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잉글리쉬브렉퍼스트, 파스타, 바나나호두팬케이크까지 다 먹어버렸다
이태원이란 동네를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먼 거리는 아닌데 무조건 한번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근데 홍대나 합정 이쪽은 엄청나게 가까우니 상대적으로 가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올 때 택시비도 그렇고. 정말 밤새 놀다가 아침에 우동집이나 그런 국수 파는 곳에서 뜨거운 것을 먹고 오거나 동네로 와 감자탕을 먹고 그랬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겠다 싶다. 나이도 나인데 이미 그럴 친구들도 다 없어졌다. 정말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럼 지금 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잘 모르겠다. 지금이나 10년 뒤나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젊은 시절은 지나갔다는 말인가. 표면적으론 젊을 수 있겠으나 행동적인 측면으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먹는 포스팅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원래 내 티스토리가 그러니까. 이태원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이 샜다.
아무튼 오늘 소개할 곳은 오아시스 한남점이다. 1호점은 청담동이고 여기가 2호점인 것 같다. 1호점 인기를 힘입어 조금 더 넓게 만들어졌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전에 정통 호주 스타일 브런치를 제공한다는 써머레인이라는 곳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아마 기억하시는 분은 없으시겠다. 혹시라도 궁금하시면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되겠고. 아무튼 그때도 여기가 후보군이 있었다. 두 가게 위치가 걸어서 10분 이내이다. 몰랐는데 그때 들렸던 써머레인을 지나쳐 오더라. 아무튼 그 당시에 어딜 갈까 하다가 써머레인이 이겨서 거길 방문하고 포스팅을 했었는데 오늘은 갔던 곳은 제외하고 오다 보니 이렇게 방문하게 됐다. 꼭 브런치를 즐겨야겠다 다짐한 날은 아니었는데 비쥬얼을 보고 이것저것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오게 됐다. 오랜만에 옷도 입었겠다 기분도 내고 싶었고! 웨이팅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비도 오고 그래서 다행히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꽤 많이 있었다.
2층으로 안내를 받았고 여기서도 주문이 가능했다. 1층에서 주문을 하면 번거로울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뭔가 내가 사진을 못 찍는 것인지 뷰는 적당히 괜찮긴 했는데 사진으로 보면 별로였다. 근데 어차피 뒤에 자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물들이 있기 때문에 솔직히 어지간하게 보정하지 않는 이상에야 잘 찍기 힘들겠다. 그냥 인물샷 찍어야 하는 장소 같은 느낌?! 그리고 이날 어떻게 보면 무리를 좀 했다. 금액적으로 무리했다는 말이 아니라 배고픈 상태라 너무 욕심을 냈다. 평소 자주 오지 않는 장소이기도 하고 배가 고팠던 상태라 이것저것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배고픈 상태에서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랄까. 그렇다 보니 금액적으로도 무리하게 됐다. 절대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고르다 보니 주문한 메뉴가 많아졌다. 일단 빈 속을 달래줄 겸 오늘의 스프 하나 땡겨주고, 브런치 느낌 살릴 수 있도록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하나, 그리고 파스타 하나는 먹어줘야 할 것 같아 오늘의 파스타 하나를 주문했다. 이날은 볼로네제였나. 토마토소스 계열의 파스타가 나왔다. 아마 이쯤에서 멈췄으면 딱이었을 것 같은데 바나나 호두 팬케익까지 주문하게 됐다.
