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아침, 속을 달래주기 좋은 형제섬 보말칼국수
이번 여행에서 하나 느낀 것이 있다. 생각보다 제주도에 보말 종류 음식을 파는 가게가 많지 않더라. 내가 예전에 처음으로 2주 정도였나. 놀러 왔을 때 그때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장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었다. 그래서 식당을 찾아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뭔가 '어느 가게가 별로 없네?'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다. 근데 이번에 나름 짧다면 짧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변을 대상으로 가게를 찾게 되었는데 오늘 기록하는 이 가게가 주변에 많지 않더라. 지도를 조금 넓게 두고 봐도 없었다. 해안가 주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게 그냥 무슨 프랜차이즈처럼 건너 건너 판매하는 메뉴인 줄 알았는데 나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물론 그 지역마다 파는 가게 하나씩은 있긴 한 것 같은데 내 생각보단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놀러 왔으니 한 번쯤은 제대로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근데 타이밍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구경도 하고 숙소를 옮겨야 하는 타이밍이 있었다. 그래서 아 이때 딱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봤는데 마침 근처에 형제섬이라고 보말칼국수 메인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다. 리뷰나 여러 가지 정보가 딱 내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진 않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찾기 힘든 가게였기 때문에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방문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잘 찾아왔다. 주차 공간도 아직 한산한 시간 때문인지 괜찮아서 바로 앞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뭔가 가게 내부의 느낌 자체는 햇살이 들어와서 그런지 아늑하고 따뜻하고 그런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았고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메뉴판을 살펴봤는데 딱 내가 원하는 구성으로는 주문할 수 없었다. 아침 첫 끼니이기 때문에 세트 메뉴는 꽤나 헤비할 것 같았고 그냥 단품으로 주문하고 싶었다. 근데 그마저도 보말죽과 보말칼국수 두 종류를 동시에 먹기 보단 그냥 칼국수 하나만 시키고 흑돼지 수제 떡갈비 하나만 시켜서 먹고 싶었다. 그렇게 두 개를 먹으면 딱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떡갈비가 따로 메뉴판엔 보이지 않았고 세트 메뉴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혹시 저것만 따로 판매하시냐고 여쭤보니 그렇겐 판매 안 한다고 하셨다. 아마 저건 세트 메뉴로 가족 단위나 혹은 그 인원수에 맞는 사람들이 왔을 때 주문하기 용이하도록 미끼 상품으로 넣어두신 것 같았다. 아이들이 향 때문에 보말은 안 먹을 수 있어도 떡갈비는 먹기 편할 테니 말이다. 구성은 이해가 가나 나름 저 강제적인 방식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사장님이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뭔가 불편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메뉴는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려서 나왔다. 이게 오픈 초기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여기 형제섬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주문 후 조리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정말 나오자마자 먹으면 엄청 뜨거워서 바로 데일 정도의 온도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식혀가면서 먹어야겠다. 그럼 본격적으로 후기 글을 적기 전에 보말이 무엇인지 알아봐 볼까? '제주도에서는 고둥을 통틀어 보말이라고 부른다. 보말(바다고둥)은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해안 지역에서 돌의 아랫부분에서 채집할 수 있으며 제주도 해녀분들이 힘들게 하나하나 직접 채취해 주세요. 해초만 먹고 자라는 보말은 쫄깃하고 고소한 맛은 물론 칼슘, 철분, 단백질 등의 영양이 풍부하여 환자분들 영양식 재료로도 좋고요. 미네랄이 풍부하여 숙취 해독, 간, 위를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또한 남성활력계를 좋게 하고 우울증 방지에 좋은 아르기닌이 소고기보다 많이 들어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많이들 찾으시나봐요~'
해녀분들이 손수 채취해 더 쫄깃하고 고소한 보말. 먼저 죽부터 공략해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굉장히 뜨거우니 조심해야겠다. 그래도 김치나 깍두기가 있어서 적당히 식혀 먹을 수 있었다. 일단 사진으로 보기엔 보말이 잘 안 보여서 '뭐야?' 이러실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더 무겁기 때문에 아래 가라앉아 있다. 적어도 한두 숟갈씩 뜨면 같이 딸려 나와 입 안에서 그 탱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밥알은 부드럽고 보말의 식감은 살아있기 때문에 나름 매력적인 즐거움을 준다. 다만 나처럼 향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런 해초라고 해야 하나. 바다의 향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물론 그 뜨거움 때문에 아주 약하게 그런 부분들이 느껴지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해산물에 약하다 보니 그런 향이 올라오긴 하더라. 아니면 아침 첫 끼니라 입 안이 민감해져 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나처럼 초보자들을 위한 경험담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날 메인이었던 보말칼국수 비주얼이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먹고 싶었지만 가고 싶었던 가게가 문을 닫아 못 먹었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렇게 저 미역은 아니고 뭐지. 매생이! 저 매생이가 자작자작 올려져 있어서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해산물에 약하지만 저 부분은 좋아한다. 미역국도 잘 먹으니 뭐 그런 정도의 느낌이다. 불편함 하나 없이 괜히 더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나타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역시 이렇게 보말이 가득하게 잘 들어있었다. 확실히 가격을 천 원 이천 원 더 받아도 이렇게 재료들이 실하게 들어있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 메뉴를 먹거나 봤을 때 메뉴명에 걸맞긴 해야지! 간혹 뭐 밀가루만 잔뜩 있는 곳들도 있고 그래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적어도 여기 제주도 형제섬은 그렇진 않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죽보단 칼국수가 더 좋았다. 앞서 죽에서 느껴졌던 향이 칼국수에선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매생이가 그런 향을 잡아주었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초보자들이 더 친숙하게 접근하기 괜찮은 맛과 향이었다. 면 역시 직접 숙성시키셨다고 하니 그 감칠맛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송악산에 잠시 오르며 소화를 시켰다. 여기에 마라도로 떠나는 선착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고 좀 복잡했다. 근데 막상 산에 오르시는 분들은 많이 없어서 송악산에선 편안함과 여유를 즐길 수 있겠다. 물론 날씨가 받쳐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해녀분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이 형제섬 가게의 경우 내가 다녀간 이후 매장 이전을 했다고 한다. 만약 오늘 포스팅을 보고 가봐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검색 후 옮긴 장소를 확인한 뒤에 가보시면 되겠다.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제주도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