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당 가격 38,000원이 믿기지 않는 양과 구성
처음 이 가게에 가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여기 단골이 될지 몰랐다. 솔직히 뭐 지금 단골도 아니겠다. 나름 자주 가긴 했지만 그 텀이 길었고 아마 그로 인해 사장님도 나를 기억하진 못하시는 것 같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단골이라 말할 순 없겠다. 단골이라 함은 뭐 안면도 트고 가끔 서비스도 받고 뭐 그런 것일 테니. 근데 정말 여기 많이 갔다. 그리고 만족스러워서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나 때문에 여기 자기 여자친구랑도 오고 친한 친구랑 오는 사람들도 생겼고. 근데 나도 여길 처음 알게 된 것이 지인 소개였다. 자기가 자주 가는 오마카세 가게가 있는데 양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다고 한번 가보라고 말이다. 흘려들었었는데 어느 날 한번 가보고 싶어졌고 그렇게 가봤다고 엄청난 만족을 하고 나왔다.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이렇게 다녀와봤고 그 후기를 공유한다.
근데 앞서 방문했던 것과 이날은 좀 다르겠다. 매번 디너로만 갔었다. 근데 런치는 이날 처음이었다. 가격은 약 2배 차이. 솔직히 그래서 오랜만에 가는 것이니만큼 디너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근데 같이 갈 친구와 시간이 잘 맞지 않았고, 이 친구가 런치로 가도 충분하다고 자기 여러 번 가봤는데 괜찮았다고 가보자고 했다. 솔직히 가는 길까지 반신반의했었는데 결과적으론 잘한 선택이었다. 런치도 디너와 마찬가지로 가성비 좋게 실하게 잘 나왔고 요즘 먹는 양이 줄어든 나로서는 런치가 제격이었다. 사실 저번에 한참 잘 먹었을 때 왔음에도 불구하고 디너는 너무 헤비 했다. 마지막에 여기 시그니처 느낌으로 내어주는 롤 같은 것도 진짜 거의 못 먹는 수준이었다. 배가 꽉 차 버려서.
연말 기분 내기에 적합한 가성비 좋은 스시쇼부 오마카세의 경우 1층에는 일반 초밥집처럼 운영된다. 그리고 2층은 이렇게 오마카세를 전문으로 운영된다. 단순 사진으로만 봤을 땐 여기 장사가 잘 안 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공간 분리를 통해 손님을 배려해주시니 감동받게 된다. 하긴 생각해보면 오마카세 서비스 자체가 기본적으로 독립된 공간이 내포된 것 같다. 나름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는데 항상 그 공간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만 있었다. 그래야 아마 제대로 된 접객이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예약한 시간에 알맞게 도착하였고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님께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시더니 하나씩 메뉴를 내어주시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방문하였기 때문에 솔직히 좀 설레었다.
이날 자리를 좀 비스듬하게 앉았었나. 왜 사진들이 다 이렇게 대각선으로 찍힌지 모르겠다. 처음엔 잘못 찍은 줄 알았는데 이날 찍은 사진들이 다 이렇더라. 그래서 좀 이해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음엔 제대로 찍어야지. 아마 이날 좀 설레기도 하고 빨리빨리 먹고 싶어서 사진에 그런 마음이 담긴 것 아닐까 싶다. 아 그리고 이 가게의 경우 별도 주차장은 없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오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술을 드실 경우 그냥 차를 안 가져오시는 것이 낫겠고. 배가 고팠기 때문에 좀 빨리 빨리 먹고 싶었는데 오마카세의 장점 중 하나가 손님의 속도에 센스 있게 맞춰주신다는 것이겠다. 나름 스피디하게 먹을 수 있었다. 사실 급하게 먹는 것도 안 좋은 습관이긴 한데 이날은 어차피 한 점씩 먹게 되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여기 런치의 경우 한 사람당 38,000원에 제공되고 있다. 솔직히 한 끼 식사로 비싸다면 비싼 금액이다. 누가 점심을 거의 4만 원 돈 내고 먹겠나. 근데 여긴 예약하고 오기도 해야 하고, 평소 이렇게 먹진 않고 나름 기분을 내고자 할 때 먹을 테니 그 기준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 역시 이런 오마카세 스타일을 즐길 때 먹는 모든 맛이 맛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재료가 신선하고 쉐프님의 정성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내 입맛에 안 맞는 것은 있겠다. 근데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다 먹어보는 편이다. 일단 평소 싫어하던 음식이나 재료라고 하더라도 여기선 그 재료가 최상의 맛을 낸 상태로 제공되는 것이니 오히려 입맛에 맞는 재료를 발견할 수도 있고, 진짜 아니다라고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되겠다.
