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딱 세 시간씩만 장사해 동네 사람들 아니면 못 간다는 현지인 맛집이에요
아마 여기가 정말 내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고깃집은 아닐 것이다. 근데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근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최근에 내가 먹었던 곳 중에서, 그리고 지금 기억이 나는 가게들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생각 들었던 곳은 오늘 소개할 곳이다. 여긴 정말 우연히 알았다. 이번 제주도 여행 일정에 여긴 없었다. 그러다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놀러 갈 건데 뭐 맛집 추천해달라고 던져봤고 여러 곳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검색을 해보니 나름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있어 더 자세히 봐봤는데 비주얼이 완전 딱 내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한 번은 유명한 프랜차이즈에서 고급스럽게 먹으니 이런 스타일로도 먹어보면 좋겠다 싶어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잊지 않고 이렇게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안 왔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일단 여기 한아름식당의 경우 위에 적은 것처럼 아침과 저녁 딱 세 시간씩만 장사를 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을 잘 맞춰가야겠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것이 여기가 이렇게 시간을 맞춰서 장사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시간 알맞게 도착을 했었다. 아니면 이때는 그냥 장사를 계속하셨나? 잘 기억나진 않는데 아무튼 그냥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 사진 위에 번호가 있으니 가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전화를 해보고 맞춰 가보면 되겠다. 근처에 주차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딱히 자리가 없더라도 길에 주차를 하면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만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못 참으실 텐데 뭐 동행인이나 다른 루트를 고민해보셔야겠다. 나의 경우 술은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괜찮았다. 맛있는 것 먹기만 해도 대만족이다.
일단 아직 고기가 구워지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맛있음이 느껴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여기가 그렇다고 막 일인분에 몇만 원 하고 인테리어 고급지고 그런 곳도 아니다. 정말 그냥 딱히 뭐라 말은 못 하겠지만 오리지널 우리가 먹어왔던 고깃집 스타일이랄까. 지금은 메뉴판 옆에 적힌 날짜가 지나서 1인분 가격이 바뀌었겠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1인분 만원이면 이렇게 육질 좋은 생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채소나 김치, 된장들도 마찬가지로 먹을 수 있었고. 뭔가 이 가게 분위기 자체가 저런 찬들도 사오시기보단 직접 만드시는 것 같다. 생김새도 그렇게 생겼고. 다만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여쭤보지 않았다. 다만 먹어본 사람 입장에서 그냥 맛있었다. 모두 다 말이다. 아마 여기 분위기부터 뭔가 메뉴가 나오는 스타일까지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너무나 긍정적인 상태였던 것 같다.
솥뚜껑 같은 철판 위에 생고기를 올리고 김치도 좀 올렸다. 김치를 올린 이유는 처음에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비주얼을 살려보고자 조금만 올려봤다. 근데 딱 생긴 것부터 묵은지처럼 그냥 흰쌀밥 위에 올려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 다 올리진 못했다. 실제로 그렇게 먹으니 맛있기도 했고! 그리고 뭔가 이날은 김치로 배를 채우기 싫었다. 그냥 고기에 맛있음이 쓰여진 기분이었고 고기로만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 두툼하고 적당히 살코기와 지방이 섞여있는 생고기가 빨리 익길 바랬다. 아주 예전에 어렸을 때 동네에 굉장히 유명한 흑돼지 집이 있었는데 뭔가 거기 느낌도 살짝 났다. 근데 요즘은 또 트렌드가 바뀌어서 이런 스타일 가게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포스팅하고 다들 아시는 숙성도보다 여기가 괜찮았다. 물론 스타일 자체가 두 가게가 다르긴 한데 개인적인 입맛은 여기가 더 맞더라.
