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푸드로 건강 챙기자! 아보카도 샐러드와 치킨 스테이크 조합!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났다. 사실 친한 동생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나이가 드니까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보던 것이 어느새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어간다. 그래도 일년에 한번은 만나려고 다들 노력하는 것 같다. 근데 신기한 것은 그 만나는 순간마저도 약속 조율이 은근 힘들다는 것! 나중에 서로 가정이 생기면 그땐 정말 못 만나는 사이가 되긴 하겠구나 싶다. 나도 어렸을 땐 정말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줄어든다는 말을 공감하지 못했는데 맞는 말인가보다.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 근데 그 부분이 뭐 딱히 아쉬운 것은 아니다. 물론 아쉬울 때도 있긴 한데 막 친구를 다 챙길 자신도 없고 가끔은 내 자신도 벅차다. 그래서 그냥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흐름에 나도 맡기고 여러 것들을 맡기고 있다.
아무튼 거의 일년만에 보는 동생과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약속한 시간보다 한 5분 정도 늦은 것 같다. 그동안 이 친구가 먼저 도착하였고 자리를 잡아뒀다고 했다. 뭔가 센스가 있단 말이지! 살짝 늦긴 했지만 올라가기 전에 이렇게 입구 사진을 하나 찍고 올라가는 여유(?)를 부리고 올라갔다. 처음에 입구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쳤었다. 가게 이름은 라페름으로 청담에도 있고 여기 한남동에도 있다.
원래 처음엔 강남에서 만날 생각을 했다. 내가 강남을 자주 안 가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약속을 잡고 놀러가고 싶었다. 인터넷을 보면 사람들 강남에 잘 놀러가던데 난 왜 강남에서 딱히 할 것들을 못 찾겠지? 그래서 이 친구가 그나마 일도 이쪽에서 하고 아는 곳들이 많은 것 같아 따라가보자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익숙한 한남동, 이태원으로 와버렸다. 근데 여기서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 다 어떻게 재밌게 노는거지? 술을 마셔야 밤이 즐거운 것인가. 이젠 정말 뭘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늦은 시간에!
아무튼 그렇게 메뉴 주문을 했다. 아보카도 샐러드 하나와 쿠스쿠스 치킨 스테이크 하나 그리고 음료수 하나를 주문했다. 가격은 대충 4만원 정도 나온 것 같다. 근데 여기 선결제를 하더라. 나중에 다 먹고 나서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동생이 이미 결제를 했다고 한다. 몰랐다. 내가 5분 정도 늦게 도착한 사이에 주문과 결제가 이루어졌나보다. 가는 도중에 라스트 오더가 5분 정도 남았다고 하여 알아서 주문해달라고 하였는데 결제가 이루어지는지도 모르고 큰소리 쳤다. 내가 지불하면 상관 없는데 동생이 내니까 괜히 오바했나 싶었다. 정말 몰랐지.. 약속 시간에 제대로 맞춰 도착해야겠다.
여기 라페름이라는 곳, 인기가 정말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 친구도 웨이팅을 예상하고 온 것인데 요즘 환경 때문에 사람이 없어서 놀랬다고 한다. 나는 이날 여기가 첫 방문이었지만 이 친구는 이전에 와본 경험이 있고 맛은 보장한다고 나에게 말했었다. 이 친구 믿고 따라가서 실망한 적이 없어 이번에도 역시 믿고 그냥 오게 됐다. 와 근데 여기 인테리어부터 나름 귀엽게 잘해뒀다고 생각했다. 매장 내부가 그렇게 넓어보이진 않은데 좌석 테이블 간격도 잘 배치해두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잘 꾸며뒀달까? 그냥 딱 느낌이 장사 잘되는 곳임이라는 것이 느껴졌는데 이렇게 음식 비쥬얼까지 완벽할 줄 몰랐다.
초록초록 푸릇푸릇한 것이 슈퍼푸드라고 말하지 않아도 '건강에 좋아요'라고 음식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물론 깔끔하게 먹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모양이 망가질 것을 알았지만 그냥 처음부터 눈으로 호강할 수 있었다. 원래 음식은 눈으로 먼저 즐기고 입이 즐기는 것이라는데 그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고 있었다. 뭐 나같은 사람은 맛만 좋으면 괜찮지만 미식가들은 다를테니! 그리고 요즘 SNS 감성이 매우 중요하니 모든 부분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래도 항상 말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제일 중요하다. 가게 인테리어부터 음식 비주얼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으니 이젠 맛까지 좋아야했다.
