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20년 노하우가 담긴 고집으로 탄생한 광흥창 육도 돼지고기

디프_ 2022. 6. 14. 20:00
2주간 숙성된 생고기를 숯불 위에서 먹기 직전까지 구워줘 편하고 맛있는 고깃집

 

매번 이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가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최근 2~3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도 있었지만 정말 많은 가게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고 그랬다. 오늘 소개할 이 가게의 경우 아예 초기부터 보진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 먹자 골목 메인에 위치하진 않고 거의 끝쪽에 있긴 해서 잘 안 보이긴 하는데, 그냥 이런 가게가 생겼구나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근데 뭔가 인테리어도 좋고 괜히 맛집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언제 한번 가야지 싶었다. 그러다 여기 맛있다는 이야기를 건너서 듣게 되었고 한번 시간이 날 때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날을 맞춰 오게 되었다.

딱 한번 방문했던 내 기준으론 별도 예약은 필요 없었고 테이블마다 사람이 있긴 했는데 대기까지 발생하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는데 매장 내부가 넓지 않고 좁다 보니 막 쾌적한 그런 기분은 들지 않겠다. 근데 하나하나 세심하게 여기 일하시는 분들이 신경을 써주셔서 뭐 불편한 것은 전혀 없었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기도 하고! 원래라면 육도 한판을 주문했을 것 같은데 2인으로서 만히 남을 것 같아 삼겹살 하나와 목심살 하나를 주문했던 것 같다. 평소 그랬듯이 별도 주류는 주문하지 않았다. 뭐 가끔 마실 것이 그리울 때면 탄산을 찾는데 요즘은 탄산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라리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카페를 가고 있다. 뭐 음료수 가격이나 카페 가격이나 큰 차이가 없는 요즘이니까!

 

일단 여기 광흥창 육도 돼지고기 장점 중 하나가 숯불에 구워진다는 것이다. 솔직히 예전엔 별 생각 없었는데 요즘은 워낙 숯불에 해주는 곳이 없다 보니 더 희소성 있고 괜히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근데 또 최근에 포스팅하는 곳들을 보면 숯불에 해주시는 곳들이 많은데 아마 내가 이런 곳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니면 맛집들이 다른 곳들과 다르게 조금 더 고생하여 숯불을 통해 구워주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게 장점이고 또 하나는 이렇게 2주간 숙성된 생고기를 사장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구워주신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냥 먹기만 하면 된다. 고기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구워주느냐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나처럼 잘 못 굽는 사람들 입장에선 편하겠다. 다만 다 구워지기 전까지 대화를 마음 편하게 못 나눈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그 기간 동안 마음 편하게 밑반찬들을 즐기면 좋겠다. 이 근처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에 회식이라면 고기를 굽지 않아도 되고 이 순간엔 마음 편하게 다들 대화를 못할테니 또 신경 안 쓰고 있을 수도 있고. 나름의 장점도 있겠다. 물론 나의 경우 여기까지 단체나 모임 등으로 올 일은 없기 때문에 살짝 불편하긴 했는데 맛있는 고기만 먹을 수 있다면 그 정돈 괜찮았다. 솔직히 뭐 의식도 나 혼자 하는 것이니까. 들려도 상관없는 대화들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 가게의 경우 김치는 모두 손수 담가서 어디에서나 맛볼 수 없는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파를 구워주는 것 하며 버섯이나 애호박 등 별것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씩 있으면 그 감칠맛이 있는 것들을 같이 구워주셨다. 이런 게 소비자 입장에서 잔잔하게 다가오는 매력이다. 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 구워진 고기는 이렇게 한쪽으로 몰아주시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먹으면 되겠다. 찌개 역시 저렇게 불판 위에 같이 올라가져 있어서 항시 뜨겁게 먹을 수 있다. 간혹 서비스로 나오는 찌개의 경우 나중에 식어서 아쉬운데 이렇게 같이 나오니 끝까지 뜨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요즘 자주 보는 유투버의 경우 저기에 밥을 넣고 고기도 넣어서 뭔가 죽도 아니고 찌개도 아니고 그 중간의 어딘가 느낌으로 먹긴 하던데 꽤나 맛있어 보였다. 근데 막상 내가 먹을 땐 시도는 안 하게 되더라. 그냥 그 국물 자체로도 좋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여기 양념장뿐만 아니라 소스까지 하나하나 정성 들여 건강을 생각하며 만드셨다고 하니 믿고 편하게 즐기면 되겠다. 그래도 난 일단 무조건 고기는 소금과 최고라 생각하기 때문에 소금을 찍어서 첫 입을 맛보았다.

그다음 여기 특제 소스 같은 것도 맛보고 마늘도 먹고 잘 구워진 대파도 먹고 그랬다. 집에서도 가끔 이렇게 대파를 구워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요리를 안 하다 보니 그런가 막상 이런 때가 아니면 잘 안 먹게 된다. 그리고 먹는 와중에 끊기지 않도록 사장님께서 저렇게 다음 부위를 구워주셨다. 그냥 편하게 먹기만 하면 되겠다. 술도 따로 먹지 않으니 계속해서 바로 먹게 된 것 같다. 정말 식사만 하러 온 느낌? 근데 원래 나에게 식당은 그런 곳이니까. 카페도 오랜 시간 앉아있기보단 정말 음료만 마시고 나오거나 테이크 아웃을 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뭔가 한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못하는 편이다. 그러니 사회생활도 힘들어하는 것 같고. 아무튼 뭐 그렇고, 여기 광흥창 육도 돼지고기집의 경우 솔직히 오기 전까지만 해도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 하나하나 접할수록 그 매력을 알 수 있었다.

 

보기엔 정말 단순해보일 수 있지만 그건 결과물만 봤을 때의 이야기고 그 과정을 보면 정말 모든 것이든 흉내내기는 힘든 법이다. 뭐든 다 그렇다. 결과만 보면 평가하긴 쉽다. 그 과정을 겪어봐야 진짜라 할 수 있겠다. 이 가게 역시 그냥 바로 생긴 것이 아니라 2001년부터 이 근방에서 풍산집이라는 다른 돼지고기집을 20년간 운영하시다가 새로 만드신 것이라고 하니, 그 과정에서 겪으셨던 노하우들이 다 반영되어 있는 것이겠다. 일단 생고기 자체를 2주간 숙성시켜서 육즙이 살아있는 최고의 맛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시니 이런 차별화된 포인트들도 있고 말이다. 다 구워진 고기들을 봐도 두툼한 것이 안에 육즙을 가득 잘 담고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근데 실제 맛도 그렇다. 돼지고기라고 안 믿길 정도로 너무 부드럽고 촉촉하고 그렇다. 겉바속촉이란 표현을 요즘 굉장히 자주 쓰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다. 맛있다.

찌개부터해서 잔잔하지만 다른 것들도 너무 좋고 고기 퀄리티도 좋고. 너무나도 맛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잘 먹었다. 실내도 쾌적하고! 뭔가 가끔 식당을 가다 보면 '이런 곳이 장사가 잘 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가게들이 있다. 근데 여기가 그렇다.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론 내가 왔을 때 대기 없이 먹고 싶은 마음도 있다. 최근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게가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뭔가 지금 마음으로는 장사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겠다. 기다려도 뭐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긴 하니까. 와사비도 곁들이고 그냥 먹기도 하고 하면서 계속해서 끝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그래도 역시 소금이 최고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요즘 고기 맛집들이 워낙 많아 그 순간이 아니라 한 달 뒤에 돌이켜보면 거기가 다 거기인 것 같지만 그래도 여기 육도는 육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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