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어있는 메모장, 팥빙수 판매까지 완벽한 제주도 서귀포 숨겨진 맛집 봉분식 소개해요
분식은 정말로 잘 먹어본 기억이 없다. 학생 때도 그렇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다. 뭔가 어렸을 적에 문방구에서 파는 것을 먹을 때도 쥐포나 닭꼬치 이런 것을 먹었지 막 컵볶이나 이런 것도 별로 안 먹은 것 같다. 신기하게도 친구들 중에서도 분식을 막 엄청나게 좋아하는 친구가 없기도 했다. 내가 남자여서 그런가? 근데 뭐 요즘은 신전이나 엽떡 등 남녀 구분 없이 다 좋아하긴 하니까 꼭 그런 이유도 아니겠다. 아무튼 나의 경우 그렇게 살아왔는데 유일하게 가끔 찾기도 하고 먹는 떡볶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집에서 아버지가 만들어주시는 것! 그냥 그게 내 입맛에 맞고 맛있었다. 근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단맛 베이스라 그랬던 것 같다. 난 단맛은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단맛을 좋아하나 보다.
아무튼 집에서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것만 먹었다. 그것도 뭐 자주 먹은 것도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먹나. 아무튼 그만큼 분식을 잘 찾지 않았다고 보면 되겠다. 근데 갑자기 어느 날 즉석떡볶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그 이후 신전부터해서 정말 엽떡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 한번 그 매콤함에 빠져서 종종 먹게 되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 잘 즐기고 있다. 입맛이 변한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이 세계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이다. 맛있더라. 다만 아무 곳에서나 먹는 것이 다 맛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선호하는 맛이 있다. 아마 나는 초보자이기도 하고 좀 평범한 입맛인 편이라 아마 내가 좋아하는 프랜차이즈나 분식 맛의 경우 대부분 괜찮지 않으실까 싶다. 오늘 소개할 여기 제주도 봉분식이 그런 곳이다. 요즘 가게들과 다르게 옛 추억이 서려있는, 매력적인 가게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뭔가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다.
매장 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다. 그래도 테이블이 조금 있는 편이고 벽에는 이렇게 손님들이 붙이고 간 메모지들이 붙어있었다. 한쪽에 테이프가 있어서 뜯어서 누구나 적고 붙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나 역시 기념으로 다 먹고 나서 메모장 하나 써서 붙이고 왔다. 여기 역시 다음에 또 제주 여행을 오면 들릴 생각인데 그때 내 메모장이 살아있으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꼭 찾아봐야지. 아무튼 여기 가게에 들어와 주문을 하는데 사장님께서 아마 김밥에 들어가는 그 도라지라고 해야 하나. 아닌데 죽순도 아니고 아 맞다 우엉! 그것을 손질하고 계셨다. 그리고 여기 하나하나 맛을 봐봤는데 이건 어디서 떼어오시는 것이 아니고 재료 하나하나 직접 손질하여 내어 주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진위여부는 모르고 내가 본 것과 입맛 기준이다. 우엉은 진짜 뭔가 계속해서 만들고 계셨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뭔가 여기 들어오기 전부터 완전 내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다 먹어보고 싶었다. 물론 정말 먹고 싶었던 팥빙수는 못 먹었지만 그래도 분식 메뉴 총집합 스타일로다가는 먹을 수 있었다. 어묵, 떡볶이, 순대, 오징어 튀김 조합 말이다. 라면과 같은 것만 빼면 이 정도면 분식 제대로 즐겼다 할 수 있는 메뉴 구성이다. 주문 후 좀 시간이 걸려 메뉴가 나왔다. 홀에 사람들이 있기도 했고 따로 포장을 해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그리고 메뉴 특성상 나처럼 관광객이 주로 찾는 가게는 아니었다. 여기 근처 사시거나 제주도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이 들리셨다. 사장님한테 이것저것 이야기도 하고 그러시더라. 근처에 따로 주차 공간이 없기 때문에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오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근데 우린 워낙 빨리 먹어서 그런지 따로 주차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주말이 그랬나? 자세히 보진 않았는데 아무튼 요금 안 나왔으니 공영 주차장에 하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일단 여기 추억의 떡볶이 봉분식 비주얼은 합격이었고 바로 매콤한 것부터 먹는 것보단 좀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 어묵이나 튀김 같은 잔잔한 것들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게 아점 첫끼니 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좀 조심 좀 했다. 이제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속이 예전 같지 않더라. 이걸 운동으로 극복해야 하나. 그건 외적인 것이고 이미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냥 과식하지 않고 속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래도 맛있는 것 앞에선 못 참는데 이날이 그랬다. 뭔가 이런 감성이 오랜만이기도 했고 여기가 아니면 이 맛을 못 찾을 것 같아 좀 집중하고 먹기 시작했다. 어묵의 경우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평범한 맛 정도라 느꼈던 것 같다. 뭐 근데 이건 입가심 플러스 시원한 국물 때문에 시키는 것이지 뭐.
