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기여도 자연에서 먹으면 그 맛이 다르다. 캠핑 음식 힐링 데이!
올해 거의 반년 동안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의도한 것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어떻든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렇게 한 8월 이후부터인가 연락을 하게 되었고 다시 예전과 같은 사이로 돌아갔다. 돌아갔다고 표현하기도 뭐하다. 원래 우린 종종 이랬었으니까. 아마 친구들은 그대로였고 내가 항상 변덕이었다. 아무튼 이 친구들과 연락을 하다가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원래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번 정도 1박 2일 여행을 꼭 떠나던 해가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연락도 못하니 당연히 그런 시간도 갖지 못했다. 그렇게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이 친구가 자기가 요즘 캠핑에 빠졌다고 하여 그럼 우리랑 한번 가자고, 말만 하지 말고 추진하자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다녀왔다.
캠핑 자체를 가고 싶다기보단 그냥 이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냥 친구들이랑 생각 없이 어디든 떠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장소는 상관없었다. 근데 친구 말로는 예약을 할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이 다 이런식으로 떠나기 때문에 예약이 꽉 찬다고. 요즘 정말 좋은 펜션이나 호텔이나 다들 괜찮다고 소문 만나면 진짜 풀부킹이다. 제주도 뭐 좋은 숙소는 3개월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하던데. 우리 역시 처음엔 가까운 가평이나 강원도 홍천 같은 곳으로 가려고 하다가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양양까지 오게 됐다. 올 때야 신나는 마음으로 금방 왔는데 갈 때는 집에 언제 가나 싶은 시간들이었다. 피곤하니까! 그리고 하나 아쉬웠던 점이 정말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돌아오는 길에 그냥 바로 와버렸다. 바다도 못 보고!
그래서 오늘 포스팅은 여행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어떻게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뭘 먹었는지 관찰자 시점으로 봐주시면 되겠다. 나 역시도 첫 경험이었기 때문에 뭐가 뭔지 몰랐고 애초에 이 친구가 다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그냥 옆에서 도와달라는 것들만 도와주었다. 가령 텐트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아 그거 도와주느라 힘들었다. 지금 날이 선선해져서 다행이지 여름에 그거 설치하다가 땀 흠뻑 흘릴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보면 샤워시설이 잘 갖춰진 곳으로 놀러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내가 이번 여행지 중 하나만 친구에게 말했다. 바로 앞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이 친구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리 장소 바로 앞에 이렇게 계곡 같은 물이 흘렀고 다행히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물이나 얼음 등 필요한 것을 잠시 까먹고 와 담배를 사러 가야 한다는 친구와 함께 잠시 마트를 갔다. 근처에 농협이 있었는데 차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오는 길에 카페에 들려 커피를 좀 사 왔는데 이 근처에 설악산이었나, 아무튼 뭐 등산로가 있었는데 사람도 엄청 많고 차도 엄청 많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새 친구가 모든 준비를 다 해놨다. 우리 있으면 답답하다고 차라리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 다 해뒀다. 근데 그게 무슨 마음인진 알 것 같다. 나도 내가 아는 것은 그냥 혼자 하는 것이 속 편하다. 말하는 것도 일이고 말이다. 아무튼 좀 앉아있다가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했다. 장을 봐올 때 이것저것 실컷 사 왔기 때문에 계속해서 먹을 생각을 해야 했다. 원래 친구는 아침도 먹고 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또 여기까지 와서 고생만 하고 갈 순 없어서 보험을 들어놔야 했다. 뭐라도 먹은 상태에서 움직여야 하니까!
캠핑 음식 재료들을 살 때도 친구 경험이 많이 들어갔다. 자기도 처음 떠날 때는 이것저것 요리한다고 각종 재료를 샀는데 이게 막상 오면 그럴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위생도 위생이고 그릇도 매번 씻을 수 없고. 그래서 밀키트 같은 제품을 한번 사기 시작했는데 퀄리티도 좋고 맛도 좋고 효율성도 너무 좋다고, 그 뒤부터 이렇게만 준비한다고 했다. 사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몇 가지 당기는 것을 주문하였고 출발하기 전날 이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물과 불만 있으면 바로 조리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여기부터도 좀 웃겼다. 먹어보니 간이 너무 심심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게 매콤한 스타일인 걸로 아는데 원래 이런 맛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메인 소스인 장이 하나 빠져서 심심한 것이었고 그걸 넣으니 색깔도 먹음직스러워지며 맛도 한층 올라갔다. 여행 시에 그냥 이런 것들이 소소하게 웃겼다. 서로 욕도 하면서!
