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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매니아라면 꼭 먹어봐야하는 50년 노하우 마늘통닭

디프_ 2022. 9. 9. 21:00
닭 관련 요리는 믿고 먹을 수 있는, 1971년부터 운영해온 포항 초원통닭삼계탕

 

어떻게 보면 이번 포항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됐던 장소가 되겠다. 워낙에 개인적으로 치킨을 좋아하기도 하고 꼭 놀러 가면 한 번은 닭을 먹는 편이기 때문에 나에겐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물론 혼자서 한 마리를 다 먹을 자신은 없었지만 조금 남기더라도 내 만족도만 높으면 된다는 주의로 바뀌었기 때문에 뭐 괜찮았다. 솔직히 뭔가 음식을 남기려고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살이 찐 것 같기도 하고. 살찌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안 좋은 것이기 때문에 좀 남겨도 되겠다. 근데 그게 습관이 되면 안 되고 최대한 먹으려고 노력하긴 해야지. 애초에 먹을 수 있는 양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아무튼 근데 혼자 여행할 때는 어쩔 수 없겠다. 다 1인분만 먹을 수도 없고, 고기도 먹어야 하고 메인 메뉴도 먹어야 하니. 아무튼 그렇게 숙소에서 걸어서 한 20분 거리에 있는, 서울에서부터 찾았던 그 맛집에 도착했다. 살짝 설레는 순간이었다.

우선 서울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많기도 하고 늦은 시간 식사를 할리도 없고 대부분 10시까지는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막 가려는 가게의 영업시간을 그렇게 진지하게 살펴보진 않는다. 근데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때에는 영업 시간을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다. 그리고 네이버에 시간이 올라와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가보면 문을 닫았거나, 그 시간에 맞춰 운영을 안 하거나 그런 곳이 많기 때문에 꼭 가봐야겠다는 곳은 직접 전화드려 한번 더 확인하는 편이다. 이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으나 막상 기대했던 곳을 못 먹는 상실감보다는 덜하기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또 그나마 시간 내서 다녀오는 짧은 여행 일정도 꼬이면 안 되니까. 여기 1971년부터 운영해온 포항 초원통닭삼계탕 가게의 경우 오전 10시에 오픈하여 오후 9시 30분에 문을 닫고, 매주 월요일 휴무라고 나타나 있었다. 주말에 안 쉬셔서 다행이다. 그렇게 자리에 앉자마자 마늘통닭 한 마리를 주문했다.

 

나의 경우 혼자 오기도 했고 메뉴도 그냥 닭 한 마리 주문했을 뿐인데 밑반찬이 나름 실하게 잘 깔렸다. 아마 삼계탕 주문한 베이스로 공통적으로 깔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절임류도 좋고 풋고추와 당근도 쌈장에 찍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치킨무도 나오고 소금도 나오고 마늘도 나오고, 샐러드까지! 솔직히 식전으로 딱이었다. 둘이 와도 아마 이렇게 구성이 나왔을 텐데 혼자 와도 이렇게 나오니 스타트가 좋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긴 정말 닭 요리만 전문적으로 다양하게 취급하니, 해당 재료 관련 요리는 믿고 먹을 수 있겠다. 마감 시간이 다와 가서 그런지 매장 내부에는 사람이 여유로웠다. 근데 매장 자체가 워낙 넓어서 안쪽 룸은 다 차있는 것 같았고, 나처럼 혼자 와서 식사를 즐기고 가시는 분들도 지속해서 들어오긴 했다. 만약 심야 영업까지 하셨더라도 계속 사람들이 찾아왔을 느낌이랄까. 여기 지역 맛집은 맛집인 것 같았다. 그렇게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열심히 이것저것 먹으면서 속을 달래주었다.

 

솔직히 이것저것 집어 먹으면 안 됐다. 왜냐하면 이때 이미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게 많이 걸었는데 나에겐 걷는 것과 운동하는 것은 소화에 도움이 되지 않나 보다. 물론 아예 관련이 없진 않겠지만 배가 쉽게 꺼지질 않았다. 그만큼 점심에 많이 먹었나? 그렇긴 했다. 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니. 그래도 나름 10km 넘게 걸으면서 해결한다고 했는데 그게 이 상태였다. 그래도 먹으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이렇게 주문한 것인데 마늘 매니아라면 꼭 먹어봐야 하는 50년 노하우 마늘통닭 메인을 먹기 전에 배가 차면 안 되겠다. 그렇게 핸드폰도 보면서 적당히 시간이 흘렀을 때 즈음에 주인공이 나타났다. 기다리면서 매장 내부를 살펴봤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주문과 동시에 통마늘을 직접 갈아 이렇게 위에 올려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비주얼을 보니 정말 통마늘이 갈려져 듬뿍 올라가 있었다.