오징어 튀김 안에는 이렇게 오징어가 실하게 들어있다. 그리고 튀김 껍질 자체가 두꺼운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잘게 자르다 보면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튀어나온다. 오히려 막 튀김 껍질이 두꺼운 것보다 이렇게 나오는 것이 낫겠다. 떡볶이 양념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바삭하면서도 매콤하게 물리지 않는 것이 정말 최고의 조합이다. 그리고 이렇게 중간중간 짭조름한 국물도 떠먹어주고! 그리고 처음부터 비주얼이 마음에 들었던, 여기 메인인 떡볶이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일단 소스 자체가 걸쭉하게 나와 떡에 진득진득 붙어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농도 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 뭔가 맛이 더 촥 와닿는 달까. 아마 나처럼 간을 좀 세게 드시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 것이다. 이게 물기가 많다 하여 간이 약한 것은 아닌데 대부분 좀 그렇더라.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입 먹고 나서 이게 쌀떡인지 밀떡인지는 잘 모른다. 뭔가 차이점을 구분하고 먹기 시작했으면 경험치에 의해 알았을 텐데 먹을 땐 워낙 생각 없이 먹다 보니 구분하는 방법도 모르겠다. 혹시 아시는 분들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시면 다음에 먹을 때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아가 보도록 하겠다.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냥 맛 후기를 말씀드리자면 떡 자체가 그냥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가래떡 먹는 느낌이랄까. 그 자체로 맛있었는데 소스 역시 적당히 매콤하고 달달하고 너무 좋았다. 요즘 유명한 곳들처럼 캡사이신과 같은 인위적인 매운맛도 하나도 없고 그냥 감칠맛 나게 물리지 않게 매콤 달달하니 너무 좋았다. 다만 아예 안 매운맛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조금이라도 매운 것을 못 드시는 분들은 비추천드린다. 근데 신라면도 조금 매워하는 내가 맵지 않게 맛있게 먹었으니 대부분 잘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워낙 다들 매운맛을 선호하시니 괜찮겠다.
이날 어묵 다음으로 평범했던 메뉴는 순대였다. 순대는 아마 여기서 직접 만드시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순대 자체가 워낙 손이 많이 가서 대부분의 가게에서 떼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무슨 사진을 봤는데 광장시장에서 할머니가 그냥 시장 중앙 길에서 순대를 판매하시는데 아직 짐을 다 푸시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라. 그 할머님은 아마 직접 만드시는 것을 판매하니 그런 인기가 있는 것 아닐까 싶은데 여기 제주 봉분식 순대는 평범했다. 뭔가 특별한 그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다만 이 맛을 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위 사진처럼 먹는 것이다. 일단 마법의 소스인 떡볶이 소스를 찍어먹거나, 아니면 소금을 찍어먹거나 아니면 둘 다 같이 찍어먹거나 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둘다 다 찍어먹는 것을 좋아한다. 짜고 달고 좋더라. 단짠단짠 조합이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튀김도 이렇게 소스에 찍어먹고 추억의 떡볶이 맛도 야무지게 즐겼다. 솔직히 여기 막 저렴하다 이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요즘 이 가격에 이렇게 판매하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맛도 좋고 여기 분위기도 좋은데 이런 퀄리티까지 제공되니까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가격이 싸게 느껴졌다. 근데 가격의 경우 상대적인 것이니 뭐 함부로 말할 순 없겠지만 내 입장에선 굉장히 괜찮은 가게라 느꼈다. 일단 이 가게만의 매력이 있어서 그 희소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근데 먹을 땐 몰랐다가 지금 포스팅하면서 생각난 것인데, 부산에 상국이네였나. 그 떡볶이 집과 느낌이 좀 비슷한 것 같다. 거기도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다 생각했는데 내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 보다. 프랜차이즈로 따지면 요즘 좀 포스팅했었던 우리 할머니 떡볶이 그곳이 비슷하겠다. 거기도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요즘 안 먹은 지 시간이 꽤 됐다.
마지막에 오징어 튀김만 조금 남기고 거의 다 먹은 것 같다. 순대도 다 먹어가고! 이게 첫 끼니라 많이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조금 남기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잘 먹었다. 원래 아점이어도 첫 끼니는 잘 못 먹는 편인데 배 터지게 잘 먹었다. 아마 맛있으니까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맛있었다. 그래서 제주 여행을 준비 중이신 분들에게 여길 추천드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 지역에 오시면서 떡볶이를 드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 보니 실제로 가실 분들은 많이 없으시지 않을까 싶다. 근데 정말 맛있고 매력이 있어서 한 끼 정도는 이렇게 해결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마지막으로 벽에 붙어있던 메모장 중 한 문장을 적으면서 포스팅을 끝내겠다. '제주에는 생각보다 맛있는 분식집이 없다. 제주살이 3년 차, 분식집 서쪽에서 제일 맛있어요.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 행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