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주소 잘못 찍어 우연히 만난 제주도 해물라면 맛집
제주도에 갈 때마다 고민했던 메뉴가 있다. 바로 라면이다. 라면도 그냥 라면이 아니라 해물라면을 말한다. 이상하게 TV에서도 그렇고 뭐 블로그나 그런 곳에서 분명히 맛있어 보이는 곳을 많이 발견했는데 가려고 하면 어딜 가야 할지 막막하더라. 그리고 정말 맛있는 곳들만 소개하는 곳에선 또 이 메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찾는 능력을 발휘해서 찾아보려고 하면 평점도 좀 아쉽고 아니면 너무 홍보만 잘 된 곳이고 그렇더라. 실제 음식 사진까지 보고 나를 만족시키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여태까지 제주도를 그렇게 가면서 제대로 된 해물라면 한번 못 먹어봤다. 물론 그냥 가볍게 먹은 적은 있지만 아무튼 나를 만족시키는 곳은 없었다.
근데 내비게이션을 잘못 찍어 우연히 들린 가게에서 너무나도 괜찮은 맛을 발견했다. 가격도 착하고 구성도 좋고 맛도 있었다. 솔직히 너무 비싸게 받는 곳들도 많은데 여긴 정말 가성비 좋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달까. 매장 자체도 꽤나 쾌적하고 좋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여기는 네비게이션 주소를 잘 찍어서 도착했다. 근데 막상 도착하니 우리가 가려고 한 곳이 보이질 않고 전혀 엉뚱한 곳이 나타났다. 알고 봤더니 상세 주소를 그냥 대충 보고 이름만 보고 이렇게 도착지로 설정하고 온 것이었다. 어쩐지 분명히 가까운 곳이었는데 너무 멀리 온다 했다. 그래서 일단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눈에 보이는 간판 중에 괜찮아 보이는 곳인 여기 가마리 해녀라면 가게로 들어온 것이었다.
여기 처음 구조가 꽤나 신기했다. 초밥집과 라면집이 두 개가 각각 있고 연결된 구조였다. 사장님께서 상호명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동시에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약간 샵인샵 느낌으로? 처음에 그래서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지 하다가 사장님께서 초밥류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연어를 추가로 주문하였다. 그래서 라면 자체도 조금 더 비싼 해녀로 도전할까 하다가 이렇게 그냥 가마라면으로 주문했다. 연어 초밥이 추가로 나오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해물파전 자체가 가격이 좀 나가서 양이 상당히 많을 것 같아 이 정도 주문해도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여긴 평점도 보지 않고 우연히 들렸기 때문에 순전히 맛이나 퀄리티는 운에 맡겨야 했다. 근데 먹기 전부터 좋은 징조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일단 여기 관광객들이 오기 힘든 곳이다. 바로 앞에 바다가 있고 해변가가 있긴 한데 따로 이 지역을 막 찾아간다는 사람은 딱히 보지 못했다. 나 역시 내비게이션을 제대로 보고 왔으면 이 근처도 오지 않았겠다. 그 의미는 현지인들을 위한 공간임이 크다는 이야기겠고, 마침 대낮부터 여기서 음주를 즐기고 계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지인이 놀러 오시기도 하고 아무튼 그냥 동네 로컬 분위기가 났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보고 그냥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격 자체도 착한 편이니까 말이다. 관광객 장사로만 더 비싸게 받지 현지인들 장사로는 가격도 많이 못 올릴 테니. 아무튼 이래저래 분위기부터 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고 빨리 먹고 싶었다. 배가 고픈 것도 고픈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주문한 메뉴들이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제주도 해물라면 가마라면 안에는 문어, 새우, 홍합, 숙주나물이 들어갔다. 이렇게 문어 다리가 나름 사이즈 크게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겠다. 그리고 홍합을 휘휘 저으면 안에 이렇게 면발이 드러난다. 이 면발이 붇기 전에 후다닥 먹어줘야 하기 때문에 먼저 먹었고 그다음 해물이 듬뿍 들어간 겉바속촉 해물파전을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름 급하게 먹어줘야 하는 연어 초밥을 곁들여줬다. 이렇게 주문하니 구성이 정말 딱 맞았다. 튀김요리의 바삭함은 해물파전에서 찾고 나름 탄수화물 공급과 부드러움은 초밥에서 찾고, 마지막으로 모든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부분은 얼큰한 해물라면으로 해결하고 말이다. 전체적으로 조합이 너무 좋았고 비주얼도 좋고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았다. 우연히 찾아온 가게가 뜻밖의 큰 선물을 준 날이었다.
갑자기 이 포스팅을 하면서 군침이 돈다. 그만큼 맛있었다. 웬만하면 어딜 가라고 강력하게 말하지 않는 편인데 여긴 정말 추천한다. 그리고 내심 좀 입소문이 났으면 하는 가게다. 정말 뭔가 실력이 있는 느낌인데 덜 알려진 것 같다. 물론 내가 한번 방문했기 때문에 여기가 어떤 분위기고 사람들에게 맛집이라 소문이 났는지 안 났는지 잘 판단할 순 없겠지만 내 기준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서 괜히 기쁨이 배가 되었나? 그랬을 수도 있겠다. 뭔가 딱 적절한 타이밍에 괜찮은 곳을 발견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좀 급하게 먹게 되었고 이렇게 가마라면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해산물이 실하게 들어가 있어서 나름 골라먹는 재미도 있고 국물 시원하고 맛있었다. 이런 맛은 정말 제주도에 와야 맛볼 수 있는 맛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날 가마리에서 주문한 메뉴 중 가장 비쌌지만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해물파전이다. 정말 겉바속촉이었다. 나름 실력이 들어가신 느낌처럼 겉이 굉장히 바삭한데 안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고 촉촉하니 맛있었다. 이게 안 익은 느낌이 아니라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게 소리가 나는데 말이다. 아마 이 맛 역시 집에서 만들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연어초밥이야 뭐 말할 것도 없겠다. 나름 동네에서 주문한 것치고 회의 두께와 크기가 실했다. 물론 저렴하다고 볼 순 없겠지만 그래도 촉촉하고 부드럽게 너무 맛있었다. 무엇보다 비주얼이 살아있으니까 눈으로도 즐거웠다. 원래 연어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몰랐었는데 요즘은 점점 알아가고 있다. 아마 회전초밥집에 가서도 제일 많이 먹는 재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가격도 착하고! 원래 운이 굉장히 없는 편인데 이날은 정말 운 좋게도 맛집이라 말할 수 있는 가게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사람이 굳이 뭐 절실하지 않아도 잘 풀리는 날엔 잘 풀리나 보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