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비싸지만 맛있어서 계속 찾게 되는 음식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신도림에서 만났다. 한 친구가 이 근처로 이사를 왔고 나는 여기서 볼 일이 있었고 한 친구는 그냥 일이 쉬는 날이라 집에 있었다. 그래서 급으로 저녁이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볼 일이 끝나고 이렇게 바로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신도림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뭘 먹을까 이야기 하다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곱창 먹고 싶어하던 것이 생각나 이렇게 찾아오게 됐다. 여기 역시 사람이 많았으나 2층에 딱 한 테이블이 남아있어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근데 아무래도 일하시는 분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다보니 조금 힘들어하시는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나름 유도리 있게 셀프바 같은 것이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다 먹었다. 스크린이 있어서 야구를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나중에 월드컵이나 경기때는 여기 와서 회식을 해도 괜찮겠다 싶다. 근데 무슨 괜히 여기 지역 특성상 한달 전부터 예약해야할 것 같은 느낌인데!
뭘 먹을까 하다가 모듬구이B로 주문을 했다. 근데 1인분을 시켜야할지 2인분을 시켜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 기준 2인분이 맞았는데 한 친구는 1인분만 시켜서 먹다가 추가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근데 이 메뉴 특성상 초벌이 되어져 나오거나 그냥 나오자마자 바로 먹어도 되는 가게들이 있어 주문 후 받기 까지 시간이 좀 걸리다보니 그냥 처음부터 한번에 제대로 주문하고 싶었다. 일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1개가 2인분 기준이긴 한데 3명이서 먹기엔 부족하다는 듯이 말씀하시길래 2개를 주문했다. 메뉴판 대로라면 4인분을 주문한 것인데 정말 정말 내가 많이 먹어도 결국엔 남았다. 근데 친구들이 워낙 이런 음식을 잘 못 먹나보다. 하긴 얘네랑 밖에서 뭘 사 먹은 기억이 잘 없다. 먹어도 피자, 치킨 이런 것들을 먹었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계산할때 나 보고 왜 이렇게 많이 시켰냐면서 욕을 먹긴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난 정말 배터지게 오랜만에 먹고 싶은 것 잘 먹었다.
들어간 구성품으로는 곱창 그리고 대창, 염통, 새우, 떡이 들어갔다. 사실 메뉴판을 볼때 대충 봤는데 나중에 먹다가 새우 같은 것이 들어가 있어서 놀랐다. 껍질까지 먹을 수 있도록 잘 튀겨져 나왔고 은근 별미였다. 낯선 조합이었는데 조화가 나쁘지 않았어서 신기했다. 밑반찬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파김치 라인과 부추, 콩나물국, 계란말이 같은 것이 나왔고 소스는 청양고추가 들어간 달콤한 소스 였는데 개인적으로 그냥 소금을 별도로 받아서 소금과 함께 먹는 것이 더 괜찮았다. 역시나 주문하고 좀 과장을 더해 30분 정도 지난 뒤에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더 조리할 필요 없이 바로 먹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고 바로 젓가락을 들고 음식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처음엔 잘 먹었으면서 먹다가 배도 부르고 느끼함이 오니 괜히 내 탓을 했다. 근데 은근 얘네 먹는 양이 줄었다. 내가 늘은 것인가? 2인분을 다 먹었다고 가정하면 내가 1인분을 먹고 친구 두명이 0.5인분씩 1인분을 해치운 느낌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르륵 녹는 대창. 혈관에 그렇게 안 좋다고 하지만 먹는 순간 그 녹으면서 착 감기는 기름맛이 너무나 중독적이어서 끊을 수가 없다. 집 주변에 맛집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있었으면 일주일, 적어도 이주에 한번은 먹으러 방문했을 것 같다. 그만큼 가격도 비싼 음식이기에 내 지갑에도 괜찮은 것 같고. 