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먹어보는 한우리 샤브샤브
여기도 매번 지나치기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 안으로 들어가보는 가게 중 하나다. 사실 이 음식을 주로 즐기는 단골 식당은 따로 있다. 거긴 무한 리필이 가능한 집인데 재료들도 너무 신선하고 다양하게 먹을 것도 많고 국물 종류도 선택할 수 있어서 한때 자주 갔었다. 근데 평소 워낙 국물 음식을 잘 안 먹다 보니 먹는 빈도수가 다른 음식들에 비해 낮긴 하다. 최근에 무한리필 집을 방문하기 좀 그래서 안간 것도 좀 있고! 이날 여기 방문한 것 역시 의도가 없었다. 근데 요즘 날이 춥고 그래서 뭔가 몸을 녹이고 싶었고 긴장을 하는 상황도 있었어서 좀 피로가 풀릴 수 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딱 이 가게가 눈에 들어왔고 이렇게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한우리 샤브샤브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겠다. 들어오기 전 메뉴판 가격을 보고 대충 눈치를 챘었는데 기본 종류에서도 호주산 소고기냐 아니면 국내산 한우이냐에 따라도 가격이 50% 정도 차이가 났다. 실제로 맛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컨셉은 뭔가 의도하고 방문한 것이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기 때문에 호주산으로 선택했다. 일단 양은 야채와 함께 먹는 스타일상 2인 기준으로 괜찮았다. 마무리로 볶음밥까지 공략하여 가격은 약 5만원 정도가 나왔다. 솔직히 저렴하다고 말할 순 없겠다. 애초에 여기 프랜차이즈가 가격대가 어느정도 있는 것 같긴 하다. 2~3만원이면 몰라도 5만원대면 다른 곳들에 비해 선택지가 많은 금액인데 다음에 또 방문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주관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자주 방문하는 무한리필집이 더 다양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거긴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하고.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바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한 15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요즘은 모든 가게들이 문을 일찍 닫기 때문에 그 저녁 시간을 맞추느라 이것저것 곤란스러워 하는 편이다. 은근 9시가 모든 것을 서두르게 만든다. 이날 역시 그랬다. 다 먹고 마시고 싶은 음료가 있어 다른 가게를 들려야 했는데 중간에 시간이 모자를 것 같아 챙겨온 텀블러에 포장을 하러 다녀왔다. 다행히 마무리 볶음밥 조리 시간에 다녀와 끊김없이 먹을 수 있었다. 밑반찬은 심플하게 나오고 소고기 비쥬얼은 위와 같다. 국물에 살짝 익혀서 먹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얇게 썰려나왔다. 빛깔도 좋고 솔직히 가격이 있는 만큼 모든 재료들은 믿고 먹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소스는 제공되는 것이 전부고 다 직접 만드신다고 했다. 칠리소스가 있으면 먹을까 하고 여쭤봤다가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를 다 해주시는 편이다. 물론 추가로 한우리 샤브샤브 고기를 넣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지만! 국물이 끓으면 이렇게 그릇 크기에 알맞게 야채를 넣어주시고 고기까지 넣어주신다. 그리고 끓고 난 뒤에 먹으랬나? 아무튼 그런 식으로 말씀 주셨다. 근데 먹기 어려운 음식도 아니고 대충 빛깔을 보면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걸 정말 겨울철 건강식이라고 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에겐 맑은 국물도 그렇고 실컷 먹을 수 있는 야채들도 그렇고 간이 삼삼하니 괜찮아서 건강식처럼 느껴졌다. 확실히 튀긴 치킨이나 감자튀김, 햄버거 같은 것들보단 더 건강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우리가 건강에 그렇게 안 좋다는 콜라도 실제로 알아보면 그렇게 안 좋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서 뭐 다른 것들이 정말 건강에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소스가 두개 있었는데 땅콩 같은 것보다 이렇게 간장처럼 레몬이 들어간 것이 내 입맛에 더 맞았다. 근데 워낙 삼삼한 편이라 솔직히 소스에 담그긴 하는데 그 미묘한 맛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고기를 옮길때 같이 딸려오는 육수에 점점 희석되기 때문에 나중엔 더 그랬다. 뭔가 소스가 더 큰 통에 담겨오면 어땠을까 싶다. 요즘 상황에 테이블마다 리필용 통을 두긴 뭐하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기 밑반찬이 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저 무생채라고 해야하나. 감칠맛도 너무 좋았고 김치 역시 겉절이 같으면서도 너무 아삭하니 맛있었다. 저 묵 같은 것도 괜찮고! 뭔가 과하지도 않고 딱 적당하달까. 웰빙 식사마냥 전체적으로 너무 건강미 느껴지고 물리지 않고 좋았다. 뭔가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느낌이랄까. 한식 같았다.
아 근데 이게 마무리 볶음밥이 아니라 죽이겠구나? 앞에 표현을 볶음밥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에 후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냐고 여쭤봤는데 그 중 하나가 죽이었고 어차피 겨울철 몸을 녹인다는 느낌으로 따뜻하게 먹고 싶었기 때문에 쭉 죽으로 이어갔다. 근데 앞에도 그랬지만 이 마무리 역시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삼삼한 맛이었다. 아마 이런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 한우리 샤브샤브 집을 줄곧 찾으시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 때에 따라 다른 편인데 이날 같이 갔던 친구는 이런 맛을 좋아해서 여기 가게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나쁘진 않았다. 근데 자주 먹으면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진 내 입맛은 심심하게 느낄 수 있겠다. 그래도 이렇게 다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다. 근데 그 배부름이 불편한 느낌은 아니고 뭔가 푸짐하고 뿌듯하고 좋았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