. 부서 다르긴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어차피 면접은 같은 사람이 볼 테니까 조언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것 말고도 뭐 이것저것 있긴 한데 공개적인 포스팅에 다 적을 순 없겠다.

 

아무튼 오늘 소개할 여의도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후루룩 가게의 경우 돈까스와 냉메밀을 메인으로 파는 가게다. 내가 회사에 다녔을 당시에 여길 정말 자주 왔다. 여름에 주기적으로 찾아왔던 것 같다. 우선 양도 많고 가격도 착하고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피크 타임엔 웨이팅도 있고 그랬다. 기다리면서 먹었고 나름 우리 부서에서 여기는 점심 맛집으로 통했다. 일단 직장인에게 대기하면서까지 먹는다는 것은 꽤나 큰 투자니까. 그렇게 퇴사를 하고 이 공간 자체를 잊고 있었다. 근데 앞서 말한 친구 덕분에 종종 이렇게 여의도로 만나러 오는데 이날은 저녁이 아닌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했다. 그래서 뭘 먹을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여기가 떠올랐고 한번 와보고 싶었다. 근데 이 친구는 모른다고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이 친구네 부서는 식사도 따로 하고 이렇게까지 걸어서 안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여기 안 가봤냐고, 우리땐 많이 갔었다고 하면서 한번 가보자고 해서 이렇게 데리고 와봤다. 나의 경우 메밀 세트를 주문하였고 이 친구는 돈까스만 주문하였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정말 거의 5~6년 만에 처음 방문하였다. 그 시기에 많은 가게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그랬는데 여긴 여전히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점심에 웨이팅이 발생하진 않더라. 상대적으로 널널했다. 겨울이라 그런가? 근데 근처에 2호점도 낸 것을 보면 장사가 안 되는 것 같진 않은데 아무튼 이날 점심은 좀 한산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마스크를 쓰시긴 했는데 뭔가 낯익은 모습이셨다. 아마 예전에 내가 처음 왔을 때랑 같은 사장님이신 것 같은데 얼굴이 얼핏 기억이 낫겠다. 아는 척은 못하는 사이지만 그냥 속으로 반가웠다.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이 감사한 요즘이다.

그리고 가격이 하나에 만원이 넘는데 어떻게 착한 가격으로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여의도 후루룩이라고 표현했는지 의문이 가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다. 근데 항상 가격이나 그런 것을 논할 때 그 지역이나 희소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할 때 정상에서 파는 물, 아이스크림, 라면 가격을 지상과 비교할 수 없고, 서울 중심가와 지방 시골길에 위치한 가게와 가격을 비교할 수 없겠다. 물론 되게 비약적으로 비교하긴 했는데 이건 내가 말한 것이 아니라 내 친구가 말해주었다. 난 여의도를 떠났지만 이 친구의 경우 거의 4년이 넘게 여기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나보다 더 이 친구의 말이 맞겠다.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여기 세트도 저렴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만원이 넘는데 저렴하냐고 물으니 회사 근처는 이 구성이면 15,000원 정도 한다고, 그 언저리는 받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기 다음에 올만하겠다고 먼저 말했다.

 

그래서 적어도 이 상권에서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 것은 맞겠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각자 주문한 돈까스와 냉메밀이 나왔다. 그래서 둘 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우선 먹고 이야기하자며 열심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 정말 여길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오고 싶었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살짝 설레고 그랬다. 예전에 친구 때문에 여기 왔을 때도 그냥 지나치면서 한 번쯤 와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드디어 이렇게 와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근데 역시나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아니면 내가 그동안 이것저것 너무 많이 먹어서 입맛이 변했나? 솔직히 맛 자체는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근데 이건 가게가 변했다기보단 내가 변한 것이겠다. 솔직히 프리미엄 돈까스 가게와 여길 비교하면 안 되는데 사람인지라 비교가 되더라.

 

정확히 말하면 맛 자체가 별로다 그런 의미는 아니다. 솔직히 세트 구성으로 봐도 냉메밀 양도 많고 국물 시원하고 맛있다. 대게 얼음이 녹으면서 육수가 밍밍해지고 그러는데 여긴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돈까스도 겉바속촉을 명확히 하고 있었고 겉에 튀김 부위가 바삭바삭하게 맛있었다. 근데 확실히 요즘 트렌드처럼 두툼하게 나오는 그런 프리미엄 돈까스 집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냉모밀은 솔직히 거기서 거기인지라 큰 차이는 없겠고.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아쉽다는 의미였다. 근데 그런 곳에 가면 거의 메뉴 하나에 15,000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가격을 놓고 보면 여기가 가성비 좋고 착한 가격인 것은 맞겠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요즘 소비자들은 냉정하기 때문에 여기가 2호점이 생기고 이날은 점심이 한산하다고 했지만 매장 내 테이블이 60% 이상 차 있었기 때문에 그럴 일도 없겠지.

이 친구를 저번에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입맛이 없어서 거의 잘 먹지 못했다. 근데 이날은 입맛이 돌아서 열심히 잘 먹었다. 그러더니 친구가 이번엔 잘 먹는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나의 경우 좀 급하게 먹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좀 천천히 먹으라고 말한다. 근데 소화기관도 안 좋아서 급하게 먹으면 체를 하기 때문에 천천히 먹긴 해야 하는데 막상 맛있는 것을 만난다거나 너무 배가 고픈 상태에선 그게 조절이 안된다. 그럴 때마다 누가 옆에서 말해주면 좋을 텐데 또 그게 쉽지 않겠지. 내가 잘 조절해야겠다. 아무튼 거의 5~6년 만에 여기 여의도백화점 후루룩 가게를 방문했는데 여전히 그대로여서 좋았다. 단순 음식을 떠나서 그런 기분 자체가 드는 것이 감사한 하루였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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