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알리 콘서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관람 후기
벌써 이주나 흘러버린 추석 연휴 막바지, 가수 알리 콘서트를 보기 위해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을 다녀왔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종종 왔던 곳인데 아이마켓홀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일하시는 분에게 위치를 물어본 뒤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고 하여 찾을 수 있었다.
전에 와봤던 경험으로 인해 근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느지막이 먹고 나왔다. 이날 공연 시간은 오후 7시였는데, 15분 전에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공연 도중에는 웬만하면 그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지 않는 편이다. 뮤지컬의 경우 커튼콜 촬영이 가능하다 하면 찍고, 공연은 마지막에 인사할 때 찍는 순간을 주기에 그때만 찍는다. 근데 이번 가수 알리 콘서트는 내내 촬영이 불가하다 했다.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방침인지, 개인의 의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찍을 사람이야 그냥 한두 장 무시하고 찍겠지만, 방침이 그러하니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진 않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위 사진처럼 땅바닥 사진으로 인증샷 아닌 인증샷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공연이 진행되었다. 처음엔 컨셉을 모르고 예매했었기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 생각보다 피아노의 비중이 높았다. 그래도 좋았던 것이 요즘따라 희한하게 악기의 연주가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연주는 훌륭했다.
노래는 뭐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이 365일을 듣고 싶었는데, 그냥 메들리로 짧게 10초 정도만 불러주었다. 이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사실 제일 듣고 싶었던 곡이기 때문이다. 그 후 유투브를 좀 찾아봤는데 창법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부르지 않는 건지 제대로 된 라이브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개인의 노력이 가장 극적인 순간에 명확하게 드러나는 체육 선수들의 경기라든가 뮤지션의 공연, 연기자들의 뮤지컬을 볼 때 그 작품을 떠나 그들의 행동,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공연과는 별개로 상대적 박탈감이 들 때가 있다. 문과를 졸업하고 사무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극적인 순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거기에 내가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진 이들의 공연을 볼 때 좋기도 하지만 자책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해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간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이날도 비슷한 감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상당히 좋은 기억이었다. 가수 알리씨가 어느 대학교에 교수로 있나본데, 코러스로 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초대했다. 뭔가 노래를 할 때마다 서로 눈웃음을 짓고, 되게 밝아보여서 계속 시선이 갔었는데 그런 이유가 숨어있었다. 나보다 젊은 나이에 저렇게 꿈을 쫓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전달되진 않겠지만 응원하게 되었다. 서로 일면식도 없고 앞으로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저래 복잡하지만 좋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