이태원 오아시스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바나나 호두 팬케익까지 주문한 이유는 예전 영국 여행을 했을 때의 감성을 살리고 싶었다. 토튼햄 코트로드였나.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그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2박인가 3박을 했었다. 2층 침대가 쭉 놓여져 있고 16인실로 이뤄져 있었다. 화장실 역시 샤워부스가 3개였나 4개가 연달아 있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이면 어떻게 머무를까 싶은데 그 당시엔 잠도 잘 자고 잘 씻고 그랬다. 아무튼 거기 근처에 팬케이크가 정말 잘 나오는 맛집이 하나 있었다. 전날 돌아다니다가 거기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았고 내일 와보자 싶었다. 그렇게 다음날 가게 됐고 거기서도 오버하여 이것저것 주문을 많이 했다. 결국엔 또 팬케이크가 남았고 솔직히 포장을 해서 언제 먹을지도 몰라 그냥 두고 왔다. 그 지역 마지막 날이라 들고 다니거나 어디에 두기도 애매했다. 그게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맛있긴 했는데 남기고 온 것이 아까웠다. 근데 그 아까운 부분보단 그냥 그때의 기분이 그리운 것이겠다.
그 영국에서의 추억을 여기에 와서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 여행을 같이 하던 형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종종 만나고 있다. 중간 공백기가 있긴 했는데 이제 뭐 특별한 일 없고서야 평생 함께 가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다시 먹는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메뉴가 굉장히 빨리 나왔다. 솔직히 조리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은 없어보이긴 하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나왔다. 그래서 아차 싶어서 마지막 팬케이크는 조금 나중에 줄 수 있냐 여쭤봤는데 안 그래도 조리 시간이 좀 걸린다고 그냥 그 정도 말만 해주셨다. 비교해보자면 써머레인에선 먼저 센스 있게 나중에 드리냐고 여쭤봐 주셨는데 여긴 그런 게 없긴 했다. 더 한산했는데 말이다. 아마 한산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웠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먹기도 전에 좀 늦게 나올 것이라던 팬케익까지 나와버렸다. 그 순간 놀라긴 했다. 주변 눈치가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원래 진짜 눈치 안 보는 편인데 메뉴를 너무 많이 시킨 것 같았다. 하나씩 먹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괜히 덩달아 더 급하게 먹어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이것저것 손이 가는대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테이블이 넓진 않아 먹는데 살짝 불편하긴 했다. 그리고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이 비쥬얼들을 보고 메뉴판을 보시면서 '이것도 먹고 싶다. 맛있어 보인다.' 이런 말을 하셔서 살짝 낯 부끄럽기도 했다. 원래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먹어야 하는데 이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많이 시켜서 먹는 것을 좋아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스프를 먼저 먹으며 같이 나온 빵을 거기에 찍어 먹기도 했다. 스프의 경우 솔직히 예전에 매력을 크게 못 느꼈는데 속이 안 좋아진 이후로 좀 달래준다는 명목 하에 여기저기서 먹고 있다. 대부분 좀 저렴한 편인데 여긴 역시나 가성비가 없듯이 스프가 거의 만원 돈을 한다. 절대 저렴한 것은 아니겠다. 물론 빵도 나오고 2인 이서 나눠 먹을 정도로 나오긴 하는데 내 기준 선 넘은 것 같다. 아무리 나름 값이 나가게 판매한다는 곳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건강하면서 담백한 그런 맛!
