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중독성 있는 홈메이드 라자냐가 일품이었던 합정 아우룸

디프_ 2022. 9. 7. 20:40
크림 파스타와 만난 겉바속촉 통닭도 이색적이었어요!

 

하반기에 가장 기대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월드컵이다. 이제 두 달도 안 남았나. 추석 지나고 뭐 어쩌다 보면 곧 월드컵이 다가오겠다. 이번에는 나름 신나게 응원하면서 재밌게 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 일단 친구들과 약속 잡기가 힘드니까. 웬만하면 야외로 나가 응원하면서 보고 싶은데 일단 그럴 장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했던 월드컵은 뭔가 굉장히 열기 없이 지나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만 그랬나? 갑자기 뜬금없이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곳이 펍이라서 그렇다. 물론 술 마시고 막 스탠딩으로 돌아다니면서 그런 펍은 아니지만 그냥 비슷해서 저런 상상을 해보았다. 최근 홍대나 이런 번화가에 가보니 정말 사람들 많고 다들 재밌게 잘 놀고 있던데 이젠 친구도 없고 뭐 다들 관심사도 달라서 나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외관부터 분위기 뿜뿜인 이곳의 이름은 아우룸이라는 곳이다. 위치는 합정에 있다. 합정, 홍대 사람도 많고 복잡하고 뭔가 맛집보다는 상업화된 가게들이 많은 곳이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겠다. 근데 이 근처는 정말 맛집들이 숨어있다. 메인가에서 조금 동 떨어져 있긴 한데 여기서 식사를 하고 건너가도 충분히 괜찮겠다. 일단 여기 전국적으로 유명한 돈까스 맛집이 하나 있기도 하고, 이곳 역시 뒤처지지 않겠다. 사실 인터넷에 보이는 것만 봤을 때는 그냥 홍보 좀 하고 그런 곳 중 하나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느껴졌다. 근데 메뉴가 좀 이색적이라, 이 메뉴나 먹어보자 싶어서 큰 기대 안 하고 여길 왔었다. 실제로 주문하고 한입 먹기 전까지도 그랬다. 그냥 비주얼 신경 쓰고, 요즘 감성 잘 따르고 그런 느낌이랄까. 사장님도 꽤나 친절하시고. 근데 역시 요즘 사람들이 많은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요즘 같이 정보가 많은 시대에 사람들이 기다려서 먹는 곳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여기 맛있더라.

 

이 메뉴 이름의 경우 통닭 크림 파스타다. 일단 이게 여기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것 같았다. 평소 닭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크림 소스를 흡수한 치킨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파스타도 먹고 싶어서 이 메뉴를 선택해봤다. 솔직히 뭔가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인기 메뉴라고 하니 먹어보자 싶었다. 그렇게 비주얼을 만났는데 일단 2인 이서 나눠 먹기 좋도록 반으로 잘려서 나왔다. 이 부분은 좋았는데 정말 그릇부터 치킨까지 방금 조리되자마자 나온 것인지 너무 뜨거웠다. 따로 일회용 비닐장갑을 주셨는데 치킨을 들을 수가 없는 온도였다. 그래서 호기롭게 닭다리를 들었다가 다시 바로 내려놨다. 그리고 수저를 사용하기로 했다. 같이 온 친구의 경우 그냥 나중에 먹을 생각을 하고 포크로 해체쇼만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손으로 닿으면 엄청 뜨겁지만 입 안에 넣으면 견딜만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빨리 먹고자 열심히 시도를 해봤다. 또 뜨거운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으니까.

