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화교 사장님 손맛에 빠진 단골들이 계속 찾는 용강동 부영각

디프_ 2022. 1. 14. 23:23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올 때마다 사람들이 많은 용강동 부영각

오늘 소개할 곳은 정말 단골들이 많은 곳이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일단 내가 매장 근처를 지나다닐 일이 많았다. 물론 여기 식당을 찾은 적도 있는데 그냥 지나다닌 적이 훨씬 많을 것이다. 버스 안에서든 그냥 걸어서든 차에서든 말이다. 근데 그럴 때마다 항시 여기 가게 앞에 사람들이 있었고 주차가 잘 되어있었다. 여기가 용강동 먹자골목 길거리에 있긴 하지만 정말 혼자 덩그러니 동 떨어져 있는 곳인데 어떻게 사람들이 알고 찾아올까. 저렇게 사람이 항시 있지? 싶었다. 그럴 정도로 여기 건물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일에 회식도 하고 이래저래 모임도 하는 것 같았다. 근데 또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여기가 공사 중일 때가 있었다. 폐업인지 아닌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한때 당분간 운영을 안 하셨다. 근데 그 사이에 용강동 부영각을 검색해보면 사람들이 여기 폐업한 거냐고, 어떤 메뉴 맛있었는데 등등 문의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마 사전에 고지가 없으셨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만큼 찾으시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가 되겠다.

내가 여길 처음 알게된 것도 어떻게 보면 입소문 때문이었겠다. 근데 처음 맛봤던 날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일단 저녁에 별로 배가 안 고팠다. 그래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예정인데 안 먹는다고 하고 따로 먹지 않았다. 아 맞다. 그때 배달이 아니라 매장에 찾으러 갔던 것 같다. 메뉴 하나만 주문하고! 아마 그게 짬뽕이랑 군만두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배고프고 심심하면 군만두나 집어먹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편하게 다녀왔고 별생각 없이 있었다. 근데 그 음식을 먹고 있는 친구가 짬뽕이 진짜 맛있다고, 여기 맛집이라고 하면서 신나게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맛만 봐볼까 싶어서 한입 먹어봤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근데 여기엔 아마 누군가 먹는 야식 라면의 매력처럼 그런 게 없지 않아 있긴 했을 텐데 아무튼 면발에 국물이 쫙 배어 있어서 매콤하고 짭조름하고 진득하니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몇 젓가락 더 먹게 됐다. 원래 라면 뺏어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아무튼 그렇게 시작하여 다음부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포장해서 가져오는 것보다 나오자마자 먹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게 매장을 두세번 찾았는데 아마 이렇게 정식적으로 포스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겠다. 좀 가볍게 방문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사진을 안 찍고 그런 날들도 많았다. 이날의 경우 짬뽕 하나와 탕수육 하나, 그리고 쟁반짜장을 주문했다. 여기가 좋았던 것이 쟁반짜장 1인분 주문이 가능했다. 요즘 확실히 1인 주문이 많아 이렇게 메뉴가 나오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양이 부족하다거나 배달을 시켜먹기 위함이라기보다 그냥 다양한 구성으로 먹고 싶어서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이 시킬 수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메뉴 세 개를 주문하였고 화교 사장님 손맛이 가득한 메뉴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이날도 평일이었을 것이다. 모임을 가지는 테이블이 한 테이블 있었고 나머지는 퇴근 후 가볍게 반주 즐기시는 것 같은 테이블, 또 다른 테이블엔 가족처럼 보이시는 분들이 있었다. 적당히 시끌벅쩍하게 괜찮았다. 그리고 여기 리모델링을 했다는 것 같은데 주방 구조를 바꾸신 것인지 홀도 변하긴 했는데 이전과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우선 탕수육! 오늘은 무조건 오기 전부터 탕수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먹고 싶어서 그랬다기보단 이전에 여기 왔을 때 아마 깐풍기를 시켰을 것이다. 여기 기본적으로 단일 메뉴들이 저렴한 편이 아니다. 뭐 짜장면, 짬뽕, 볶음밥 이런 것들은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평범한데 저런 메인들의 가격이 은근 비쌌다. 그게 여기 사장님이 영업 방식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단가 구조가 나오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랬다. 그렇다 보니 메뉴 선정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해보게 됐고 매콤한 것이 먹고 싶어져서 깐풍기를 주문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니었다. 매콤하지 않았고 좀 심심했다. 그래서 원래 이런 맛이냐고 여쭤보니 좀 심심하게 나온다고 답변을 주셨고 한번 더 볶아드릴까요라고 물어봐주셔서 그렇게 요청드렸다. 확실히 한번 더 볶아주시니 그 맛이 살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매운맛을 엄청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잘 먹는 것도 아닌데 진짜 맛이 심심하긴 했다. 

