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 힘든 Skin steroid side effects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얼굴 피부 부작용을 겪은 지 약 한 달째가 되어간다. 증상은 초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전에 없던 화농성 여드름이 군데군데 생긴다거나 물집이나 수포가 생기는 등의 추가적인 증상도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요즘 나를 제일 괴롭고 힘들게 하는 점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 예로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1.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인간은 땀을 흘려 몸 안에 있는 열을 배출하게 된다. 근데 부작용을 겪고 있는 부위에는 땀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열감이 얼굴에 가득 차 있다.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말이다. 그래서 간혹 매콤한 음식이라도 너무 먹고 싶을 땐 배달을 이용해 먹었다. 집에 있으면 바로 세수를 한 뒤에 로션을 바를 수도 있고 옷 또한 간편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이유와 해결책은 위와 동일하다. 고기를 구워먹는다거나 샤브샤브 같은 음식을 먹을 경우에도 눈 앞에 불이 계속 켜져있어야하기 때문에 그 열감때문에라도 주변에 있기가 상당히 힘들다.
3.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엄청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다. 근데 Skin steroid side effects를 겪으면서부턴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열이 차는 것도 차는거지만 이제 슬슬 몸이 좀 풀릴라치면 얼굴이 너무 따가웠다. 추운 날에 더운 곳에 갑자기 들어간다거나 할 때 갑자기 얼굴이 따가워 미치겠는 그 증상이 너무 심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4. 가끔 마시던 맥주도 마실 수 없다. 평소에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몸에서 술을 못 받는 편이라 그냥 아주 가끔 맥주 한 잔정도만 하는 편이다. 근데 탈스 증상을 겪으면서 이 맥주도 마실 수 없었다. 일단 몸에 안 좋은 것은 둘째치고 술을 마시면 얼굴이 시뻘게 지는 편인데.. 그 다음 설명은 생략해도 될 것 같다.
5. 사우나나 목욕탕을 갈 수가 없다. 탈스테로이드를 하기 전 한 달에 한 번은 꼭 사우나를 갔었다. 처음엔 뭔가 피로도 풀리고 좋아서 다녔는데 나중엔 반 의무적으로 다니게 되었다. 근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몇 개월동안 사우나를 가지 못했다. 사우나 자체가 습하기도 하고 온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라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6. 조금이라도 더운 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이때가 겨울이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히터나 난로 등으로 인해 더운 곳에 있을 때면 밖에 잠깐만 나가있어도 열감이 진정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역시 너무나도 불편했다.
7. 밖에 편하게 나갈 수가 없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겨울이라 편했지만, 그만큼 옷도 두꺼웠다. 야외에서는 괜찮았지만 버스를 타고 다니는 이동거리나 실내에 머물러있을 때는 오히려 더 불편했다. 이 당시에는 그냥 행동에 제약이 없는 집에만 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8. 초기에는 유제품을 먹지 않았다. 평소에 우유나 빵 같은 유제품을 자주 즐기진 않았지만, 이게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을 때는 또 느낌이 다른 것 같다. 괜히 먹고 싶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겠지만 한 약사분께서 알레르기 증상이니 유제품을 당분간 안 먹는게 좋겠다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당분간은 안 먹기로 했었던 기억이 난다.
위에서 말한 일상생활이 힘든 skin steroid side effects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온도변화'이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몸에서 조금이라도 열이 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얼굴이 바로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와 반대로 거짓말처럼 스테로이드와 접촉하지 않은 곳들은 멀쩡했었다. 또 얼굴이 빨개진 채로 더 열이 가해지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미친듯이 따가워졌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을 내보내고 건강이나 면역력 등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꾹 참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어도 이 따가움때문에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앞서 개인적인 불편한 점에 대해 얘기했다면 그 다음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은 인간관계, 사회적인 이야기다. 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가 연말, 연초였다. 바쁘다거나 한동안 못 본 사이일지라도 얼굴이나 보자는 각종 약속이 많을 시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군데도 나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못 나갔다는게 맞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나가봤자 가볍더라도 술 한잔 못할 것이며, 자주 보는 친구들이 아니라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인데 얼굴이 붉게 되어있고 행동에 제약이 있으면 괜히 단체생활에서 민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 놀라서 물어보는 상황들이 싫고 똑같이 답변을 해야되는 내가 싫고 나 역시 그랬듯이 그들도 왜 그러는지 설명을 들어도 관심도 없을 뿐더러 이해도 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평소 성격대로 ~때문에 못 나간다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일이 있다고만 하고 아무 곳도 나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남자가 피부 때문에 안된다라고 말하면 공감하며 이해해줄 남자인 친구들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내가 너무 불행한 삶을 살았나.
잠깐 이야기가 샜지만, 정말 이때가 인생에서 최악이었던 시기였다. 언제 낫는다는 보장도 없이 그저 막연히 기다려야하는 상황에서 집에만 있어야하는. 정말 살면서 제일 답답했던 시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뭐 얼굴 그것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 그냥 나가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단 나간다하더라도 과연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싶다. 오히려 신경을 평소보다 배는 더 써야해서 나가는 게 오히려 일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나가지 않았다. Skin steroid side effects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제일 힘든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막연하게 나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많은 탈스인들이 이를 겪으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앞서 말했듯이 테이퍼링이라는 일시적이고 점진적인 치료 방법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그저 시간이 약이고 몸이 스테로이드의 주입을 벗어나 스스로 자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일 확실한 치료법이다. 이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병원을 간다하더라도 '아 이거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아 생긴 증상이네요.'라고 말해주는 피부과 의사도 몇 없을 뿐더러 직접 겪어보기도 하고 옆에서 보기도 했는데, 이때의 치료법으로 대부분 스테로이드를 다시 처방한다. 일단 증상은 완화시켜야한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스테로이드를 끊기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다시 스테로이드를 준다니.. 어이가 없다. 정말 사익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우선으로 두는 양심적인 의사가 최근 들어 정말 찾기가 힘든 것 같다. 한창 논란이었던 치과 관련도 그렇고. 아무튼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겪으면서 가장 명심해야할 점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모든 현상은 탈스테로이드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