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없어서 더 먹기 편했던 불족발
자존감이 꽤 높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잊고 지내던 혹은 그냥 가깝지 않게 지내던 사람들의 어떤 소식 하나만 접하고도 나의 하루에 꽤나 큰 영향으로 다가오는 날들이 종종 있다. 좋은 소식이든 안 좋은 소식이든 다 나의 자극제가 되었고 그 자극제가 나의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 원래 예전부터 열등감 혹은 질투 등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해소하여 나의 성장으로 이끌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때는 뭔가 평소와 다른 행위를 함으로서 만족감을 얻었는데 지금은 같은 무드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해소가 안된다. 오히려 쌓인다. 즉 같은 해소 방법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근데 더 문제인 것은 해결법을 모르겠다. 진짜 그냥 평소처럼 해외여행이라도 나가야 하는데 막혀있어서 더 그런가. 아마 나와 친한 내 주변 친구들은 내 감정에 공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보기엔 세상 편한 사람처럼 지내보이기 때문에! 그냥 나 혼자만의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일단 그래서 지금도 평소 하던대로 맛있게 먹은 하루만 똑같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거하게 시켜먹은 야식 불족발 비쥬얼이다. 족발 라인 정말 오랜만에 먹는다. 예전에 같은 음식 포스팅을 할때도 적은 것 같은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이 음식을 먹고 정말 심하게 체를 했고 그 고생을 한뒤로 잘 안 찾게 된다. 원래 한달에 한두번은 꼭 먹어줬던 배달 음식인데 말이다. 이렇게 경험이 정말 무섭다. 근데 이날따라 뭔가 평소 먹던 치킨은 먹기 싫었고 다른 것을 생각하다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원래 만나기 전날부터 뭘 먹을지 결정하곤 하는데 이 친구 역시 생각나지 않았고 그냥 나보고 정하라고 답답해 하였다. 나도 뭐 예약하고 먹을 것도 아니고 그냥 만나기 전에 배달시켜서 먹을 예정이었기에 그날은 마음을 비웠다. 근데 당일 아침부터 뭔가 이 음식이 막국수와 함께 먹고 싶어졌고 친구에게 말을 해서 콜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이렇게 주문한 모습이다. 친구가 주문해서 정확히 얼마에 무슨 맛을 택했는지는 모르겠고 인기 야식 메뉴답게 조합이 이것저것 많이 담겨져 온 모습이다.
치킨엔 치킨무가 있다면 불족발 메뉴엔 막국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매운맛이 아니더라도 뭐! 그리고 이날따라 저 막국수가 엄청 먹고 싶었다. 그리고 면을 상추쌈에 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메뉴를 먹을땐 쌈 위에 고기와 같이 올려서 먹으면 조합이 딱이다. 비빔면 먹을 때도 근데 상추 위에 올려서 안 먹지 않나. 그냥 삼겹살이랑만 먹는 것 같은데 이 음식은 오히려 그 반대로 따로 먹을 생각이 안 난다. 같이 먹어야 한다. 포장지를 뜯기 전 설명에 친절하게 동치미 국물을 같이 넣어 면을 풀어준 뒤에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먹어봤다. 근데 동치미 국물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기도 하다. 바닥에 국물이 흥건하다. 뭐 그래도 양념이 다 섞이겠지! 사진도 찍었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원래 이 메뉴를 주문하면 바닥에 왕 뼈다귀가 있고 위에 살이 뒤덮혀 있어서 양이 많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는데 여기 배달집은 그러지 않았다. 정말 살들만 가득했다. 그래서 신기했다. 누군가는 뼈를 발라먹어야 더 맛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근데 여긴 그런 부위를 다 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뼈가 발라져 나온 것 같다. 뼈 하나를 찾을 수 없었다.
뼈를 찾을 수 없어서 순살이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이게 맞나 모르겠다. 아무튼 그만큼 양이 많다고 보면 되겠다. 이게 중이었는데 뭐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양은 충분했다. 둘이 먹기엔 좀 많았고 셋이 먹으면 적당한 느낌? 마지막에 조금 남겼다. 근데 진짜 잘 먹는 성인 두명이라면 딱 알맞겠고 그 기준 가격이라면 좀 비싸게 느껴질수도 있겠다. 막국수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다른 부침이라든가 전이 섞여 나온 것도 아니라서. 그래도 부추가 넉넉하게 들어있어 좋았다. 부추 정말 좋아하고 맛있다. 건강에도 좋다고 하여 더 좋다. 근데 이상하게 집에서 먹진 않는다. 김치는 먹는데! 이게 유통기한이 짧나? 따로 반찬 가게에서도 파는 것을 별로 못 봤는데.. 주변에서 부추 좋아하는 사람들은 먹는데 이렇게 밖에서 먹을 때나 먹지 집에서 먹는 사람은 본 적 없다. 신기한 반찬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나? 나도 정말 잘 먹는데 집에서 먹어본 기억은 없다. 그만큼 자주 먹지 못해서 더 소중하고 맛있게 먹는건가? 이날 부추 혼자 거의 다 해치웠다. 쌈에 싸서 먹으니 금방 사라지더라.
저번에 체한 뒤로 새로 생긴 공포증 중 하나가 불족발 겉에 이렇게 껍질 부분이 많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저기가 콜라겐도 많고 식감도 좋고 탱탱하여 일반 살코기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데 그냥 괜히 무섭더라. 나도 그 맛을 알고 좋아하는데도 괜히 소화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딱 보자마자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냥 참고 그러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냥 먹긴 하는데 생각은 계속해서 들긴 했다. 근데 먹고 난 뒤에 뭐 그때처럼 아무런 이상도 없고 소화도 잘 되고 예상했던 대로 맛있기도 해서 잘 먹고 있긴 하다. 그냥 생각만 들고! 알싸하게 마늘도 쌈장 찍어서 먹고 질리면 새우젓도 먹고 또 퍽퍽함도 좀 즐기고자 살코기도 먹고 하면서 다양한 조합으로 이렇게 저렇게 잘 먹었다. 맵기 정도가 딱 적당해서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너무 매우면 또 땀 뻘뻘 흘리면서 잘 못 먹고 속 불편하고 그럴텐데 매콤한 수준이라 괜찮았다. 간만에 나름 이색적으로 배달 음식을 즐겼고 종종 다시 먹어봐야겠다. 튀긴 음식보다 깔끔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