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도 좋고, 닭백숙의 깊은 국물 맛도 좋고, 자연의 소리도 좋고!
푸릇푸릇했던 여름이 금세 사라진 느낌이다. 비가 오고 난 뒤에 날씨가 가을이 지나간 것처럼 추워졌다. 근데 아직 자연도 이 빠른 계절 변화를 못 받아들였는지 아직 전체적으로 초록 초록한 느낌이 있다. 이번에 살짝 추위가 주춤해지고 다시 추위가 오면 그때는 정말 겨울 초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오늘 포스팅하는 장소는 솔직히 시기를 좀 놓쳤다. 무더위가 시작되고 좀 지나서 다녀왔던 계곡인데, 포스팅을 순서대로 안 하다 보니 10월이 된 지금에서야 업로드한다. 근데 뭐 꼭 이 식당이 여름 한철 장사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 근처에 카페거리도 있고 나름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니 물놀이만 아니라면 큰 상관은 없겠다. 오히려 음식 자체만 보며 접근할 수도 있겠고. 개인적으로 지금 포스팅하면서 사진을 쭉 봤는데 배가 고파졌다.
일단 여기 산까치산장의 경우 바로 옆에 계곡이 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바로 물놀이도 즐길 수 있겠다. 근데 원래 처음엔 여길 오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이 계곡을 올라오는 길 초입에 있는 그 식당을 가려고 했다. 거기가 평점도 좋고 음식도 잘 나오는 것 같고 꽤나 유명하더라. 근데 그 인기 덕분인지 일단 주차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대충 어떻게 주차를 하고 살펴봤는데 너무 정신이 없었다. 사람도 많고 일하시는 분들도 바쁘고 응대도 잘 되지 않고. 뭔가 여기서 먹으면 흔히 하는 말로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와 고민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자는 결론이 났고 조금 더 위로 올라오게 됐다. 근데 이 식당을 만났고 검색을 해보니 평점이 좀 탐탁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그렇게 크게 맛 차이는 나겠어하고 자리를 잡고 이렇게 주문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일단 앞서 정신없는 곳에서 식사를 했다면 진짜 이래저래 뭔가 혼란스러웠을 텐데 여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도 많지 않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오긴 했는데 갑자기 중간에 비가 와서 다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친구와 나는 어차피 물놀이도 할 생각이었고, 애초에 컨셉이 이런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했다. 물론 지금 날씨에 비까지 맞으며 추워서 버틸 수 없었겠지만 이때는 딱 좋을 때였다. 생각해보니 계절이 정말 빨리 바뀐 느낌이다. 올해도 월드컵이 시작되면 정말 마지막이겠구나. 아무튼 메인 요리인 닭백숙이 나오기 전까지 밑반찬들을 즐겼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김치도 정말 찐 묵은지여서 너무 좋았다. 평점이 낮은 이 가게가 의아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계곡에 놀러 오기 전부터 먹자고 이야기했었던, 닭백숙 메인 요리가 나왔다. 일단 가격이 저렴하다고 볼 순 없겠다. 55,000원. 근데 이건 좀 프리미엄가를 생각해야 한다. 일단 공간 자체가 희소성이 있고, 이런 위치에서 막 3만 원 정도로 가성비 있게 판매하긴 힘드니까. 대부분 이런 곳에 찾아오면 금액 같은 경우는 감안하고 가는 것 같다. 원래 친구는 옻 계열로 먹어야 진국이라며 제안을 했는데 내가 옻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아 괜히 탈이 날까 봐 패스했다. 놀러 와서 아프면 괜히 마음 아프니까. 도토리묵이나 다른 것도 먹고 싶었지만 일단 이것만 다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아 패스했고, 어차피 저녁에 또 뭐 먹어야 하니까 참았다. 일단 메인에만 집중했다. 조금 더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기다렸고 각자 그릇에 담아 알아서 간 조절을 하며 먹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 정말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다. 근데 이런 음식은 정말 자연과 함께 즐겨야 이 맛이 나오는 것 같다. 일단 사진에는 안 담겼지만 먹는 과정에서 정말 검지 손가락만 한 말벌 한 마리가 자꾸 주변을 얼쩡거렸다. 근데 내 주변에만 붙어있었다. 그래서 이게 아마 선크림 냄새를 맡아서 그런가 싶었다. 근거는 없다. 근데 평소에 안 바르던 제품은 유일하게 선크림 밖에 없었으니 그걸로 의심했다. 그래서 중간에 자리를 한번 피했었는데 그 뒤로 다시 오진 않았다. 아마 비가 와서 다른 곳으로 갔나 보다. 그리고 나뭇가지처럼 생긴 벌레가 어느새 테이블에 붙어있었다. 바람에 따라 날아왔나 보다. 그래서 친구에게 치워달라 요청한 뒤에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가끔 당혹스럽긴 했지만 이런 시간이 나쁘진 않았다.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말이다.
