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오는 서비스에 달달한 짜파게티까지, 너무 맛있는 동네 맛집 스타일 고깃집
자주 가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지역이 좁다고 하더라도 정말 일 년에 몇 번 지나칠까 말까 한 길들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곳 역시 자주 가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이 길 자체를 정말 안 지나다니다 보니 이번에 방문하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 그럼 내가 여길 어떻게 알았을까? 바로 입소문 때문이었다. 여길 다녀온 사람들이 괜찮다고 맛있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근데 음식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뭐 짜파게티도 있고 사장님이 서비스도 주고 이러다 보니 다음에 자연스럽게 재방문을 하게 되고 그렇게 단골이 되어간다고 말이다. 솔직히 아무리 서비스가 좋고 메뉴가 다양하고 취향 저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맛이 부족하면 또 방문하지 않게 되는데 여긴 그런 부분은 당연히 채워주고 플러스 알파까지 나름 손님에게 만족스럽게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기가 당길 때 한번 가야겠다고 생각만 해두고 있다가 이날 이렇게 다녀오게 됐다.
역 근처에 위치한 길목집이라는 곳이다. 여기 간판부터 보면 한우 한돈이라고 해서 뭐 한우를 나름 자부심 있게 메인으로 가져가는 고깃집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고기를 구워 먹는 판 역시 독특하다고 하는데 어디서 봤더니 이게 하나에 150만 원이라고 한다. 근데 확실하진 않다. 사장님한테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근데 이게 먹어보니 열을 보존해주고 굽기도 은근히 쉬웠다. 다만 달궈지기까지 나름 시간이 필요해서 아쉽긴 했다. 초기엔 불이 직접적으로 닿는 가운데만 세져서 고기를 빠르게 먹기 힘든데 나중엔 전체적으로 다 뜨거워져서 먹기가 간편해진다. 그래서 큰 걱정거리는 아니고 그냥 이렇게 투명하게 보이는 하얀 불판은 이색적이기 때문에 그 경험을 해본다 생각하고 접하면 되겠다. 수정돌판이라고 하나보다. 아무튼 이날은 리뷰를 보기 전에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다. 일단 배고픈 날이 아니었다. 원래 맛집을 갈 땐 무조건 배고픈 상태에 가서 평소 오기 힘든 곳이니 이것저것 시켜서 먹는 스타일인데 이날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일단 여기 접근성이 나에겐 편했다. 뭐 교통 체증이 걸려서 오는 것도 아니고 주차도 필요 없고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그런 곳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고 오히려 리스크를 최대한 없애고자 배고픈 상태에 오기보단 이런 날에 오고 싶었고 딱 생각이 났다. 뭔가 실패를 하더라도 경험했다 칠 수 있는 상태 말이다. 솔직히 배고픈 상태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래서 맛 부분에선 다른 날들보다 냉정할 수 있었을 텐데 이날 생각보다 과식을 하긴 했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이것저것 안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여기 길목집 매장 자체가 넓은 편은 아니다. 테이블은 그래도 있는데 매장은 좁아서 어떻게 보면 좀 정신없고 복잡하긴 하다. 그래서 그 부분을 감안해야 했는데 나름 고기 연기나 기름기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직접적으로 연기가 빠지는 공간도 없는데 나름 쾌적해 신기하긴 했다.
개인적으로 맛집이라면 단순 맛만 퀄리티 있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도 깨끗하고 실내도 쾌적하고, 손님이 머무르는 동안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긴 일단 내부적으로 너무 정신없고 복잡했다. 테이블도 많이 붙어있고. 그렇다고 하여 의자가 불편하다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하고 싶은 말은 배가 고픈 상태도 아니었고 평소 선호하는 매장 스타일도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무튼 고깃집에 왔으니 고기는 먹어야 했고 평소 먹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못 맞췄던 대패삼겹살 2인분을 주문했다. 테이블 옆에 바로 고기를 써는 공간이 있었는데 주문이 들어오면 저기서 썰어 내어 주시는 것 같았다. 이런 부분이 복잡함에 플러스가 되긴 해도 손님 입장에서 나름 메리트 있는 방법이었다. 괜히 신선한 기분도 들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주문을 하고 고기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동안 밑반찬을 즐겨줬는데 뭐 무난했다. 그리고 여기 아까 주문한 짜파게티가 나왔다. 솔직히 짜파게티, 여기 한우를 파는 곳이기도 하니 그냥 영화에서 나왔던 짜파구리처럼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고기도 실하게 올라가 있고 매콤한 베이스로 말이다. 근데 아니었다. 솔직히 뭐를 넣으셨는지 모르겠으나 트러플오일이 들어간 것 같은 전체적으로 고소하고 느끼한 베이스였다. 자극적인 맛은 전혀 없었다. 그 예상이 빗나가 아쉽긴 했는데 솔직히 비쥬얼을 보시면 건더기도 이것저것 들어가 있고 계란 자체도 반숙으로 나와 비쥬얼도 좋고 먹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다. 다만 내가 예상한 맛이 아니어서 그렇지.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매콤하게 바뀌었음 하는데 만약 그런 기대가 없다면 아마 만족하고 먹었을 것 같다. 고기도 많이 들어가 있어 퀄리티 괜찮았다.
