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하게 부추 삼계탕 하나와 해물순두부찌개 먹고 왔어요
먹는 것을 정하는데 스트레스받지 않고 가볍게 먹고 싶은 날이지만, 또 대충 아무거나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신경 쓴듯한 그런 느낌의 식사를 하고 싶은 날이었다. 굉장히 애매한 날이다. 아예 비싼 것을 먹을 거면 찾아보고 가거나 예약을 하면 되는데 그 정돈 아니고, 또 김밥천국이나 눈에 보이는 아무런 가게들에 들어가기엔 싫은 그런 상태랄까. 이럴 때는 딱히 뭘 찾아보기엔 귀찮고 또 지나가다 보이는 것을 가기엔 성에 안 차고 그런 상태다. 아마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랄까. 이럴 땐 그냥 백화점처럼 푸드코트 같은 곳들이 모여있는 곳이거나 그냥 패스트푸드 같은 것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간단하다. 일단 뭘 먹든 들어가기만 하면 해결이 되니까. 근데 그 선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아무튼 뭐 이런 감정 상태의 날이었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일단 백화점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뭔가 한끼 해결하기 괜찮아 보이는 가게를 발견하였고, 여기다 싶어서 안으로 들어왔다. 상호명은 돌장각이었는데 뭔가 이것저것 파는 것 같았다. 푸드코트 안에 있는 식당 안에 있는 푸드코트 느낌이랄까. 뭔가 다양한 브랜드가 많이 있는 하나의 가게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잘못 본 것인지 아니면 여기가 리뉴얼되면서 바뀐 것인지. 아무튼 메뉴판을 건네주셨고 그 안에서 살펴보고 주문을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굉장히 애매한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막 배가 고프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끼니때가 되었으니 먹는다는 개념이랄까. 그래서 뭘 가볍게 먹을 수 있을까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해물순두부찌개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평소에 국 자체를 그렇게 식사할 때 챙겨 먹는 편은 아니다. 근데 뭔가 요즘 날도 선선해지고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기도 해서 이것 하나와 메뉴판엔 없지만 앞에 들어오기 전에 보였던 부추 삼계탕 하나를 주문했다.
일단 여기 1인 1메뉴 주문 느낌으로, 서로 반찬이나 이런 것을 섞어서 먹을 필요 없이 한 끼 정갈하게 한상차림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 너무 좋아한다. 뭔가 내 몫만 먹으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누구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근데 이런 가게가 은근히 많지가 않다. 예를 들면 회사 근처나 좀 사람이 많은 지역에 이런 가게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 뭐 회사에서 점심 같은 것을 먹을 때 수저 분배나 반찬 리필 같은 것 서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근데 찾아보면 정말 없고 그런 가게들은 되게 가격이 비싸다. 뭔가 평소 먹는 한 끼니로 갈 수 없는 느낌이랄까. 근데 여기 돌장각의 경우 전반적으로 가격도 괜찮고 여기 다른 곳들에 비해 메리트 있었다. 일단 비주얼도 훌륭한데 재료 하나하나 퀄리티도 나쁘지 않다. 진짜 누가 먹어도 호불호 없는 한식 느낌이랄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찬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하나하나 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잡채를 은근 좋아한다. 다만 이게 시간이 오래되면 면발에 힘이 없고 눅눅해지는데 그런 상태는 좋아하지 않고 양념이 좀 자극적으로 잘된 달달한, 신선한 잡채를 좋아한다. 근데 여기 잡채 맛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밑반찬으로 속을 달래준 뒤에 바로 해물순두부찌개 공략에 들어갔다. 일단 비주얼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재료가 실하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해물인 것처럼 국물이 깊고 시원한 맛이 있었다. 다만 국물 베이스에선 해산물이 많이 들어갔을지 모르겠지만 막상 내가 먹는 부분에선 해산물이 딱히 없었다. 조개 같은 거 몇 개 있었나? 그것도 먹다가 나중에 알았다. 근데 가격 자체가 백화점 내에 입점된 가게인데 1만 원이 하지 않으니 어느 정도는 만족하고 넘어가야겠다. 해산물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팽이버섯 식감과 함께 부드러운 순두부를 밥과 함께 즐겨주었다.
밥과 함께 슥삭슥삭 비벼먹었다. 어디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한식 자체가 비싼 레스토랑과 집 근처 백반집과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다고. 물론 들어가는 재료나 노력이나 실력 등이 다를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맛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이다. 그에 비해 파스타나 스테이크 등은 비싼 만큼 그 차이가 확실하니 그런 서양식 레스토랑은 성장하고 차별화가 되지만 한식 고급 레스토랑은 그런 차별화가 덜하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기 쉽지 않다고 말이다. 나름 일리가 있었다. 물론 막 1인 10만 원이 넘는 한식집을 가면 확실히 다르다. 이게 내가 먹던 한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주얼과 들어가는 재료부터 다르다. 근데 갈비찜 같은 것이 나오면 솔직히 본연의 맛 차이는 크지가 않다. 먹던 맛과 부드러움 등 그냥 동네 잘 나오는 집이랑 비슷하다. 여기 돌장각도 마찬가지다. 그냥 전반적으로 김천과는 퀄리티가 높게 느껴졌지만 맛에서는 대동소이했다. 우리가 아는 그 맛이다.
부추 삼계탕 역시 마찬가지다. 삼계탕의 경우 복날이다 뭐다 해서 다들 많이 드실 것이다. 우린 또 닭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나라니까. 다만 여기 돌장각의 경우 한 끼 뜨근하게 한상차림으로 정갈하게 먹기 좋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지, 여기라서 뭔가 더 특별하다거나 여기에서만 접할 수 있는 맛이라거나 그런 특별함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손님에게 더 신경을 쓴 가게라는 정도의 장점만 있겠다. 물론 여기 시그니처 메뉴 종류를 안 먹어봐서 함부로 판단할 순 없겠지만 일단 이 구성도 만족스러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삼계탕 역시 살 부드러웠고 촉촉하고 국물 시원하고 맑고 맛있었다. 그냥 여기 백화점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편하게 조용한 곳에서 식사하러 오시기 좋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매장에서 일하시는 것 같은 분들이 많이 보이시긴 했다. 무엇보다 여기 테이블도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 괜찮기도 했다. 그렇다고 엄청 넓고 쾌적한 것은 아니었지만!
메인 메뉴 하나도 대충 나오지 않고 이렇게 풍족하게 나왔다. 처음엔 순두부만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계란도 숨어있었다. 뚝배기 안에서 뜨겁게 익은 계란도 은근 매력 있다. 물론 먹을 때 입 안이 데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아무튼 앞서 의도한 것처럼, 아무거나 먹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특별한 것은 먹고 싶지 않은 날 딱 이때의 감성에 맞는 알맞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역시 생각을 비우고 돌아다니면 그에 맞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 꼭 막 찾아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추 삼계탕도 그렇고 해물순두부찌개도 그렇고 한 끼 뜨끈하게 뚝배기 안에서, 밑반찬들 한상차림으로 정갈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돌장각 막 찾아서 갈 가게는 아니지만 이렇게 종종 생각이 날 때 가면 좋은 가게인 것 같다. 나중엔 여기 시그니처 메뉴 라인을 한번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