염통이랑도 먹고 이것저것 섞어서 잘 먹었다. 그리고 새우 비쥬얼. 머리까지 씹어먹을 수 있도록 잘 구워주셨다. 처음부터 아예 같이 조리를 하시나? 튀김 색깔을 봐서 따로 튀긴 것 같진 않고 아예 처음부터 같이 구워주신 것 같다. 처음엔 친구들이나 나나 있는 줄도 모르다가 이게 뭐지 하면서 발견하게 됐다. 원래 메뉴판에 적혀 있었구나. 그리고 가운데는 가마솥뚜껑처럼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어 기름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 기름 위에 파김치와 부추를 올려두어 뜨거운 기름에 숨을 죽이고 각종 기름이 잘 스며들게 모아주셨다. 솔직히 건강에 안 좋을 것이 뻔하지만 축축 늘어진 부추와 파김치를 먹는 것이 또 맛있단 말이지. 모든 것들이 자극적이면서 내 스타일이었다. 술이라도 안 마신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
근데 여기 곱창 확실히 양이 적진 않다. 처음에 일하시는 분이 주문 이야길 하실때 모듬 1개 고르니 깜짝 놀라시면서 당황하시는 것 같길래 2개 주문하는 것이 당연한가 싶었는데 그냥 모둠 1개 주문하고 별도로 단품 하나 시켰으면 양도 딱 맞았을 것 같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모둠 하나에 좋아하는 대창 하나 추가해서 먹어야지. 처음엔 기름맛 때문에 왜 먹나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내가 빠져버렸다. 술도 안 마시는데 소주와 어울리는 이 메뉴들을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르겠다. 기억도 안 난다. 슬슬 나 포함 배가 차기 시작했고 그래도 마무리는 하자며 볶음밥을 주문하자고 했다. 처음엔 한개만 주문할까 하다가 그래도 친구들이 먹다 보니 느끼해져서 잘 못 먹은 것이지 밥은 먹을만 할 것 같다며 2개를 볶자고 했다. 그래서 사장님께 볶음밥 2개 달라고 요청드렸다.
나도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다고 부추랑 파김치랑도 먹고 소금이랑도 찍어먹고 하다가 도저히 배가 불러서 안될 것 같아 멈췄다. 먹으면 먹을수야 있겠지만 소화도 안되고 밤에 잠이라도 잘 잘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우리가 남긴 것을 덜어내고 볶음밥을 만드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은 재료 위에 그대로 밥을 볶아주셔서 다행이었다. 여기서 밥알과 남긴 비싼 부위들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처음 계란 비쥬얼도 나름 신선했는데 밥 한숟갈 뜨고 계란도 한번 긁어준 뒤에 먹으면 나름 조합이 딱 맞았다. 그러다 간이 좀 심심하다 느껴지면 아까 모듬구이 재료들 찍어먹던 소스를 조금 뿌려서 같이 먹어주면 괜찮다. 누가 알려줬는데 이런 밥을 먹을 때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더 감칠맛이 살더라. 슬슬 뭔가 맛이 물릴 때쯤 이렇게 먹어주면 새로 먹는 기분이다. 물론 다이어트에는 좋지 않다.
특별히 무언가 플러스된 맛은 없었지만 이런 곳에서 볶아먹는 밥은 그냥 그 자체로 맛있다. 마무리 볶음밥 정말 배터지게 먹어버렸다. 파김치도 나름 별미인 것이 신김치까지의 강한 느낌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입맛 돌 정도의 시큼함을 가지고 있어서 밑반찬으로 딱이었다. 친구들은 계란말이 같은 것을 좋아하던데 나는 별로였다. 얘넨 그래서 느끼함을 더 느꼈나? 아무튼 그렇게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왔다. 정말 남자들끼리 먹으면 후딱 먹고 후딱 나온다. 가격은 총 8만 8천원이 나왔다. 3인 기준으로 그렇게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친구들은 너무 비싸다며 아까워했다. 아마 잘 먹은 사람과 마지 못해 먹은 사람들의 차이겠다. 처음 가자고 할땐 기분 좋아서 가더니 왜 나중에 다른 말을 하는거지. 아무튼 그렇게 저녁을 해치우고 입가심할겸 근처 카페에 들려 음료 한잔을 했다. 낮이라거나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커피 도전을 했을 테지만 밤이기도 하고 내일 출근을 해야해서 초코우유 같은 것으로 대신했다. 나쁘지 않았다. 뭐든 콜라보단 낫겠지. 정말 잘 먹었고 이 가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추후에 한번 더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