근데 역시나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다. 뜯다가 튀김 껍질 부분이 조금 나와 그 부분만 먹었다. 역시나 튀긴 음식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바삭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시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추가로 주문한 홈메이드 라자냐가 나왔다. 이 라자냐의 경우 홈메이드 토마토 소스와 생면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메뉴를 시킨 이유는 그래도 면 요리 하나쯤은 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무난한 파스타 대신 이 메뉴를 픽해봤다. 일단 파스타 면발의 경우에 이 치킨과 함께 나오긴 하니까. 원래 처음엔 메뉴를 세 개 시켜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요즘 많이 먹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선 두 개만 시켜서 먹어보고 부족하면 추가 주문하자고 말했다. 근데 성인 2명이서 왔을 때 이렇게 두 개만 주문해도 충분히 괜찮은 양이었다. 내가 잘 먹을 때 왔었더라도 말이다. 단 깨끗이 먹는 기준하에! 너무 당연한 말인가? 이거 소스부터 해서 이것저것 올려진 것 먹으면 무조건 배가 찰 양이었다.

 

아까 미리 꺼내놓은 닭다리는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먹어봤다. 이게 아래 별도 크림 소스를 찍지 않아도 염지와 간이 되어있는 것인지 짭조름하니 맛있었다. 튀김은 바삭하고! 솔직히 뭔가 다른 것 다 떠나서 후라이드치킨만 이렇게 팔았어도 맛있어서 시켜 먹었을 수준이랄까?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그리고 이 라자냐는 한마디로 중독성이었다. 이게 딱 첫 맛은 그리 강렬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면발이 두껍기도 하고 양념도 무난하게 느껴지고. 맵다거나 매콤하다거나 그렇진 않으니까. 근데 이게 계속해서 손이 간다. 뭔가 짠 베이스가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손이 가더라.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분명히 이게 한입 먹자마자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이 느낌은 아니었는데 계속해서 손이 가고 찾게 되더라. 이게 이 음식의 매력인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론 여기 합정 아우룸 요리 실력이라 볼 수도 있겠다. 만약 여기 내가 찾았으면 그냥 광고 잘하는 가게인 줄 알고 분명히 안 왔을 텐데 역시나 이렇게 먹어봐야 안다.

 

같이 나온 빵도 이렇게 라자냐와 함께 먹기 좋았고 또 심심하면 치킨과 함께 나온 크림에 찍어 먹어도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그냥 음식 조합들이 좋았다. 서로 조합해서 먹기도 편하고 이용하기도 편하고. 뭐 하나가 특출나게 간이 세거나 그런 것이 아니어서 모든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냥 여기 딱 먹어보면 요리 잘한다는 생각이 드실 것이다. 요즘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먹기 전엔 기력이 다 빠져서 밥을 먹어야 컨디션이 돌아오곤 하는데 여기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이래저래 마음에 들어서 먹으면서 꽤나 신이 났다. 그리고 이런 펍답게 와인 한잔씩 즐기고 있는 테이블이 많았다. 나의 경우 2차로 다른 곳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직 날이 밝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서 따로 음주는 하지 않았다. 근데 술을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거나 그러지 않으신 분들의 경우 식사하면서 와인 한잔씩 해도 괜찮겠다 싶다.

 

그리고 열심히 치킨을 먹느라 그 안에 크림 파스타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났고 이렇게 포크로 돌돌 말아서 먹어봤다. 솔직히 막 엄청 맛있다, 고급스럽다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크림 파스타 본연의 매력인 꾸덕꾸덕함은 아주 강렬하게 살아있어 개인적으로 입맛에 맞았다.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또 나름 단짠 베이스인 중독성 있는 홈메이드 라자냐를 먹으니 그 맛도 좋고. 두 메뉴의 궁합이 아무래도 잘 맞았다 생각한다. 번갈아가며 즐기기 좋았다. 겉바속촉 통닭도 맛있고 라자냐도 일품이었다. 여기 합정 아우룸 큰 기대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고 방문하길 잘했다 싶었다. 이런 곳 알아두면 나중에 어디 갈지 고민이 될 때 갈 수 있겠다. 데이트 장소로도 좋고 모임도 좋고 누구 소개해주기도 좋고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곳이었다. 가격도 솔직히 메뉴 양에 비하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즐거운 식사를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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