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바셋 커피 헤이즐넛 카페모카 메뉴판에 없다고!?
(Paul Bassett)
폴바셋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여기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때문이었다. 특별함은 없는 그냥 밀크 아이스크림인데 되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많이 매장도 없었고 뭔가 맛집을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처음 먹었는데 되게 깔끔했고 내가 좋아하는 심심한 맛이어서 좋았다. 요즘이야 백미당 같은 비슷한 곳들이 많이 등장해 흔해졌지만 폴바셋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밀크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만연하지 않았다.
커피를 안 마시기에 다시 찾아갈 일이 없었고 그냥 잊고 살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오게 됐다. Paul Bassett을 찾아온 것은 아니고 백화점에서 옷 구경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었는데, 마침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고 그러다 이 매장이 눈에 보여 들어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보였다.
메뉴판도 보지 않고 상하목장 밀크 아이스크림 두 개를 주문해 먹었다. 설명을 보면 '담백하고 산뜻한 우유 본연의 맛을 만나보세요.'라고 적혀있는데 우유 맛은 모르겠고 확실히 다른 첨가물이 가미되어있지 않은 깨끗한 본연의 맛은 느껴졌다. 그래서 깔끔해서 좋았다. 시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에선 절대 이런 맛이 안 난다. 물론 가격을 따지면 말도 안 되는 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우연찮게 또 폴바셋을 오게 됐다. 근데 나도 이날은 머리가 아파서 카페인 충전이 필요했고, 맛이 좋아 중독될까 무서웠던 카페모카와 카푸치노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 했다. 근데 메뉴판에 카페모카는 없고 카푸치노만 적혀있었다. 근데 카푸치노는 또 아이스가 안되고 따뜻한 거만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혼잣말로 카페모카가 메뉴판에 없네라고 말했는데 직원분이 이걸 들으시더니 계산대 앞 작은 메뉴판을 가리키면서 헤이즐넛 카페모카가 있고 이건 아이스와 따뜻한 거 둘다 가능하다 말해주셨다. 아마 메뉴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나타내고 있나 보다.
워낙 카페 초보기에 앞에 헤이즐넛이 있으면 맛이 많이 다르려나 싶었지만 딱히 다른 것은 먹고 싶지 않아 이걸로 주문했다. 그리고 먹어봤다. 완전 맛있었다. 스타벅스나 다른 곳에서도 카페모카를 먹어봤지만 여긴 맛이 좀 달랐다. 아마 앞에 붙은 헤이즐넛이란 것 때문이겠는데 이 때문인지 커피에 카라멜 맛이 났다. 근데 이게 거부감이 들거나 너무 단 것이 아니라 딱 적당하게 커피와 어우러진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맛있었다. 가뜩이나 카페인에 취약한데 정말 습관이 들릴까 무서운 맛이었다. 물론 매장이 내 생활반경 근처에 없어 자주 갈 일은 없겠지만, 카페인이 필요할 때 일순위로 얘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 커피 초보가 즐기기에 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