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육수 베이스가 동치미 국물이라 더 시원하고 달달하다!
예전엔 분명히 그냥 아침에 일어나기도 귀찮아서 그냥 느긋하게 출발해서 체크인 시간보다 오히려 더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이젠 완전히 바뀌었다. 일단 차가 막히는 것도 싫어서 일찍 출발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떠나서 일단 근처에 도착해서 체크인하는 시간 전에 점심을 먹는다. 물론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간단히 해결하기도 한다. 근데 일단 체크인하기 전에 뭔가 그 장소에 놀러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고 호텔 방이든 펜션이든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아마 이제 다들 시간도 부족하고, 그냥 여행도 좋고 더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저절로 이렇게 된 것 같다. 나의 경우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더 다양한 것을 먹을 수 있으니 이 패턴이 더 좋은 것 같아 딱히 바뀔 일은 없겠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조금 더 자면 되니까. 아무튼 이날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숙소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가게의 경우 가는 길에 근처에 갈만한 곳을 따로 찾다가 발견하게 되었다.
상호명은 메밀가 막국수라는 곳이다. 생방송투데이 방송에도 나오고 이 장소에서 가게를 운영하신지도 꽤 된 것 같았다. 요즘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갈만한 식당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분명히 서울에서 검색해서 찾아왔으면 이런 곳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좀 유명하고 홍보가 잘 되어있는 그런 곳을 갔겠지. 근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근처에 갈만한 곳을 검색하면 나름 평소에 방문하지 못했던 곳을 갈 수 있겠다. 여기 역시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사람도 많고 이날 대기가 있어서 한 20분 정도 기다리긴 했는데 아무튼 개인적으로 맛집 중 한 곳이라 생각한다. 가격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고 여기 가게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고 일하시는 분들도 다 착하시고 무엇보다 음식도 딱 내가 원하는 느낌 그대로더라.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딱 중간적인 그 좋은 느낌 말이다.
원래 수육을 먹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아마 평소라면 무조건 수육을 먹었을 것이다. 근데 이따가 저녁에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실컷 고기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다 같이 여기선 참자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이런 메뉴를 정한 것도 속을 가볍게 먹고 싶어서였으니 괜히 무리하면 안 되겠다. 그래서 1인당 각자 메밀가루 100% 함량으로 만들어져 더 담백한 막국수 하나씩을 주문하였고 메밀전은 그냥 서브로 시켰다. 그래도 전 하나 정도는 나눠 먹으면 성인 남자 세명이니 어찌어찌 배가 불러도 먹을 수 있겠다. 그렇게 먼저 메밀전이 나왔다. 여기 메밀가 막국수 가게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100% 메밀가루로 모든 것을 만든다고 하신다. 이게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 다른 가게들은 이렇게 장사를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요리를 전혀 모르는 나이지만 그런 이유가 있겠지. 조리 방법이 힘들다거나 마진 구조가 안 맞는다거나. 아무튼 그렇게 나름 기대를 갖고 전을 쭉쭉 찢어서 한입 먹어보았다.
솔직히 이게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배가 조금 고프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냥 커피 한잔 마시면서 왔기 때문에. 근데 요즘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맛이 좋다. 호불호도 없을 것 같고 그냥 이 더운 날에 시원하고 담백하게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 김치도 꽤나 좋았다. 솔직히 흰쌀밥 하나만 있어도 김치랑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좀 달달한 베이스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심심한 맛인 전과 조합이 괜찮았다. 포스팅하면서 지금 군침이 도는데, 돌아서면 생각나는 그런 맛있는 맛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마 내가 이날 수육을 같이 안 먹고 와서 이렇게 아쉬운 것 같은데 이쪽 지역은 여행을 가기도 편하니 다음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여기에 들려서 수육도 한번 같이 먹어주고 와야겠다. 대기까지 있는 맛집이니 회전율도 괜찮아서 음식 자체가 전체적으로 신선하겠다.
