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회, 매운탕과 함께 즐겼던 동해바다 풍경
친구들과 1박 2일로 즐겼던 경포대 여행에서 친구가 숙소 근처에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괜찮은 횟집이 있다고 저녁으로 가보자고 하였다. 택시를 부를까 했는데 오는 시간 동안 그냥 걸어서 가자고 했다. 밤에는 호텔에 있는 수영장을 즐겨야 했기 때문에 조금 서둘렀던 것 같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가도 가도 뭔가 식당이 있을만한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도로 옆을 걸었고 이런 다리도 만났다. 나름 유명한 곳인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근데 딱 이 다리만 건너면 친구가 말한 좀 식당가가 나왔다. 나랑 다른 친구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것이냐고 믿고 가도 되냐고 가는 중간에 계속해서 물었다. 사실 바다 근처라 그냥 아무곳에서나 먹어도 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어렸을 때 기억을 살려보면 생으로 잡아준다고 했는데 냉동으로 꺼내줬던 기억도 많았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동해바다 풍경을 옆에 끼고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계속 걸었고 그렇게 친구가 찾은 곳에 도착했다. 아 친구가 처음 찾은 곳은 여기 경포비치횟집이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건도리 횟집이라는 곳으로 구글 리뷰 평점도 좋고 건물도 신식이라 깔끔하고 좋아보였다. 근데 대박인 것이 이미 모든 자리가 만석이었고 심지어 웨이팅까지 있었다. 한 50분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 주시더라. 우리 모두 그걸 기다릴 시간도 없었고 그만한 열정도 없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아까 걸어오면서 봤었던 다른 횟집을 들어가기로 했고 거기가 바로 여기 경포비치다. 여기도 나름 사람이 좀 있었는데 우리처럼 건도리를 못 간 사람들이 여길 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그 사람들을 믿고 한번 우리도 먹어보자 싶었고 자리를 잡았다. 2층으로 안내해주셨고 나름 뷰와 공기를 만끽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밑반찬 클라스! 처음엔 모듬이나 코스 요리로 시킬까 하다가 한 친구는 멍게나 굴 등 모든 해산물을 잘 먹지만 나랑 다른 친구는 못 먹는 것들이 많아서 단품으로 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무난한 광어를 주문할까 하다가 해산물을 잘 먹는 친구가 우럭회가 더 맛있다고 그걸 주문하자고 했다. 중자로 시켰던 것 같고 매운탕은 별도로 주문했다. 근데 회를 시키면 매운탕 값은 별도로 받으시지 않더라. 처음엔 따로 계산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생각보다 가격이 덜 나왔다. 아무튼 그렇게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스끼다시라고 해야하나. 한국말로 밑반찬이라 표현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해서 나오더니 한상을 모두 꽉 채웠다. 내가 못 먹는 것들도 있었지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제일 많았고 모두 다 인기가 있었던 메뉴들이었다. 김치부침개도 있고 멍게나 소라, 오징어, 새우도 나오고 미역국도 좋고 저 옥수수콘도 있고 게튀김도 있고! 솔직히 이전에 유명한 맛집이 어느정도 클라스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역시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면 괜찮았다.
술을 잘 못하고 친구들 역시 한 친구 빼고 술을 안 좋아하지만 이런 날은 좀 먹어줘야할 것 같다고 술 좋아하는 친구가 말했고 그럼 시키자고 말했다. 처음엔 소주만 시키자는 것을 내가 맥주도 같이 마시자고 했다. 원래 회랑은 소주라고 하는데 난 소주는 도저히 잘 모르겠어서 그냥 소맥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도 첫잔은 소맥으로 마셨다가 다음부턴 다 소주로 갈아타고 나 혼자 맥주를 해치웠다. 물론 이 시간 내내 동해바다 풍경은 우리와 함께 했다. 나무 때문에 살짝 가려지긴 했지만 저 멀리 푸른 바다는 계속해서 보였다. 수다도 떨고 핸드폰도 보긴 했지만 뷰도 간간히 즐겨줬다. 시간만 촉박하지 않았다면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호텔에서의 시간도 중요하기에 나름 즐길 것도 즐기면서 스피드도 내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음식들 역시 지금 포스팅하면서 군침이 돌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았다. 아직 메인이 나오기 전이지만 이정도면 깔끔하고 좋았다. 손이 갈 곳들도 많고!
