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좀 있지만 질 좋은 고기를 만날 수 있는 제주도야지 화정집
이 주변은 한 번도 안 와보다가 요 근래 종종 와보지만, 정말 먹을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름 번화가이다 보니 가게들도 많고 그런 것이 당연하긴 한데 맛집들이 좀 있는 느낌이랄까? 요즘 가게들이 다들 살아남기 위해 나름 컨셉을 가지고 나오긴 하는데, 여긴 평범한 가게들이 있다기보단 독특하고 색깔 확실한 가게들이 좀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많이 가보진 못했고 2~3군데 가봤었는데 나름 다 만족스러웠다. 그중 한 곳이 오늘 소개할 이 가게인데, 일단 메인가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숯불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고기도 좋고! 무엇보다 좀 이색적인 포인트들이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요즘은 워낙 요식업도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져 있어서 그게 차별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소개할 곳은 가격은 좀 있지만 질 좋은 고기를 만날 수 있는 제주도야지 화정집이라는 곳이다. 여기에만 위치한 것은 아니고 체인점으로 보인다. 상호명을 검색하니 여기저기 많이 보이더라. 다만 전국적으로 퍼져있기보단 여기 일산, 고양시 쪽에 몰려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사장님이 장사가 잘 되셔서 확장 중이신가 싶더라. 아니면 일부러 근처에만 가게를 내어주시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야 관리가 쉬우니! 아무튼 그렇게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처음 와보는 가게이니만큼 여러 종류를 1인분씩 시킨 다음에 제일 괜찮은 것을 추가 주문하기로 했다. 다행히 1인분씩 주문이 가능하여 그렇게 주문을 했다. 처음에 밑반찬을 이렇게 가져다주시는데 나중엔 셀프로 이용하면 되겠다. 매장 내부는 고깃집 기준으로 넓은 편은 아니지만 좁은 편도 아니었다. 딱 보통!
처음에 모듬구이로 시킬까 하다가 그냥 삼겹살, 목살, 꼬들살 이렇게 3인분을 각각 나눠 시켰던 것 같다. 그람수는 비슷했고 가격 역시 대동소이했다.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냥 이렇게 주문했던 것 같다. 처음 내어주실 때 이렇게 약간 초벌이 된 듯하게 나오고, 그다음엔 내가 알아서 먹기 좋게 구우면 되겠다. 여기서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긴 했다. 일단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양이 많나. 솔직히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근데 여긴 구워주는 서비스가 없다. 물론 초벌이 되어 나오고 숯도 있지만 고기는 누가 굽느냐에 따라 맛이 정말 달라지기 때문에 그게 중요한데, 그 부분이 없었다. 그럼 가격이 좀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없어서 살짝 아쉽긴 했다. 그래도 뭐 두께가 적당해서 굽기에 크게 어렵지 않으니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고 구우면서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았다. 솔직히 찬 종류가 나름 다양하고 퀄리티도 괜찮아서 그런 찬들만 즐겨도 꽤나 매력 있는 테이블이었다. 된장찌개의 경우 추가로 주문하였다. 이제 날도 슬슬 추워지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돼지고기를 먹을 때 뜨끈뜨끈한 뚝배기 된장찌개가 있으면 정말 조합이 딱 좋다. 솔직히 없으면 서운할 정도다. 다만 차돌박이가 들어간 된장찌개 이런 것은 크게 메리트를 모르겠다. 뭐 점심을 먹을 때나 그럴 경우 좋을 텐데 고기를 먹는데 찌개까지 고기가 들어간 것을 먹는 것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기름지고 그 깔끔한 맛이 안 들더라. 다행히 여긴 그렇지 않고 매콤 칼칼 시원해서 조합이 괜찮았다. 그렇게 빨리 참숯의 강력한 화력으로 육즙 가득 가둬둔 제주 흑돼지가 다 구워지길 기다렸다.
역시 불이 정말 세다. 자주 안 뒤집거나 위치를 옮겨주지 않으면 금방 바짝 마르고 타버리겠다. 고기의 경우도 스테이크도 아니고 겉바속촉을 함부로 하려고 하면 안에 있는 수분기가 다 날아가고 금세 겉 부분이 타버린다. 두께가 좀 두툼한 경우 그게 가능한데 오늘 여기 제주도야지 고기 두께 정도면 그 부분은 힘들겠다. 그래서 적당히 뒤집어가고 위치 옮겨가면서 먹을 때를 노려야겠다. 다 구워졌고 소금을 콕 찍어 먹었다. 여기 흰 소금이 아니라 붉은 소금이었는데 솔직히 맛에선 큰 차이를 못 느껴도 이런 색깔 하나 자체가 여긴 조금 다른 느낌을 주어서 괜찮은 것 같다. 소금을 좋아해 나름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서 구매해서 먹어봤는데 가격 차이는 있어도 맛 차이는 크게 없더라. 아마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구분하실 수 있는 분들은 없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뭐 몸에서 느끼는 성분이 많이 다르려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냥 적정량의 소금은 다 맛있다.