아무래도 다들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하긴 성인 남자 세명이서 배가 고픈 상태에서 메밀전 하나가 나온들, 그게 크기가 커봤자 순식간이겠다. 일단 가격이 6천 원이었는데 이 가격이면 나름 괜찮다 생각한다. 두께가 두꺼운 것도, 양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크기도 크고 이 가격이면 한 번쯤이 아니라 두세 번 먹어도 괜찮을 느낌이다. 무엇보다 100% 함량이라고 하니까 다른 가게들보단 확실히 더 좋겠고. 그렇게 메밀전 하나를 끝내갈 때즘에 오늘의 주인공인 막국수가 나왔다. 그리고 그때 알았는데 여기 국물 베이스가 동치미 국물이었다. 개인적으로 동치미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 어릴 땐 동치미 국물 하나에 밥도 말아먹고 그랬다. 거기 파는 또 따로 초고추장 같은 것에 찍어 먹고. 물론 안 그런지는 꽤 됐고 이젠 그럴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좋아한다. 달달하면서 시원하고 그 안에 담겨있는 무도 식감 좋게 너무 맛있고! 애초에 국물이 동치미 베이스니까 맛없기도 힘들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면을 먹을 때 비빔이랑 물 중에 비빔을 택하는 편이다. 웬만한 가게에서는 물에 들어가는 육수를 비빔 시켜도 따로 주시기 때문에 좀 먹다가 그 육수를 부어서 물 스타일로 먹으면 한가지 메뉴를 두 가지 방법으로 먹는 느낌이다. 뭔가 이득인 느낌? 물론 때론 애초에 물냉면을 주문해서 시원하게 먹기도 하는데, 여기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메밀가 막국수처럼 재방문하기 힘든 곳에 있는 경우 최대한 다양하게 먹어봐야겠다. 그래야 아쉬움도 안 남고 다음에 또 오더라도 실패하지 않을 수 있으니!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빔을 먹을 경우 테이블 위에 놓여진, 혹은 가져다주시는 소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때로 그냥 주어진대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장님께서도 애초에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가 여러 가지 소스를 넣는 거라 하실 때도 있으니 꼭 그것도 정답은 아니겠다. 그냥 뭐 자기 입맛에 맞게 먹는 것이 정답이겠다.
비빔을 슥삭슥삭 다 비비고 각종 양념을 넣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따로 동치미 육수 베이스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도 애초에 막국수이기 때문에 면발이 시원하고 찰기 있게 맛있었다. 그리고 냉면처럼 끊기지 않는 느낌이 아니라 툭툭 잘 끊겨서 먹기도 편했다. 근데 그게 식감이 별로라는 느낌이 아니라 탱탱하면서도 잘 끊겼다. 이게 메밀가루 100% 함량의 힘인가? 아무튼 위에 올려진 오이나 다른 것들의 식감도 좋았고 정말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세명 모두 그릇 깨끗이 비웠던 것 같다. 나의 경우 이 동치미 국물도 오랜만에 먹다 보니 너무 맛있어서 계속해서 먹었다. 내 기억엔 따로 주전자처럼 통으로 담아주셨는데 아마 내가 동치미 국물을 이날 세명 중에서 제일 많이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따로 포장 판매를 하시면 집에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계란도 야무지게 먹고 아까 너무 맛있다고 느꼈던 각종 김치도 먹고 좀 아껴둔 메밀전도 같이 먹고 그랬다. 이게 은근 양이 있었다. 여기 곱빼기 메뉴였나, 아무튼 양이 더 많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하나만 주문해도 충분하다 느꼈다. 뭐 단순 막국수만 먹는 것이 아니라 서브 메뉴는 시킬 테니! 일단 이 친구들과는 1박 2일 여행이 안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처음이었는데 스타트가 너무 좋았다. 역시 여행은 언제부턴가 그냥 먹방 그 자체였다. 먹는 낙 없이 떠나는 여행은 상상도 안 간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 자체가 경험이고 그 현지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것이니까 가치는 있겠다. 속 불편하지 않게 담백하고 시원하고 달달하게 점심 해결 잘했다. 여긴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가도 다들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 기억해둬야 하는 맛집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