그래서 처음에 못 드시는 메뉴가 있냐고 여쭤보시는데 그럴 때마다 다 괜찮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서비스를 통해 초절임생강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나름 어렵게 느껴지는 오징어라든가 그런 것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평소에 오징어회가 올라간 초밥은 먹지 않고 이런 곳에 올 때만 주시는 것에 맞춰 먹고 있다. 근데 막 알러지가 있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 도전할 필요도 없고 먹어서도 안되겠다. 초밥을 좋아하는 한 친구가 생새우 알러지가 있는데 올 때마다 생새우 계열은 못 먹는다고 꼭 말씀을 드리고 있다. 그러면 쉐프님께서 기억을 해두셨다가 생새우가 제공되는 타이밍에 그 친구만 다른 메뉴를 내어주신다. 그런 하나하나 디테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오마카세 장점 중 하나가 되겠다.
솔직히 이런 가게에 와보신 분이라면 알겠다. 아직 사진이 조금 더 남아있긴 한데 이 구성이 38,000원이다. 진짜 가성비가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내 기준에서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 있는 모든 가게를 가본 것은 아니니까. 근데 가본 곳들과 비교해보면 여기 확실히 가성비도 괜찮고 퀄리티도 괜찮다. 솔직히 여기보다 저렴한 곳은 있을 수 있겠다. 근데 거긴 재료라든가 서비스 등 다른 것들의 기준이 훨씬 낮을 것이다. 나 역시 뭐 유투브나 블로그에서 소개된 저렴한 곳들을 봤는데 확실히 횟감 상태부터 다르더라. 그래서 가격만으로 가성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을 고려해서 표현한 것이다. 만약 여기보다 더 괜찮으신 곳을 가보셨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셨으면 좋겠다. 거기 가보고 싶다. 안 가본 곳 가보는 것을 또 좋아하니까.
솔직히 요즘 우니에 너무 빠져있다. 우니 역시 내가 못 먹던 재료 중 하나였다. 겁내 하는 맛 중 하나가 바다 향이 물씬 느껴지는 맛이다. 예를 들자면 굴이라든가 멍게라든가. 우니 역시 나에겐 그런 맛 중 하나였다. 고급 재료여서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하나 나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오마카세를 먹으면 이 우니가 꼭 나오는데 언제인가 그 우니가 너무 담백하고 고소하게 느껴졌다. 바다 맛도 별로 안 나고 말이다. 그때 딱 처음 눈을 떴고 그 뒤부터는 우니를 꼭 챙겨 먹고 있다. 근데 파는 곳이 또 은근히 많지 않다. 근데 오늘 여기 연말 기분 내기에 적합한 가성비 좋은 스시쇼부 가게의 경우 이 우니를 참 알맞게 잘 써주셨다. 저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초밥 사이에 넣어주신다거나 여기저기 잘 활용해주셨다. 그래서 더 좋았다. 맛있기도 했고.
우동과 녹차 아이스크림을 마지막으로 이날의 런치 식사가 끝이 났다. 확실히 디너와 비교하면 빨리 식사가 끝나는 느낌이다. 물론 우리가 배고픈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빨리 먹은 것도 있겠다. 근데 가격이 두배 차이나는 만큼 디너를 기대하면 안되겠다. 근데 오히려 이날은 디너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딱 이 정도 양과 구성이 나에게 맞았다. 만약 다음에 디너를 가게 되면 처음부터 밥양을 조금 달라고 요청드려야겠다. 사장님께서도 오히려 여기 양이 너무 많다고 양 좀 줄여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셔서 지금은 가짓수를 조금 줄이셨다고 한다. 진짜 여기 처음 왔을 때 완전 감동 그 자체였는데.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아무튼 이날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확실히 디너보다 런치가 부담은 덜한 느낌이다. 시간이 되신다면 연말 기분 내러 가보시는 것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