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오마카세 친구 생일 덕분에 포식했어요

디프_ 2020. 8. 25. 21:12

친구 생일 기념으로 오랜만에 방문한 오마카세 맛집


진짜 음식을 먹는 것도 타이밍이다. 요즘따라 초밥이 정말 먹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자주 가던 식당을 갈까 했는데 마침 친구 생일이어서 뭘 먹을까 이야기가 나오다가 그럼 우리가 예전에 몇번 갔었던 거길 가보자고 말했다. 다른 친구도 동의했고 예약을 한 뒤에 이렇게 방문했다. 근데 솔직히 여기 다섯번 정도 이미 왔던 가게인데 이날따라 유독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친구한테 고맙다고까지 말했던 기억이 난다. 먹고 싶은 것을 생각나는 그 타이밍에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배달음식도 그렇긴 한데 그건 기다림과 선택이 딱히 필요없는데 여긴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야하니까 좀 차이가 있겠다. 아무튼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배부르게 잘 먹었고 오랜만에 방문해도 예전 그대로였다. 다만 자주 와봤던 사람으로서 단점을 말하자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슷한 느낌이다. 좋게 표현하면 퀄리티가 유지되고 있다 말할 수 있겠지만 안 좋게 말하면 발전이 많이 되지 않았다 느낄 수 있겠다. 동네 기준으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가게 정도의 느낌이라면 딱 괜찮겠다.



오마카세 스타일은 쉐프님께서 소량의 고정 테이블을 담당하시며 재료를 그 자리에서 직접 손질하여 딱 하나의 음식만 만들어 각 사람마다 내어주는 것이다. 만들어서 바로 먹는다는 장점이 있고 그만큼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재료 자체를 바로 회떠서 주는 그런 것은 아니고 손질이 되어있는 것을 크기에 맞게 썰어서 내어주는 것이라 아예 원초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새로운 것이라 말할 순 없다. 아무튼 그래도 1:1 담당을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코스식으로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 이날 식사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은 딱히 없었다.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린 시간 정도가 쉬는 시간인데 개인적으로 이 텀이 조금 더 짧았어도 좋았겠다 싶다. 내 접시 위에 올라가자마자 바로 해치웠다. 근데 술을 즐기시는 분들은 재료들이 2개 이상 올려져 있기도 하더라. 내가 여태까지 여길 많이 와봤지만 우리가 그랬던 적은 없다. 먹느라 바빴다.



재료명을 다 못 말할수도 있겠다. 예전엔 나오는 것 하나하나를 메모장에 적어뒀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 순서가 중간 중간 달라지기도 하고 큰 의미가 있겠나 싶더라. 그래도 이젠 처음보다 몇번 먹어봤다고 대충 알긴 안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의 경험이 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평소 안 먹어본 것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뷔페를 가든 식당을 가든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맛만 찾는 경향이 있다. 근데 이런 하나씩 그날의 신선한 재료를 내어주는 스타일의 경우 내가 모든 것들을 선택할 수 없다. 뭐 예외의 경우 갑각류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난다든가 같은 경우는 미리 사전에 말씀하면 쉐프님께서 알아서 다른 요리로 대체해주시는데 모두 다 먹을 수 있으면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으니 일단 나오는 것을 시도라도 하게 된다. 그때 새로운 맛에 눈뜰 수 있다. 나의 경우 오징어처럼 끈적끈적한 식감을 잘 못 즐기는 편인데 여기선 무조건 먹긴 먹는다. 슬프게도 아직 그런 맛을 반기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여기서 배운 저 초절임생강은 아예 빠져버려서 잘 먹고 있다. 위에 나온 음식들 중 제일 맛있었던 것은 맨 하단에 있는 가리비 튀김이다. 역시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싶으실수도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색적인 식감이었고 특유의 짭쪼름함이 잘 어울렸다. 이날 먹은 것 중 베스트였다.



식전 에피타이져 같은 느낌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마카세 메인 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배 채우기 시작이다. 근데 확실히 내가 살이 찌니 먹는 양이 늘었다. 다 먹고 나서 배 터진다는 친구들이 나왔는데 난 아직 디저트 배가 남아있었다. 입가심으로 뭔가 가볍게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세명이서 원래 저녁 야식으로 치킨을 먹기로 했는데 다들 못 먹겠다고 하던데 난 딱 셋이서 한마리 나눠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돼지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는데 이젠 너무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참아야 한다. 요즘 마지노선 몸무게 달성이다. 아무튼 다시 음식 이야기로 돌아와, 따로 와사비를 덜어주시긴 하는데 굳이 추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우선 알아서 양을 먹기 좋게 주시기 때문에 믿고 먹는 것이 더 낫다. 간혹 와사비를 잘 못 드시는 분들은 미리 쉐프님께 말씀드리면 더 주시거나 덜 주시거나 한다. 이런 가게의 장점 중 하나가 이런 1:1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주방과 소통이 불가능한 일반적인 식당은 아니니까!



