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관광객들에게 덜 알려진 성산다온 돼지국밥
제주 여행 2일차. 지난 밤에 패스트푸드로 속을 달랬기 때문에 아침엔 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사실 모두가 제대로 된 식사긴 했지만 그냥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좀 뜨끈하게 배를 채우고 싶었다. 사실 내가 국요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막 옛날 말이라고 해야하나. 아침에 국 요리가 하나도 없으면 밥을 안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 거의 거기엔 손을 대지 않고 반찬 위주로 공략한다. 메인 요리 1~2개 정도랑!
처음엔 그냥 단순 내 입맛이 이런 줄 알았다. 근데 언젠가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나름 일리있는 해답을 찾았다. 우리 집안이 소화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소화불량도 많이 걸리고 아무튼 뭐 그런데, 물 제외 뭔가 액체와 같이 음식물이 들어가면 소화가 좀 덜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내 몸에서 알아서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사람은 우연이라고 하는데 그게 나도 모르게 의도하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던데 딱 그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음식을 평소엔 잘 안 찾는다는 말이다. 근데 이날은 아침부터 뭔가 먹고 싶더라. 여행은 참 사람 특이하게 만든다.
이럴때 믿을 것은 구글맵. 검색해봤고 바로 근처에 갈만한 식당이 하나 보였다. 리뷰는 40개 정도로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평점이 4.5가 넘었다. 댓글들을 살펴봐도 다 칭찬일색이고! 충분히 걸어서 갈만한 수준이었지만 그냥 차를 타고 이동했다. 먹고 바로 이동하기도 해야했고 제주도는 걸어서 다니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을 지난 여행에서 알았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성산다온 돼지국밥 주차의 경우 점심시간 약 2시간 동안은 앞에 잠시 정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약 20분 정도! 이정도면 한끼 때우긴 충분한 시간이다. 다만 나의 경우 이 시간에 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일찍 왔기 때문에 뒤쪽 주차장 벽쪽을 이용할 수 있었다. 사장님이 여기 주차하면 된다고 알려주시더라. 근데 함부로 하면 안되고 전화해서 확인해보고 해야한다. 괜히 잘못하면 딱지 끊길수도 있다.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가격은 전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뼈해장국마저 8천원선에서 가능하고 갈비찜은 가격만 보면 좀 비쌀 수 있는데 몇인분인지를 몰라서... 1인분 9천원도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들어오자마자부터 식사를 마칠때까지 느낀 것은 정말 관광객이 없는 동네 장사라는 곳이다. 내가 평일에 갔었는데 근처 직장인들도 많이 오는 것 같고 정말 나처럼 놀러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괜히 더 기대되고 잘 찾아온 기분이 들었다.
가게 내부는 넓지 않다. 다른 장소가 있는지는 확인 못해봤으나 다섯 테이블 정도? 근데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점심시간에 맞춰 아드님 같은 분 두분이 딱 일하러 오시더라. 하긴 내가 들어와서 나갈때까지 테이블은 계속 회전되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왔고 빨리 먹고 나간 편임에도 불구하고. 밑반찬은 처음에만 이렇게 내주시고 나머지는 셀프로 먹으면 된다. 근데 저 부추의 경우는 사장님에게 직접 요청해야한다. 부추 달라했더니 순간 전구지라고 말씀하셔서 들어보긴 했는데 살짝 당황했다. 휴 그래도 티는 내지 않았다.
밑반찬에서 내가 제일 감동했던 부분은 바로 저 쌈장. 된장이라고 해야하나. 근데 지금 이번 여행에서 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서 헷갈릴 수도 있는데 사장님께서 별도로 이 쌈장에 대해 직접 만든 것이라고, 맛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여긴지 확실하지가 않다. 아마 맞을 것이다. 역시 자랑하신 것처럼 너무 맛있었다. 간도 적당하고 막 짠맛으로 물을 요구하는 맛도 아니고. 재랑 양파만 찍어먹어도 약간 과장하여 한그릇 뚝딱이다.
야무진 돼지국밥 한끼 세팅이 완료됐다. 처음엔 맨 국물만 마셔보고 나중에 후추와 소금을 넣어 간조절을 했다. 그 매콤하게 하는 다대기의 경우 처음엔 넣지 않고 오리지널로만 먹다가 나중에 넣어 먹었다. 일단 본연의 맛을 좀 즐기고 싶었다. 당면도 그래서 바로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얘는 더 뿔기 전에 넣어 먹어야할 것 같아 바로 넣어봤다. 와 근데 이게 7천원 비쥬얼이라니. 솔직히 고기 양도 실하게 들어있다. 마지막에 배가 불러서 조금 남겼는데 그때까지도 고기가 남아있었다. 한국에서도 뭐 뼈해장국이나 이런 음식들이 저렴한 편이긴 한데 이상하게 맛이 좀 그렇던데.. 내가 이대조나 이런 곳에서 많이 먹어서 그런가. 근데 여긴 진짜 신세계다. 아마 누가 와도 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잡내도 하나도 없고 양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고! 진짜 뜨끈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부추 투하하고 공깃밥도 투하하고 야무지게 풀은 다음에 다시 한입 크게 먹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어제 점심 돈까스, 저녁 햄버거로 먹어서 속이 좀 느끼하다면 느끼할 수 있는 그런 상태였다. 아무래도 튀김류만 들어가다보니 이런 한국스러운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좀 필요하긴 했다. 근데 딱 알맞은 메뉴를 선택했고 메뉴만 잘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음식도 훌륭하게 잘 나오는 곳으로 찾아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평소에 이런 음식을 정말 선호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대체로 같이 밥을 먹는데 누가 이런 해장국 종류 먹으러 가자하면 우선 싫다고 하는 편이다. 속이 이상하게 배부르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잘 안 먹는데 여기서 이날 정말 잘 먹었다. 아마 여태까지 먹었던 날 중에 제일 잘 먹었던 날이지 않을까 싶다. 막 맛이 특별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삼박자가 다 잘 맞았다. 타이밍, 맛, 분위기 등등! 그리고 여기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로컬 맛집이라는 것도 큰 몫을 했다.
그렇게 돼지국밥 2개 1만 4천원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빼먹을 뻔한 말이 하나 있는데 국물에서 약간 사골 국물 향이 많이 났다. 내 입맛의 정확도는 낮은 편이라 함부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육수 베이스 자체를 그런식으로 우려내고 계신 것 같다. 그래서 더 깊은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 성산다온 강추다. 주변에 갈 일 있으면 꼭 들려보도록 하자.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시다. 바쁘셔서 얼굴 뵙기는 거의 힘들긴 하지만.
그리고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확실히 차를 타고 다녀야해서 걸어다니긴 힘든 곳이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운전하며 가다가 좋은 풍경이 나오는 곳에선 잠시 길가에 정차하여 이렇게 사진을 찍곤 한다. 예전 여행에선 말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번엔 잘 보지 못했다. 근데 지금 10시인데 이 포스팅하면서 입맛 다셔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