여길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밤에 돼도 날씨가 괜찮았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선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괜찮았다. 근데 요 며칠 사이에 너무 추워져서 야외에서의 식사는 정말 꿈도 못 꾸겠다. 여기 발코니 같은 것이 있어서 밖을 바라보면서 고기를 먹고 그랬었는데 이젠 못 그러겠다. 뭐 야외 뷰라고 해봐야 어떤 구청이었나, 그 건물 밖에 없긴 한데 그래도 그냥 탁 트인 공간 자체가 요즘은 좋은 것 같다. 답답함도 덜 수 있고. 뭔가 꽉 막힌 삶을 그렇게 산 것 같진 않은데 답답한 것을 정말 못 참겠다. 아무튼 고기가 다 구워졌고 본격적으로 흡입에 들어갔다. 솔직히 고기의 경우 끊기면 안 되는 분야 중 하나인데 이렇게 셀프로 구워 먹을 경우 정말 끊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뭐 대패 먹듯이 계속해서 불판 위에 부어버릴 수도 없고 말이다. 계속해서 이 부분이 조금씩 아쉽긴 했다.
근데 확실한 것은 있었다. 앞서 찬 종류가 다양하다고 했었는데, 솔직히 고기가 맛있었는지 다른 찬들은 크게 손이 가지 않았다. 메인인 제주 흑돼지 하나와 그를 더 맛있게 해 줄 소금, 그리고 된장찌개 이 세 개만 있으면 충분했다. 메인만 계속해서 공략했던 것 같다.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특히 참숯 화력이 세다 보니 뭔가 육즙 가득 머금고 겉은 바짝 구워져서 식감도 좋고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요즘 꼬들살이라는 부위에 빠져있다. 솔직히 파는 곳이 별로 없다가 요즘 종종 보이는 것 같긴 한데, 식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마 씹는 식감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좋아하실 것 같다. 껍데기까지의 느낌은 아닌데 그냥 먹는 재미가 있다. 다만 많이는 못 먹고 세 명이서 1인분 정도 경험해보면 정말 괜찮은 부위라 생각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구워가며 열심히 먹었다.
슬슬 배가 차기 시작했고 그때가 되어서야 파절이나 다른 것들이 손이 가기 시작했다. 된장찌개도 어느덧 식었다. 그래도 잘 먹었다. 소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 몫을 해주었다. 그렇게 처음 주문한 3인분을 다 먹었고, 솔직히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둘 다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못 먹겠다 싶었는데 이때는 그냥 가기가 좀 아쉬워서 1인분 정도 더 시킨 것 같다. 뭐 냉면이나 그런 것을 먹어도 됐겠지만 차라리 고기를 더 먹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사실 냉면도 차가워서 고깃집에서 냉면과의 조합은 건강상에 크게 안 좋은 것 같은데 둘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 궁합이 워낙 좋으니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요즘 차가운 것은 최대한 피하려 하고 있다. 그랬더니 속이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졌다. 체도 안 하고!
마지막으로 추가 주문한 부위는 아마 가브리살인가 그랬을 것이다.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아마 맞을 것이다. 내가 비쥬얼만 보고도 구분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런 능력은 없다. 근데 이 메뉴를 시킨 이유는, 옆 테이블에 마감 시간을 앞두고 남자 손님들이 오셨었는데, 특정 메뉴를 주문하셨는데 그 메뉴가 다 떨어졌다고 사장님이 말씀 주셨다. 두 분이셨는데 '그러면 가브리살 4인분 주세요' 이렇게 바로 말하시는 것이었다. 딱 봐도 한두 번 온 손님이 아니셨고, 그런 단골손님이 원픽한 메뉴이니 말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름 따라서 1인분 가브리살을 추가 주문한 것이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여서 솔직히 맛 구분이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렇게 주문했고 바로 구워봤다. 두께감이 적당해서 빨리 먹기에도 괜찮아 보였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것처럼 와사비를 올려서 먹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방법인 소금에 찍어 먹기도 하고 그랬다. 뭐 근데 맛이 없을 수가 없겠다. 여기 가격은 좀 있지만 고기 질 자체도 좋은 편이고 참숯 화력도 강력해 육즙이 가득 가둬져 있으니! 제주도야지 가게의 경우 이날 처음 방문했는데 앞서 말했던 아쉬운 포인트 빼고는 나름 만족하며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다만 확실히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제주도에 가지 않고 이렇게 도심에서 제주 흑돼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는 해야겠다. 기분 좋게 너무 잘 먹었고 매장 내부에 사람이 많아 피크 타임의 경우 좀 정신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만약 다음에 오더라도 중앙 쪽에 앉진 않고 이렇게 끝이나 구석 쪽에 앉으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