먼저 치킨 스테이크에 손이 갔다. 근데 설명이 적혀있더라. 동생은 전에 읽어본 경험이 있으니 나에게 읽어보라고 그릇을 돌려줬다. 읽어봤다. '부드러운 식감과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저온 진공 조리법인 수비드 방식을 사용합니다. 붉은 단백질 색소인 미오글로빈 함량이 높은 신선한 닭고기는 고온 가열시 하얗게 변색되나, 수비드 특성상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시 변색과정이 생략되어 붉은빛을 띄게 됩니다. 덜 익은 것이 아니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길게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한줄 정리를 하자면 '붉은색을 띄더라도 그냥 먹어도 된다.'가 핵심이다. 붉은색하면 자꾸 포르투갈이었나 스페인에서 먹었던 수제 햄버거가 생각난다. 이젠 장소가 어딘지도 기억이 안나네. 불과 2~3년전의 일인데. 아무튼 수제버거집을 방문하였는데 햄버거 속살이 전혀 익지 않고 빨갛더라. 난 그런 고기를 처음 먹어봤다. 육회도 아니고 생식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이게 맞나하며 종업원에게 물어봤더니 원래 그렇게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설마 내가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당하고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주변을 살펴봤는데 다행히 내가 먹는 것과 비슷한 비주얼의 음식을 다들 즐기고 계셨다. 이게 여기만의 조리법인가보다. 하긴 구글맵을 통해 평점이 높은 곳만 찾아간 것이니 뭔가 다르긴 달랐겠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도 맛은 좋긴 했다. 다만 궁금했던 것이지. 여기 수비드 닭고기가 그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먹는 동안 붉은 부분을 좀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중간에 아보카도 샐러드는 하나 넣어뒀다. 연어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닭고기를 분해한 흔적. 나이프를 인당 하나씩 줬지만 사실 나이프가 전혀 필요없었다. 숟가락으로 눌러도 충분히 부드럽게 발라졌다. 부드럽다는 것이 핵심이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살이 붉은기를 띄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저런 별도 설명이 없었다면 의심했을 것이다. 덜 익었나 하고!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니겠지. 아 그리고 여기 또다른 매력은 저 바닥에 깔려있는 밥이다. 솔직히 뭐라고 해야하지. 한국 밥처럼 윤기가 있다거나 촉촉하지 않고 동남아에서 먹는 바람에 흩날리는 밥들처럼 굉장히 가볍다. 뭐랄까. 한공기 다 비워도 배가 차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라 더 술술 잘 들어간다. 맛은 현미처럼 약간 고소한 맛이 나던데 사실 항상 치킨 스테이크 살과 곁들여 먹어 특정한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래도 마무리는 아보카도 샐러드지! 와 여기서 그냥 연어만도 먹어보고 아래 양념이 뿌려진 야채들과도 먹어보고 그냥 참외처럼 잘려져 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가지런히 놓여진 주인공만 먹어보기도 했는데 가장 최고는 이 빵 위에 잼처럼 발려진 것이었다. 첫입 먹는 순간 '와 맛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뭐 별다른 첨가물을 넣은 것 같진 않은데 고체로 먹을 때보다 풍미가 더 살았다. 그리고 입 안에 더 향이 오래 남았고 맛도 강하게 느껴졌다. 사실 오이처럼 얘를 못 먹는 사람도 있던데 난 그렇지 않아 그냥 너무 맛있게만 느껴졌다. 이게 잼처럼 판매가 된다면 집에 사두고 먹고 싶을 정도였다. 맛있더라. 연어도 별로 손이 가지 않았다. 은근 연어는 따로 노는 느낌이었달까. 식빵 위에 올려먹었으면 조금 더 괜찮았으려나. 식빵 맛은 깨기 싫어서 그냥 순식간에 반 조각을 다 해치워버렸다.
요즘 여기에 맛집 포스팅을 하면서 흔히 말하는 아재 입맛처럼 뭔가 한식 위주의 것들만 올린 것 같다. 평소에 이것저것 다 잘 먹는데 요즘 뭔가 익숙한 것들만 먹어오긴 했다. 그래서 여기 사진을 찍으면서 뭔가 '요즘 20대들이 자주 가는 가게 오랜만에 왔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다니지 않는 내 자신을 반성해본다. 티스토리 메인 유저가 30~40대이기는 하나 앞으로 이런 가게도 종종 포스팅 해볼 생각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고 있겠지 싶다. 무엇보다 내 입도 조금 더 호강시켜줘야할 것 같고! 아무튼 여기 라페름 맛있었고 재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