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지나치다 드디어 먹어보는 한강 라면 자판기, 이상하게 더 맛있어
여의도 한강공원.. 정말 셀수없이 많이 가본 곳이다. 자전거를 탈때도 지나가고 혼자 그냥 집에 있다가 적적해 산책을 하고 싶을 때 아파트 뒷길로 이어진 길따라 쭉 걸어가면 나오는 곳이라 가기가 편했다. 평일 주말 상관없었고 몇년전에 비해 유독 요즘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갈 때마다 잘 꾸며놨다고 느끼는 곳이다. 얼마전부터는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놀 수 있도록 만들어둔 공간도 있던데, 볼때마다 수심이 얕아 다치는 아이들이 없을까 싶었다.
물론 자전거를 타는 나나 조심해야겠지만 말이다. 한번 넘어질뻔하다가 체인에 종아리가 긁혔는데 그게 흉터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꽤나 큰 면적이다. 아무튼 뜬금없이 익숙한 여의도 한강공원 포스팅을 오늘 왜하냐면, 그렇게 자주 갔던 곳이지만 처음으로 한강 라면 자판기를 이용해 끓여먹는 라면을 먹어봤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에게 너무 맛있다고 들어서 매번 언젠가 먹어야지 했는데 딱히 기회가 오지 않았다. 역시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야한다.
잠시 쓸데없는 이야기였고, 어쨌든 그렇게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다가 못 먹다가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기회를 만든 것이 아니고 배드민턴 내기에 져서 친구가 '너가 편의점 쏴'라고 해서 사다보니 겸사겸사 먹을 수 있었다. 이날 돗자리를 깔고 놀았는데 내기에 이긴 친구들은 돗자리에서 쉬고 나 포함 내기에 진 친구와 함께 근처 편의점에 다녀왔다.
24시간 돌아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나갈 때마다 사람이 항시 몰려 복잡해보이는 한강 라면 자판기 앞에 처음으로 이렇게 서봤다. 애초에 판매를 할 때 저 호일 그릇 위에 라면 봉지가 하나가 떡하니 올려진 상태로 판매가 된다. 그래서 그냥 계산시 나무 젓가락만 추가로 받고 저 위에 라면을 뜯어 넣으면 된다. 그다음은 친절하게 설명된 조리방법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딱 그릇이 들어가는 크기로 불판이 있는데 여기에 그냥 호일 그릇만 올리고 조리시작 버튼만 누르면 물도 나오고 알아서 끓여준다. 아주 간단하다. 처음엔 이것저것 많아 복잡해보였는데 그냥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물도 딱 알아서 나오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물추가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다. 한강 라면 자판기.. 의외로 자동 기계였다. 간편해서 좋다.
약 1분 정도 시간이 지났고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면도 맛있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중간중간 젓가락으로 면을 잠시 들어올렸다 내려놨다 그랬던 것 같다. 꼬들꼬들을 의도한 것은 아니고 면을 골고루 풀고 싶었다. 근데 열기가 상당했다. 젓가락이 조금 부실한 편이라 그릇 가까이로 손이 갈 수밖에 없었고 좀 뜨거웠다. 근데 비쥬얼이 너무 완벽했다. 뭔가 오랜만에 제대로 보는 정석 라면 비쥬얼이랄까.. 분명히 배가 불렀는데 얘는 빨리 한입 먹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 대충 조리시간이 3분 정도로 나오는데 굳이 이 시간을 다 채울 필요는 없어보였다. 진라면 매운맛의 경우 시간을 다 채우니 딱 맞았는데 이상하게 이날 너구리는 조리시간을 다 채우니 좀 뿔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중간에 불을 끌까 했는데 그냥 정해진 시간을 다 채워봤다. 처음이다보니..
그렇게 한강 라면 자판기를 이용해 조리를 끝냈고 친구들에게 조심스럽게 셔틀을 해주었다. 두명을 제외하고 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신기하게, 또 이상하게 유독 더 맛있었다. 야외이기도 하고 운동도 했다고 하지만 그에 비해 유독 더 맛있었다. 아마 이 끓여먹는 호일 그릇에 또 다른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괜찮았다. 이미 별다른 말을 안해도 한강에 오시는 분들은 알아서 라면을 드시겠지만 혹시라도 나처럼 안 드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말해본다. 배가 불러도 하나라도 사서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별거 없는데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