초밥들이 굉장히 신선해 보이지 않나? 제철요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시즌에 따라 나오는 메뉴, 재료가 다르다. 그래서 일년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도 좋긴 하겠다. 그때 언제지 한달에 두번인가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많이 달라진 것이 없어서 조금 심심하긴 했다. 예상하지 못한 재료들이 나오는 것을 즐기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아 그리고 내가 손으로 들고 있는 음식의 경우 쉐프님께서 직접 손으로 건내주신 것들이다. 따로 그릇 위에 올리면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손에 올려주신다. 난 그 손에 있는 것을 받아 바로 입에 넣으면 된다. 이때는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아 그리고 나오는 모든 것들은 한입에 넣어 즐겨주는 것이 좋다. 크기가 커서 잘라먹는 분들도 계신데 예전에 쉐프님께서 웬만하면 한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어먹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너무 커서 못 먹을 것 같은 메뉴가 있었는데 여쭤보니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 뒤로는 최대한 한입에 넣어서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그리고 사진 가끔마다 맥주가 보이는데 여기와서 맥주를 마신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예전에 왔을 때 주류를 봤는데 맥주가 없고 사케류만 있었다. 그리고 잔보다는 대부분 통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난 딱 한잔 정도만 마시고 싶었는데! 이날도 당연히 주류에 내가 먹을만한 것들이 없는 줄 알고 살펴보지도 않았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계신 모습을 봤다. 그래서 '아 이제 여기도 파는구나!' 싶었고 나도 바로 주문했다. 사실 좀 먹다가 이따 느끼함이 스물스물 올라오면 시원하게 주문해서 마시고 싶었는데 친구가 자긴 지금 마시고 싶다하여 그냥 주문할때 같이 했다. 이 친구는 술을 물처럼 잘 마시는 친구다. 근데 확실히 생맥주를 같이 파시니까 나같은 사람 입장에선 좋더라. 이날 총 6테이블 정도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었는데 한 테이블을 제외하곤 다들 생맥주를 마셨다. 초밥과 맥주가 안 어울린다고 느끼실수도 있는데 너무나도 대중적인 것은 이런 전문적인 식당에서도 하나쯤은 넣어도 좋겠다 싶다. 콜라는 뭔가 건강함을 해치는 것 같고 맥주의 탄산 정도가 딱 깔끔하고 시원하고 좋았다.



성게알 초밥 맞나? 사실 이 메뉴도 못 먹던 음식 중 하나다. 아직도 뷔페라든가 다른 회전초밥집을 방문하면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더군다나 가격도 비싼 편이라 괜히 도전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근데 이런 곳에선 안 먹을 수도 없고 먹어야 했기에 그냥 먹어본다. 근데 꼭 이런 오마카세 전문점 집에선 하나도 비리지 않고 맛있게 잘 넘어간다. 그 생선 날 것의 비린맛을 진짜 못 참는 편인데 여기선 비리지도 않고 나름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짭쪼름함과 비림의 경계선에서 딱 간이 좋을 정도로만 유지해준달까. 초보자 입장에서 맛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아예 못 먹던 음식이 괜찮아진 것만해도 대단한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성게알이라든가 멍게, 해삼 등을 잘 드시는 분이라면 정말 맛있다고 느낄 수 있겠다. 이를 기념하여 이 사진을 오늘 포스팅 썸네일로 정했다. 가까이서 잘 찍힌 것 같기도 하고!



본 식사가 끝나고 후식 마무리들이 나왔다. 그리고 저거 계란이 아니라 각종 생선을 잘게 빻아 만든 빵 같은 것이다. 처음엔 당연히 일본식 계란 카스테라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인줄 알고 먹었다. 식감도 푹신푹신하게 딱이었다. 근데 그냥 생선 살들을 잘게 빻아 만든 것이라고 하셨다. 또 그 말을 듣고 먹어보니 생선 맛들이 나긴 했다. 사람이 참 신기하다. 먹고 나서 모르더니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맛이 느껴진다. 맨 마지막으론 통솥밥에서 각종 재료들을 넣어 만든 밥 종류가 나온다. 이게 나오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간혹 양이 차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이 메뉴를 마지막에 구성하신 것 같다. 예전엔 딱 이거 먹으면 배가 정말 불렀는데 이때도 맛있게 끝까지 잘 먹었다. 이 통솥밥의 경우 그때그때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신다. 쉐프님들 본인이 직접 개발하신 것이라 하고 다른 가게들에선 만나볼 수 없다고.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인데 아주 예전엔 이런 스타일 말고 통마리 김밥 같은 것을 싸주셨는데 그게 나름 더 이슈몰이는 될 것 같다. 마지막에 이 메뉴로 SNS 인증샷 같은 것을 찍게 해주시긴 하는데 통솥밥이라 사진상으론 그렇게 크게 안 나온다.



녹차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가 나왔고 아래 사진은 내가 친구 생일 케익으로 준비한 케이크다. 초콜렛 어쩌구 케익인데 처음 먹어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나름 비싸게 샀다. 가게 역시 처음 가보는 곳이 었는데 나름 개성있게 팔길래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고 친구들도 한번도 안 먹어본 메뉴일 것 같아 사봤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고 먹는 나도 맛있었다. 아이스크림 케익은 아닌데 시원하게 온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마시멜로처럼 촉촉하고 부드럽달까? 나름 제품 설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못 찾겠다. 가게 위치만 알고 있다. 여기서 파는 과자들도 맛있던데.. 나중에 나도 한번 사먹어봐야겠다. 아무튼 이날 저녁 내내 입과 마음 모두 행복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실컷 웃고 떠들었다.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는 것의 좋은 점 중 하나가 현실을 잊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 재밌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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