그리고 밤이 되었다. 해가 짧아진 것도 있지만 정말 뭐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물론 서울에서 나름 먼 거리를 오긴 했는데 일찍 출발하기도 했는데 그냥 친구들이랑 있으면 이렇게 시간이 잘 간다. 무엇보다 잡생각이 너무 많아 힘든 편인데 그래도 이 친구들이랑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어 좋다. 그만큼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뭐 그것 나름대로 추억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아무튼 캠핑 전문가인 친구는 이런데 오면 낮부터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이라 했지만 나와 다른 친구는 술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아 밤에만 조금씩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술을 마시려면 칵테일 계열을 먹어줘야 그나마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보드카 같은 것을 하나 사 왔다. 얼음에 타 먹을 수 있는 것들 말이다. 근데 의외로 너무 정신이 없으니까 또 그게 잘 안 들어갔다.
캠핑 음식 준비 2차전에 들어갔다. 중간에 설거지를 한번 싹 하고 왔다. 그릇도 닦아야 하고 불도 준비해야 하고 그랬어서. 다행히 여기 씻는 공간이 넓게 잘 되어있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온수가 안 나오는 것인지 원래 안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날이 그렇게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한 겨울에 이런 것들 다 어떻게 하지 싶었다. 확실히 친구 덕분에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아마 나 그 자체로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면 평생 못해봤을 것 같다. 차라리 호캉스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보니. 근데 이런 자연에서 누리는 즐거움은 그보다 훨씬 좋은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근데 이 친구는 확실히 자기만족에 따라 움직이는 친구다 보니 그런 것을 별로 개의치 않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나로서는 고마운 것은 사실이었다.
얼큰한 순두부찌개는 국물 요리 하나로 계속해서 보글보글 끓일 수 있도록 준비해봤다. 끓이면 끓일수록 짭조름한 간이 계속해서 올라왔는데 나는 처음 배고플 때만 먹고 손이 거의 가지 않았는데 술을 즐기는 친구는 소주 한잔하고 이거 국물 마시고 뭐 그러더라. 아직까지 술을 잘 못하다 보니 먹을 때만 팍 먹고 안 먹을 때는 거의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그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고기도 굽기 시작했다. 일단 스테이크처럼 나온 부위와 삼겹살, 목살을 샀다. 고기 역시 이날의 주인공이 다 구워주었다. 자기만의 뭐 굽는 방법이 있다면서 수분을 빼야 한다고 휴지로 물기를 다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번 고깃덩어이를 바닥에 떨어트려서 그건 너 혼자 다 먹으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근데 좀 어둡고 다들 배고프다 보니 뭐가 뭔지 몰라 다 같이 나눠먹었고 별 탈이 나진 않았다.
그리고 버섯들도 좀 사 왔다. 그냥 이마트에서 장 볼 때 묶음으로 되어있는 것을 구매해왔다. 진짜 이런 자연에서 야외 바베큐 같은 것을 즐겨줄 때 버섯과 고기는 필수템이다. 그 고기에서 나오는 육즙이라 해야 하나, 기름이라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버섯에 삭 스며드는데 그걸 쌈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정말 고기보다 맛있을 때가 있다. 분명히 재료 하나만 보면 별것 아닌데 말이다. 물론 그 맛 역시 고기의 힘이 깃든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구워서 먹기 시작했다. 분명히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이 먹었을 것이다. 캠핑 음식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글램핑이나 펜션에 놀러 가서도 꼭 이렇게 야외에서 구워 먹으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먹게 되더라. 물론 맛도 더 있고! 이게 친구들이랑 있어서 신나서 맛있게 느껴지는 것인지 정말 밖에서 화력에 구우면 더 맛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배고파서 그런가?
그렇게 친구들과 실컷 떠들고 먹고 마시고 노래 듣고 하면서 밤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캠핑장도 매너 타임이었나 그게 있다고 해서 오후 10시인가 11시 이후에는 다들 자거나 조용해지는 추세였다. 우리도 그에 맞춰 안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결국 씻을 때 찬물에 씻을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까진 괜찮았는데 겨울엔 어떻게 즐기나가 바로 생각났다. 그리고 이런 여행도 좋긴 하지만 고생하는 부분도 있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적으로 따라왔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문화라고 해야 할까. 친구는 푹 빠졌지만 이날 이런 경험을 처음 한 나랑 다른 친구는 다음엔 편한 여행을 가봐야겠다 싶었다. 물론 몽골 여행 갈 때 구매했었던 침낭을 오랜만에 다시 써보고 이색적인 공간에서 잠도 자보고 했는데 바닥에 돌도 느껴지고 뭐 그런 경험도 같이 하다 보니 이래저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랜만에 실컷 웃고 떠든 행복한 시간이었다. 먹방도 즐거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