그리고 파스타를 먹고 브렉퍼스트를 먹었다. 솔직히 파스타의 경우 익숙한 그런 맛이다. 그냥 뭔가 한국식이라고 해야하나. 고추장 맛이 나는 것은 아닌데 흔히 쉽게 겪는 그런 맛이다. 역시나 맛이 없다는 말은 아니고 평범했다. 솔직히 그 맛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긴 했다. 지금 포스팅을 하면서 메뉴판 가격을 보며 놀라긴 하는 건데 이날은 금액이 비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일단 애초에 많이 시켜서 먹을 생각을 했고 여긴 무조건 와야 했기에 온 시간만큼은 충분히 누리고 가야겠다 싶었다. 근데 지금 보니 가격이 사악하긴 하네. 뭐 그래도 여기 한 번쯤은 방문해볼 가치가 있긴 하겠다. 전에 써머레인 갔을 때는 분위기가 너무 이색적이고 괜히 신나고 너무 좋았는데 여긴 그 정돈 아니었다. 근데 느낌은 비슷했는데 아마 한번 경험해봤다고 상대적으로 덜하다 느낀 것 같다. 그리고 먹은 브렉퍼스트. 이것저것 많이 담겨있는데 나름 아기자기하게 나온다. 진짜 영국에선 값은 나가더라도 양이 정말 실한데 여긴 그릇에 비해 좀 아쉬운 양이었다. 구성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빵 위에 베이컨을 올려 먹기도 하고 소세지나 저거 아스파라거스인가 이것저것 올려서 같이 먹기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이 저 유자 소스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만드신 것인지 모르겠는데 저게 빵이랑 조합이 상당히 좋았다. 새콤하면서도 달달한 것이 너무 합이 좋았다. 집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랄까. 그냥 유자는 아닌 것 같은데 꿀을 많이 섞으신 것인가. 아무튼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소스랑만 엄청나게 먹었다. 물론 이날은 먹을 것들이 많은 날이었기에 소스를 또 달라해서 열심히 먹진 않았다. 일단 눈앞에 쌓여있는 것들을 해치우기에 급급했다. 만약 이 양을 다 먹을 것이었다면 3인 이서는 먹어야겠다 싶었다. 물론 2인 이서도 마지막에 이 팬케이크만 남기고 거의 다 먹긴 했는데 그건 정말 노력을 해서였다. 중간에 배가 불렀는데 여기서 멈추면 어떤 메뉴는 하나도 못 먹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먹다가 안 사실인데 이 팬케이크 위에 올려진 것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치즈다. 처음에 아이스크림인 줄 알았는데 녹지 않아 신기했고 먹어보니 치즈였다. 나만 몰랐나.
팬케익 두께가 상당하다. 솔직히 저게 양이 제일 많은데 저것만 커피 한잔 시켜서 먹으면 정말 식후 배부르고 기분 좋게 갈 수 있겠다 싶다. 여기 어떻게 보면 그냥 분위기 좋은 카페인데 내가 너무 메뉴 이것저것을 시켜서 돈만 비싸게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 계속해서 비싸다 이야기 하는데 내 소비 가치 기준으로는 한 번쯤은 분명히 와볼 만했다. 일단 이런 기분을 낼 수 있는 장소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괜찮았다. 다만 재방문은 이렇게 안 하겠지. 하더라도 디저트 메뉴 하나만 시켜놓고 음료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겠다. 식사를 하기 위해 가기엔 너무 다른 메리트 있는 가게들이 많다. 아무리 영국에서 먹었던 아침이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소세지와 베이컨을 먹고 유자 소스와 스크램블 에그와 빵을 함께 먹고 계속해서 먹었다. 그래도 많이 남을 것 같은 양들이 줄어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도 나이가 들고 살이 쪄가면서 먹는 양이 늘었다. 근데 여기서 몸에 변화가 생기지 않으려면 더욱 운동을 빡세게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냥 홈트 정도만 가볍게 하고 있다. 체육관을 다녀야 하는데!
아무튼 마지막 팬케이크를 거의 반 넘게 남기고 오아시스 브런치 식사를 마쳤다. 아메리카노 한잔 추가하여 총 75,500원이 나왔다. 디카페인 커피가 있으면 마실까 했는데 별도 디카페인 커피는 없었다. 근데 지금 알았는데 꼭 저 메뉴 시키면 반 넘게 남기네. 영국에서도 귀신 같이 그랬었고. 나랑 안 맞나? 분명히 맛은 있는데! 다음에 다른 곳에 가서 단일 메뉴만 시켜서 한번 잘 먹어봐야겠다. 아무튼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바로 건너편에 도너츠를 사러 갔다. 도너츠라기보단 케익을 사러 갔겠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거기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유명한 곳인데 처음에 포스팅할 생각이 없다가 처음 와보는 곳이라 기념으로라도 남겨봐야 할 것 같아 사진을 찍어봤다. 조만간 포스팅해봐야겠다. 이날 날씨 운이 따라주지 않아 고생 좀 했는데 대기 없이 아점을 해결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가는 곳들은 정말 날씨 좀 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