앞서 고기로 배를 채워야 한다고 했지만 밥은 또 별개다. 그 이유는 뭔가 고기가 맛있으면 밥이랑 같이 먹으면 그 맛이 더 배가 된다. 비록 흰쌀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 여긴 뭔가 다 느낌이 좋았다. 어느 가게든 뭐 햇반을 데워주는 것도 아니고 밥을 지어주시겠지만 그냥 여긴 그런 느낌이 더 배가 되었다. 사장님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응대도 잘해주시고 잘 챙겨주시고 뭔가 그런 잔잔한 분위기마저도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여행시에 먹는 것들이 평소와는 다를 것이다. 먹는 것은 맛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감정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아마 들뜬 상태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더 좋게 기억하게 되겠지. 그래서 좀 객관적인 부분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가게는 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여기 1인분 만원이면 육질 좋은 생고기를 실컷 먹는 제주 한아름식당 추천을 굉장히 많이 했다. 제주도에 놀러 간다는 친구가 있으면 기회가 되면 여길 꼭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 가본 친구는 없다. 근데 여기 여행 자체가 코스 짜는 것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끝과 끝이 엄청 멀지 않더라도 여행 가서 운전만 할 순 없으니 애초에 동선 자체가 안 맞으면 갈 수 없겠다. 근데 나의 경우 여기서 이날 인생 고깃집 맛을 경험했으니 다음엔 여기를 메인으로 주위에 동선을 짜겠지. 숙박을 한다든가. 다행히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왔을 때 술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근데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못 참으실 맛과 비주얼 그리고 분위기다. 그리고 이건 나만 느낀 것이 아니고 뒤에 있는 테이블의 말을 우연히 들었는데 아이가 있었던 그 가족도 '여기 진짜 맛있다. 내일 다른 곳 말고 여기 또 오고 싶다.' 이렇게 말했다. 정말 진짜고 나도 공감했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 여길 소개해준 친구에게 어떻게 여기 알았냐고 물어봤다. 왜냐하면 내가 만약 친구에게 여길 듣지 않았다면 아마 이 가게를 절대 못 찾아왔을테니 말이다. 나름 맛집을 검색하는 편인데 여긴 정말 레이더에 없었다. 그리고 가게 상호명을 알고 나서도 나름 노력하며 찾았던 것 같다. 주변에 고깃집을 검색했을 때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나름 여기도 아침, 저녁 딱 세 시간씩만 장사한다는 장벽도 있겠지만 그런 홍보적인 측면 부분도 무시 못해서 더욱더 동네 사람들만 온다는 말이 되겠다. 실제로 내가 갔을 때 앞서 말한 뒷 테이블 말고 정말 동네 분들이 많이 계셨다. 사장님이랑 친하신 분들도 많고 뭐 알아서 술 챙겨가시고 뭐 그러시더라. 뭔가 오랜만에 정감 가는 현지인 맛집을 찾아온 기분이 그런 느낌도 좋았던 것 같다.
자꾸 좋다는 말만 하는데 홍보는 아니다. 분명히 이제 매번 아니라고 해서 또 저 말 하네 싶으신 분들도 있을 텐데 새롭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니 말하게 된다. 방문자가 다 나를 봐오셨던 분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먹고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오늘 아니면 여길 또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1인분을 추가 주문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배가 부른 상태이니 상추쌈도 먹어가며 조합을 여러 가지로 먹기 시작했다. 상추 자체도 굉장히 싱싱하고 뭔가 사 오시는 느낌이 아니라 직접 재배하신 느낌이다. 뭐 개인적으로 이런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신빙성 없이 들어주시면 되겠다. 근데 맛만은 진짜다. 소금 톡톡 찍어서 먹으면 정말 질긴 부분 하나 없이 부드럽고 맛있다. 구운 김치도 매력적이고! 여기 고기가 신선할 뿐만 아니라 애초에 요리 실력이 있으신 것 같다. 그러니 뭐 이렇게 장사가 잘 되시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만원이면 먹을 수 있는 육질 좋은 생고기라는 타이틀만 있고 이게 흑돼지인지 뭔지는 안 나와있다. 나름 서칭을 좀 해봤는데 그것도 의견이 다 다르더라. 그래서 나도 막 무슨 돼지다라고 말은 안하고 여기 메뉴판에 나온 것처럼 생고기라고만 말하고 있다. 근데 제주산이라고 쓰여있으니 뭐 어디서 어떻게 가져오신 것은 아니겠다. 그래서 사장님께 전화해서 한번 여쭤볼까 싶기도 했는데 괜히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 그러진 않았다. 근데 우리가 뭐 맛만 있으면 됐지 언제부터 그렇게 종류를 따졌나 싶다. 여기 제주 한아름식당 가게는 그런 것 고려 없이 꼭 와바야 한다. 일단 가격도 착한데 퀄리티도 좋고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그러니 말이다. 요즘 대부분의 가성비 가게는 뭔가 수익을 빼먹을 수 있는 함정 같은 것이 있는데 여긴 그런 부분도 못 찾았다. 아마 그게 술이려나?
나름 그래도 여행인데 분위기를 내본다고 한라산 한병을 주문했다. 물론 나는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시진 않았다. 근데 저 한라산 한두 잔 마셨나. 여행 내내 들고 다니다가 결국 마지막 날에 버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냥 두 잔 마시고 두고 오긴 아쉬워 뭐 가지고 다니면 언젠간 먹겠지 싶어 들고 다녔는데 괜히 짐만 되었다. 하긴 일 년에 소주를 한 번도 안 마시는 내가 저걸 챙겨 온다고 뭔 의미가 있으리. 그래도 나름 여행인데 한라산 소주 한 번은 경험해볼 만한데 타이밍도 안 맞고 생각도 안 나더라. 그렇게 제주도를 다녔어도 아직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 다음엔 기회가 있으려나. 만들어봐야겠다. 아무튼 이렇게 친구 소개로 동네 사람들만 방문한다는 현지인 맛집을 다녀왔다. 너무 맛있었고 다음 여행 시 무조건 여긴 또 갈 예정이다. 물론 계획된 일정은 없지만. 만약 여행을 준비 중이신데 이 근처를 지나치시는 분이라면 꼭 세 시간만 장사하시는 시간 체크하시고 가보시면 좋겠다. 진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