밑반찬도 좋고 닭백숙의 깊은 국물 맛도 좋고 자연의 소리도 좋고,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우리의 경우 처음부터 백숙이었지만 이렇게 불고기를 즐기는 테이블도 있었다. 야외에서 이렇게 조리가 들어가는데 이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오픈형 주방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뭔가 이런 포인트들도 좋았다. 물론 여긴 정말 진짜 야외지만. 그냥 국물 자체로만 먹어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갔기 때문에 깊은 맛을 나타내 주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소금은 필요했다. 짭조름해야 김치랑도 더 잘 어울리고 밥도 잘 들어가고 그렇더라. 그리고 닭의 경우 토종닭이 들어갔는지 사이즈가 꽤 됐다. 개인적으로 2인 이서 이거 한 마리면 충분히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다만 3인이면 고기만 먹을 경우 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했다.
발라 먹을 살도 많았고 이미 여러 번 덜어서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양이 좀 되었다. 근데 정말 백숙의 끝판왕은 국물이다. 국물이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서울에서 먹었으면 이런 기분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 장담한다. 애초에 복장부터 비를 맞을 수 있는 편한 복장에다가 자연의 바람부터 해서 새소리까지 함께 즐기니 이게 맛이 더 배가 되겠다. 원래 여행지에서의 맛집이 평소 흔히 들릴 수 있는 맛집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 남는 법이다. 아마 여기가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이 순간이 너무 즐겁고 좋았다. 음식도 맛있고! 그렇게 계속해서 식사를 즐겼다. 수다도 자연스럽게 잠시 멈췄다. 앞서 말한 벌레들의 공격 빼고는 둘 다 음식에만 집중했다. 맛있는 것도 있겠지만 빨리 다 먹고 계곡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밥의 경우 찹쌀밥이라 약간 죽밥처럼 나오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냥 흰쌀밥도 꽤나 메리트 있었을 것 같다. 김치랑도 잘 어울리고. 근데 확실히 저렇게 죽밥처럼 나오니 양이 꽤 상당했다. 밥도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더라. 3인 이서 와서 밥이랑 국물까지 다 해치우면 충분한 양이긴 하다. 조금 부족하다고 말한 경우는 고기로만 배를 채웠을 경우다. 계속해서 식사를 즐겼지만 여기 산까치산장 가게가 왜 평점이 낮은 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앞서 그런 평을 받아 지금 많이 개선이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첫 방문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좋았다. 너무 맛있었고 사장님들 친근하시고 친절하시고 다 좋았다. 서울에서 살다가 김해로 내려가 산지 10년이 된 친구도 여기 정말 맛있다고, 다음에 와이프랑 와야겠다고 말했다.
마늘 쌈장도 먹고 고기도 먹고 밥도 먹으면서 계속해서 잘 먹었다. 그리고 고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두툼하다. 저기가 허벅지 부위인가? 그리고 애초에 백숙이다 보니 질기다거나 그런 부위는 따로 없겠다. 전체적으로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다만 푹 삶는 음식이다 보니 뼈 같은 부분을 좀 조심하긴 해야겠다. 사이즈도 크니까. 근데 딱히 먹기가 어렵진 않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국물이 정말 최고였다 생각한다. 소금 간만 톡톡 해주면 짭조름하고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다. 그리고 여기 묵은지도 포장해서 집에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로 딱 내 스타일이었다. 그냥 시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음식과 궁합도 좋고 감칠맛을 살려주었다. 너무나도 좋은 공간에서 너무나도 즐거운 식사를 했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