그렇게 짜파게티를 먹고 있으니 수정돌판에 올라가 있는 연분홍 빛깔의 대패삼겹살 고기들이 구워가기 시작했다. 먹을 수 있는 단계가 되었고 이렇게 면과 함께 먹기도 하고 기본만 소금에 찍어먹기도 하고 신나게 즐겼다. 그러다 사장님이 갑자기 테이블에 오시더니 서비스를 주셨다. 항정살 부위인데 이렇게 돌돌 말아 조금 이색적으로 제공해주셨다. 정말 여기 모든 고기들 상태가 너무 좋다. 근데 이런 서비스 자체가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솔직히 최근에 고깃집 많이 갔어도 이렇게 고기 몇 점을 서비스로 준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이걸 받고 비쥬얼을 보자마자 '아 여기 동네에 입소문 안 날 수가 없겠네.' 싶었다. 나이 상관없이 누가 이런 것을 싫어하겠나 싶다. 더군다나 퀄리티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대충 리뷰를 살펴보니 이렇게 한 번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사장님 마음대로 추가 주문을 한다거나 그럴 때마다 이렇게 돌판 위에 올려주시는 것 같았다.
저런 재미에 감동하고 있을 때쯤 찌개가 나왔다. 별도 주문한 것인데 여기 역시 두부부터해서 고기까지 실하게 들어있었다. 정육점이라고 해야 하나, 손님 테이블 바로 옆에서 저렇게 고기를 썰어주시니까 이런저런 서비스 주시기도 편하고 손님 입장에선 땡큐고 이래저래 다 좋았다. 복잡함만 빼면 아마 다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근데 사장님이 이렇게 오다니시다 보니 뭐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겠다. 나는 술도 하지 않으니 정신도 멀쩡하겠고. 이게 좀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냥 여기 맛있어서 재방문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날 공깃밥을 추가해서 먹진 않았지만 찌개도 너무 맛있고 대패삼겹살 질 자체도 너무 좋고 와사비나 기타 소스도 좋고 그냥 다 맛있었다. 서비스 항정살도 괜찮고! 짜파게티만 좀 아쉬웠구나. 근데 그건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 길목집 역시 별도 소스가 있었는데 역시나 나는 그냥 소금이 최고다. 와사비도 괜찮은데 진짜 고기와 소금은 못 이긴다. 그리고 여기 대패의 경우 두께가 좀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여 늦게 구워질 정도까진 아니고 빨리 익는데 식감은 더 살아있는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다. 그냥 맛있었다. 고기 자체가 좋은 것도 무시 못하겠고. 오기 전까진 맛집일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여기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다음에 만약 오게 된다면 좀 한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소문은 점점 더 나지 않을까 싶다. 사장님의 서비스 초심만 잃지 않으신다면 말이다. 근데 서비스라는 것이 당연하게 되면 안 되는 것이긴 한데 또 손님들 심리가 그게 아니니까. 추가 주문을 하기도 하고. 뭐 테이블마다 다를 테니. 지금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만약 여기 다음에 가게 된다면 이날은 가볍게 먹고자 이렇게 주문했는데 소고기나 삼겹살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 그리고 여기 장사를 잘하신다고 느낀 것이 저렇게 고기가 정갈하게 나오는 것도 매력 있었다. 뭔가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포스팅을 하면서 맛집들을 소개할 때 일정하게 말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런 비쥬얼적인 요소이다. 사진을 찍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찍고 싶게 하는 것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뭐 SNS 업로드 이벤트 이런 것들은 개인적으로 좀 불필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알아서 다들 해주시는 것들이지 일부러 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효과 있는 채널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기서 의미를 찾기 힘들겠다. 그래서 이런 디테일함까지 잘 살려낸 것 같아 눈부터 즐거워 좋았다. 근데 사장님이 이런 것을 계획하셨다기보단 그냥 여기 고기에 자신이 있으시니까 처음부터 저렇게 제공하시게 된 것이 나름 장점을 발견하게 된 것 아닐까 싶다. 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진실은 모른다.
슬슬 고기를 다 비워가기 시작했고 짜파게티는 조금 남겼고 된장찌개가 은근히 너무 맛있어서 밥을 시켜서 말아먹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그리고 아까부터 수정 돌판에 올라가 있던 감자와 버섯 등이 다 익어가기 시작했고 양파부터해서 쌈장에 찍어 계속해서 먹었다. 그냥 젓가락이 계속해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분명 여기 들어오기 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나갈까 싶기도 했고 비도 왔던 날이라 우산 두는 것도 귀찮고 복잡해서 별로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빠져버렸다. 까다로운 내가 이럴 정도니 일반적으로 대부분 손님들이 만족하시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그냥 광고로 알려진 곳이 아니고 이렇게 동네에서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곳은 이유가 있다. 저 연분홍 빛깔의 대패삼겹살 비쥬얼도 비쥬얼이었지만 여기 가게 운영 방식 중 하나인 서비스 제공 방식도 그렇고 단점을 크게 찾을 수 없었다.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여기 길목집 상호명 기억해두셨다가 방문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