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즐기는 정통 미국식 프리미엄 피자 파파존스
딱히 취미가 없었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그냥 맛있는 것 먹는 것을 좋아하고 그랬다. 음주가무를 잘 즐기는 편도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종종 뭘로 힐링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한 취미를 찾지 못했다. 여행을 다니는 것이 취미인가? 국내여행도 좋긴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해외여행인데 일 년에 몇 번 못 나가는 그것을 취미라 말할 수 있나? 맛있는 것 먹고 다니는 것이 취미인가? 그냥 매번 끼니 먹을 때 아무거나 먹는다기보단 그냥 그래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유명한 곳이나 특별한 곳을 가고 싶은 약간의 욕망 정도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뿐인데. 그래서 여전히 이것저것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어떤 취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한번 억지로라도 취미를 만들어볼까 한다. 뭐 운동도 나름 취미라 할 수 있겠는데 꽤 오랜 시간 하다가 요즘은 안한지가 좀 되어서 함부로 말 못하겠다. 억지로 취미를 만든다는 의미는 일단 뭐를 알아야 좋든 싫든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의 폭을 늘려보려고 한다. 일단 싫어도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도 해보고! 그게 업까지 연결되면 더 좋은 것이고 뭐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오늘 소개할 개인적인 인생 피자 가게 맛집 때문에 그렇다. 인생 가게라고 하면 개인이 장사하시는 그런 오프라인 공간을 대부분 떠올리실 텐데 여긴 그냥 앱으로 어디서든 쉽게 주문이 가능한 프랜차이즈 가게다. 파파존스로 아마 익숙하신 분들도 있고 아니신 분들도 있겠다. 이날은 혼자 먹을 것이라 작은 사이즈로 주문해서 딱히 비쥬얼만 보면 뭔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데 내가 여길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다.
이 티스토리를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것들을 많이 먹어왔다. 운영하기 전에도 나름 먹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먹는 것에는 돈을 크게 안 아껴왔던 것 같다. 물론 형편이 부족했을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근데 뭐 치킨 맛집, 고기 맛집, 파스타 맛집 등등 여기저기 많은 가게들을 다니면서 느낀 곳들이 많지만 피자 관련해서는 딱히 여기가 정말 최고다 느낀 곳은 없다.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정말 없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포스팅하는 지금 이 순간에는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기억나는 곳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졌다는 파머스테이블 피자였는데 거기는 일단 파스타가 더 메인이긴 했으니까. 해외에서도 여기저기 다니긴 했는데 정말 딱 강렬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 그나마 영국에서 숙소 앞에서 바 테이블에서 먹었던 가게가 떠오르는데 거긴 맛있었지만 자주 먹기엔 간이 상당히 세서 첫인상만 강렬하게 남아있다.
물론 여기 파파존스 역시 간이 좀 센 편이다. 원래 내 입맛이 이런 것을 선호하긴 한다. 그래서 아마 감히 인생 피자 가게라는 타이틀을 걸고 포스팅하고 있는 것이겠고. 우선 여기 정말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가게가 생각이 났고 그 뒤로 종종 이렇게 주문해서 먹고 있다. 솔직히 피자헛이나 도미노 등등 먹어보면 뭐 맛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도 큰 회사들인데! 근데 먹다 보면 '이 가격이면 그냥 동네 저렴한 피자스쿨이나 이런데서 프리미엄 메뉴를 선택해서 이것저것 주문하면 더 저렴하게 비슷한 맛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내 입맛 기준 그냥 토핑 레벨 차이 정도지 아예 어떤 퀄리티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더라. 근데 여긴 다르다. 딱 먹자마자 도우부터 그냥 이런저런 맛까지 다른 곳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근데 이게 뭐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재료 퀄리티가 다른가? 제조 방식이 뭔가 다른가? 아니면 도우 기본 베이스가 다른가? 정말 잘 모르겠다. 아니면 위 모두 포함인 건가. 그냥 여기 맛있다. 치즈 크러스트를 추가하지 않았음에도 그냥 도우 자체가 맛있다. 토핑들도 적당히 조화도 좋고. 그냥 너무 맛있어서 한판을 다 먹었다. 물론 작은 사이즈라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1인 1닭도 못하고 1인 1피자도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이날은 다 먹었다. 그리고 먹는 내내 입 안이 즐거웠다. 뭐 근데 음식 자체가 단순 그 절대적인 맛을 떠나 그날의 기분이나 감성 등 다른 것들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관적일 수 없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꽤나 훌륭했다. 맛있었고 앞으로 더 자주 시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물론 저렴하다고 볼 순 없지만 요즘은 다 비싸기도 하니까!
그래서 파파존스 레귤러 피자 끝까지 다 먹었고 개인적으로 인생 피자라 말하고 싶기 때문에 안 드셔보신 분들 있으시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린다. 다만 간이 심심한 베이스가 아니라 적당히 짭조름하기 때문에 그런 맛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드셔야 좀 알맞겠다. 그리고 요즘은 뜬금없이 와인을 즐기고 있다. 솔직히 와인이라 말하기도 뭐하지만 일단 와인은 맞으니까. 정해진 것은 없고 그냥 모스카토라고 명칭이 붙어있는 것 아무거나 마시는 편이다. 맛 자체는 그냥 탄산음료 느낌이다. 근데 도수가 좀 있는 정도? 달달하고 탄산이 있는 베이스인데 나처럼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음료수처럼 마시기 좋겠다. 물론 술을 잘 못하기 때문에 이것만 마셔도 반응이 오지만 말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셔보니 이거 그냥 음료수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에게 딱 맞는 와인 같다. 아니면 이날 탄산음료가 아니라 와인이랑 곁들여서 기분이 좋아졌었나? 아무튼 이래저래 조금은 행복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