이게 갈치구이인가? 사실 나도 먹으면 정말 고소하게 잘 먹는데 저 뼈 발라먹는 것이 귀찮아서 잘 안 먹는 편이다. 잘 먹는 사람은 이런 얇은 뼈는 먹어도 된다면서 같이 씹어먹곤 한다는데 나로서는 정말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에게선 좀 먼거리에 있기도 했고 살도 그렇게 막 엄청 많은 것 같진 않아 이렇게 사진만 찍고 한점만 먹고 다시 내려놨다. 근데 친구들은 정말 다 잘 발라먹었고 나중엔 가시 흔적들만 남아 상차림 공간도 부족해서 치워달라고 말씀 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우럭회 메인이 가장 먼저 나왔다. 나오자마자 한 친구가 자긴 광어를 더 좋아하는데 왜 이걸 시켰냐면서 투덜댔다. 주문할땐 자긴 몰랐다고. 근데 워낙 우리끼린 이런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고 다시 먹는 것에 집중했다. 먹으면 어차피 다 잘 먹는다. 서로 다르다고 안 맞는다고 여전히 말하지만 이러니까 역시 여전히 친구인 것 같기도 하고. 나도 광어, 우럭 세트가 더 나았을 것 같긴 한데 뭐 회를 어차피 잘 먹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하는 친구의 의견을 따랐다. 솔직히 맛 차이도 잘 모르겠다. 연어나 고등어회 이런 것들은 어렵지만 광어나 우럭은 대게 비슷하니까.
맛있었다. 그리고 상태가 매우 중요한데 신선했다. 내가 갓 잡았는지 뭐 어디 보관되어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지만 먹는 순간 정말 방금 잡아서 떠주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냥 난 그렇게 느꼈다. 그만큼 신선하고 촉촉했고 평소 쉽게 먹었던 것들과는 뭔가 달랐다. 다만 남들처럼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간장에만 찍어 먹는다거나 생으로 먹는다거나 그런 스킬은 없다. 초장과 마늘, 고추 등이 필요했다. 와사비 역시 톡 쏘는 맛을 즐기기 위해 초장에 듬뿍 섞었다. 그래서 이렇게 팍팍 먹기 시작했는데 잘 넘어가더라.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이 친구들과 술을 먹기도 하는 것이여서 이따 일정이 없었으면 더 마시기도 했을 것 같은데 얼굴이 빨개지면 안 될 것 같아 정말 자제하면서 먹었다. 원래도 맥주 한병을 다 못 해치우긴 하지만 이날이면 소맥으로 몇잔은 더 마셨을 것 같은데 참느라 아쉽기도 했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신도 나고 맛도 좋고 괜찮았던 것 같다. 역시 여행은 좋은 것인가?
동해바다 풍경 뷰를 즐기면서 우럭회를 다 해치우고 있을 때쯤 추가로 주문한 매운탕이 나왔다. 슬슬 다들 배가 부르긴 했는데 그 특유의 생선 느끼함을 이렇게 잡아줘야 깔끔하고 시원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배가 불러도 먹는 것이 좋다. 그래도 시원한 국물은 들어가니까 뒷맛이 개운하다. 다만 매번 포스팅에서 말하지만 매운탕은 보글보글 끓을 때 먹는 것이 아니라 국물이 좀 쫄았을 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간도 살아나고 시원한 맛이 올라온다. 근데 나도 친구들이랑 먹을 때는 그렇게까지 다 못 기다린다. 끓기 시작하자마자 친구들 다 숟가락이 돌진해버려서. 그렇게 먹다 보면 나중에 간이 살아나긴 하는데 그때가 공깃밥과 함께 슥삭슥삭해서 먹기 딱 좋은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마무리까지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고 다행히 이때는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고 비가 오는 것도 아니라 모든 것을 편하게 잘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친구들은 내가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좀 여유있게 있자고 아쉬운 소리를 하긴 했다. 근데 정말 아무 플랜 없이 이 시간을 즐기다간 뒤에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 이전에 충분히 쉬기도 해서 나름 재촉을 하긴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머리부터 살도 나름 실하게 들어가있는 매운탕 클라스. 딱 마지막 사진 정도때가 국물이 제일 내 스타일이고 맛있는 것 같은데 금방 쫄아서 모든 국물이 사라질 수 있으니 불도 조절해가면서 나름 잘 먹어야 한다. 무도 시원하고 야채들도 양념이 배어서 밥과 먹기 딱 좋고. 정말 여기도 우연히 가려던 곳이 만석이라 오긴 했지만 나름 잘 찾아오긴 했다. 가격이 비싼 것인지 저렴한 것인지 회를 잘 몰라 어떤지 모르겠으나 관광지에서 세명 기준으로 엄청 많이 나왔다고 볼 수도 없고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세명이서 음료수, 술값 포함 십만원 초반대가 나온 것 같은데 인당으로 나오면 약 3~4만원 수준이었다. 그래도 여행 온 것인데 가성비를 계속해서 따질 순 없고 이정도 퀄리티면 대만족이다. 다음에 이 근처에 오게 된다면 충분히 또 올만한 만족도였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만 실내 말고 이런 테라스 자리 정말 추천한다. 안에서 먹었으면 이 감성이 살아나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