 

어차피 혼자 먹는 것이니 최대한 맛있는 부위들만 공략하여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줘야 했다. 그래서 바로 닭다리를 집어 들어 올렸다. 일단 우리가 흔히 먹는 프랜차이즈 치킨처럼 겉에 뭔가가 있지 않았다. 정말 오리지널 통닭 그 자체를 바로 튀겨서 이렇게 내어주시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껍질 자체만 봐도 옛날통닭처럼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마늘 역시 별도 양념이 되어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마늘만 먹으면 정말 우리 간마늘을 먹는 것처럼 알싸한 게 확 올라왔다. 그래도 뭔가 적당히 양념이 되어있어서 숟가락으로 먹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포인트가 없었다. 정말 이름 그대로 리얼이었다. 그래서 간혹 나처럼 약하게 봤다가 기침을 심하게 하실 수 있으니 조심히 접근해야겠다. 원래 이런 마늘통닭 계열을 먹으면 그냥 올려진 대로 먹거나 오히려 더 올려서 먹곤 하는데 여기선 조금씩 덜어내기 바빴다. 그만큼 정말 찐이다.

 

1971년부터 운영해온 포항 초원통닭삼계탕 치킨무도 먹어주고 열심히 다리도 뜯고 마늘도 올려주고 하면서 먹었다. 일단 처음부터 양념치킨 소스가 나오진 않았지만 요청하면 주시니 참고하시도록 하고, 소금만 톡톡 찍어서 먹었다. 근데 진짜 여긴 정말 그냥 통닭 그 자체다. 별도 양념이나 염지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간혹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신 분들은 좀 심심하다 느끼실 수 있겠다. 근데 요즘은 오히려 너무 자극적인 것들이 많아 다들 단순한 맛으로 돌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여기 통닭 그 자체와 생마늘 그 자체, 그리고 소금 본연의 맛만 즐기면 아주 맛있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앞서 보여드렸듯이 밑반찬이 다양하게 있으니 중간중간 먹어줘도 되고! 개인적으로 샐러드를 비닐장갑도 꼈겠다 어차피 치킨무처럼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손으로 팍팍 집어서 먹었었는데 꽤나 맛있었다. 집에선 그렇게 안 먹으면서 밖에선 샐러드를 왜 그렇게 먹는지 모르겠다.

나름 먹는다고 먹었는데 슬슬 반을 먹은 것 같다. 그래도 여기 나름 1인 1통닭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튀김 껍질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먹는다면 먹을 수 있겠다. 만약 내가 빈속으로 왔다면 평소처럼 살을 꼼꼼하게 못 발라먹긴 했겠지만 다 먹긴 했겠다. 약간 피자 도우가 씬피자 느낌이랄까. 기본이면 많이 못 먹어도 씬은 거의 한판을 다 먹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마늘의 향을 느껴가며 튀김의 바삭함을 즐겼다. 아무래도 갓 튀겨져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 굉장히 뜨겁다. 손으로 들기도 힘들달까. 근데 이때쯤에는 적당히 식어서 더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렇게 살이 많은 부위는 막 유명한 프랜차이즈 닭가슴살처럼 촉촉하다거나 부드럽진 않았다. 정말 그냥 옛날 시골 통닭 그런 느낌이다. 근데 그런 퍽퍽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고 하니 이건 실력의 문제는 아니겠다. 실제로 소금과 함께 먹으니 나도 맛있게 먹기도 했고.

 

탄산의 힘을 빌리기도 했고 슬슬 배가 불러가 다른 소스의 힘을 빌려보고자 양념치킨도 요청드렸다. 그렇게 찍어서 먹어봤는데 내가 배가 부른 것인지 아니면 마늘향에 중독이 된 것인지 크게 무슨 맛이 나진 않았다. 그냥 소금에 찍어서 먹는 게 더 잘 어울리고 향도 잘 느껴지고 그래서 한두 번 먹고 다시 원래 먹던 방식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마늘 듬뿍 해서 먹었다. 마늘이 몸에 좋다고 하니 이렇게 먹어도 괜찮겠지? 마늘 매니아라면 정말 여기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름 이 종류를 좋아해 어디 가서 마늘통닭 메뉴가 보이면 시켜먹곤 했는데 이렇게 정말 100% 리얼하게 나오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확실히 1971년부터 장사하셔서 여태까지 운영해오신 50년 노하우가 느껴지는 식사였다. 그렇게 거의 2/3 정도를 먹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때 기분 좋음 배부름과 함께 적당히 신도 나서 한번 삼계탕도 먹어봐야겠다 싶었는데 결국 먹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혹시 다음에 포항을 또 언제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게 된다면 삼계탕을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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