 

그래서 이번에 별도 요청 드리면 그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 일단 무난 무난하게 탕수육으로 주문했다. 가게 소개글에서도 역시 '탕수육이 맛있는'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여기 은근히 부추복어살 매니아분들도 많으신 것 같다. 그 리뉴얼 당시 단골분들의 아쉬운 글들을 구경했었는데 '복어살 정말 맛있었는데..'와 같은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난 못 먹어봤는데.. 그래서 다음에 오게 되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어볼까 싶다. 어찌 됐든 여기 용강동에서 인정받는 맛집은 맞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런 부영각 느낌의 가게들을 예전 명동 갔을 때 느껴본 적이 있다. 거기서도 메뉴가 저렴하진 않았는데 누룽지탕 스타일의 어떤 메뉴를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그날 날이 좀 쌀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뜨끈뜨끈하니 더 맛있게 먹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날들에 비해 오늘 메뉴들은 좀 무난하긴 한데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라고 다들 눈으로든 텍스트로든 잘 즐기고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단무지로 입가심 좀 하고 고추기름 소스 같은 것도 만들어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좀 드셔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간장을 조금 넣고 고춧가루 듬뿍 넣은 다음에 식초 좀 넣어서 이게 간장을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고춧가루를 찍어 먹는다는 마인드로 먹으면 적당히 매콤하고 맛있는 것을 말이다. 아마 지금 처음 보신 분들이라면 다음에 한번 이렇게 드셔 보길 추천드린다. 자극적인 맛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괜찮으실 것이다. 탕수육을 열심히 먹었다. 소스와 함께 무심하게 버무려져 있는 양배추 역시 은근 식감 좋게 별미였다. 저 식감 때문에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확실히 여기 화교 사장님 손맛 때문인지 일반 가게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똑같아 보여도 뭔가 다르다. 그리고 그런 포인트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세상 이것저것 너무 많이 먹어봐서 그런지 무난하면 또 물리고 그러더라. 그렇다고 하여 뭐 엄청나게 많이 먹은 것은 아니지만. 내 과거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면 그렇다는 의미다. 그렇게 메인 디쉬와 같은 탕수육을 먹고 있으니 1인 식사 느낌의 쟁반짜장 1인분과 짬뽕이 나왔다.

일단 쟁반짜장 양이 굉장히 많아보였다. 둘이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근데 여기에 함정이 있었다. 막상 살펴보면 면발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면의 길이가 좀 짧았다. 짜장면과는 확실히 다르게 나오긴 했는데 양적으론 오히려 적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내가 너무 맛있어서 이미 긴 면발을 순식간에 흡입하여 그렇게 남은 것일 수도 있겠는데 아무튼 먹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느꼈다. 근데 일단 맛 자체는 너무 좋았다. 바로 볶아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적당히 불맛도 스며들어 있고 일단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무슨 고추짜장처럼 맵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냥 잔잔하게 은은하게 감칠맛 있게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먹다 보니 나중에 소스처럼 이런저런 볶음 재료들과 소스가 함께 남았는데 여기에 밥 비벼서 먹으면 정말 딱인데 싶었다. 근데 배가 불러와 차마 그러진 못했다.

그리고 짬뽕! 확실히 여기가 내 스타일이긴 하다. 일단 고급 중식당에 가면 갈수록 짬뽕 국물이 굉장히 투명하고 깔끔한 스타일로 나온다. 근데 일반적인 동네 중국집에 가면 국물이 굉장히 탁하고 진득하게 나온다. 이 역시 내 경험 기반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평균적인 것인지는 모른다. 그냥 내 경험이다. 아무튼 그런데 개인적으로 너무 깔끔하고 맑은 것보다 약간은 탁하고 진득한 것을 좋아한다. 일단 그래야 그 국물이 면발에 더 잘 배이고 면만 먹었을 때 그 맛이 확 산다. 정말 짬뽕 못하는 가게들을 가보면 면을 먹었을 때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아마 느껴보셨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국물을 찾게 되고 뭐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잘하는 가게들은 짬뽕에서 면만 건져서 먹어도 그 맛이 다 느껴진다. 여기 용강동 부영각은 그런 곳이다. 단일 메뉴만 먹어도 그 맛이 온전하게 잘 느껴진다. 주방 내부가 테이블에선 보이지 않아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진 모르지만 궁금하긴 하다.

 

슬슬 그렇게 먹다 보니 배가 차기 시작했고 이제는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때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쟁반짜장이 매콤한 베이스라 여태 고춧가루가 필요없었는데 같이 뿌려서 먹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톡톡 뿌려보기도 하고 먹다가 잠시 쉬고 있었던 탕수육과 함께 먹기도 했다. 진짜 탕수육과 면요리 함께 먹는 것도 진짜 조합이 괜찮다. 약간 매운맛이 강할수록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 근데 짬뽕이랑 같이는 말고 짜장면이랑 같이 드실 때 추천드린다. 뭐 볶음밥도 괜찮고! 2인 기준으로 나름 많이 먹는다고 먹었는데 확실히 이 양은 적지 않았다. 세 명이서 먹으면 군만두까지 시켜서 먹으면 딱인 양이다. 여기 이렇게 주문해도 서비스로 군만두 그런 것은 없다. 여태까지 와서 받아본 적은 없고 별도 주문했었다. 근데 뭐 매번 주문하던 금액대로만 주문해서 다른 테이블의 상황은 잘 모르겠다.

만약 다음에 복어와 같은 메뉴나 음주를 즐기면 좀 달라지려나? 아무튼 여기 다른 단골 손님들처럼 나 역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종종 찾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 중국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런 중식들이 굉장히 느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게 정말 현지에서도 먹는 오리지널 맛인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퓨전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네 중국집과는 다르게 여기에 오면 그래도 화교 사장님의 그 특별한 손맛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먹는 과정에서 느끼하지 않고 입 안이 지루하지 않게 적당히 감칠맛 즐기면서 식사하실 수 있으실 것이다. 근데 언제나 너무 큰 기대는 큰 실망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만약 방문해보실 계획이시라면 그냥 동네 중국집보단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보시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