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라브루닐다(La brunilda)와 유럽 할로윈데이 추억
원래 동행분과 저녁까지 같이 먹을 계획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버스 시간을 놓쳤고 세비야에 도착하니 마침 저녁 시간이 되었길래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뭘 먹고 싶냐고 물으니 라브루닐다라고 맛집이 있다고 하여 여길 가기로 했다. 도착하고 나니 줄이 엄청 길었다. 근데 이게 안에서 식사 중이 아니고 오픈 시간인지 break time인지 그 뒤에 한번에 쭉 들어갈 수 있는 거여서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진 않았다.
La brunilda에 한국인도 많았지만 그만큼 외국인도 많았다. 그리고 모든 자리가 입장과 동시에 꽉 찼다. 혼자였으면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안 왔을 텐데 동행 분 덕분에 좋은 곳에 올 수 있었다.
메뉴를 시켜서 서로 나눠 먹기로 했다. 리조또 머쉬룸 큰 사이즈 하나와 비프 텐더린 큰 사이즈 하나, 문어 요리와 내가 빠져있는 레몬 맥주인 끌라라를 주문했다. 먹다가 양이 부족한 것 같아 추가로 오늘의 타파스라고 메뉴를 하나 더 주문했다. 가격은 세금 10% 포함하여 총 31.7 유로가 나왔다. 론다에서 먹은 것에 비하면 양 대비 가격이 저렴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퀄리티도 훨씬 좋았다.
술과 함께 나온 식전 빵, 같이 나온 리조또 소스에 찍어서 같이 먹었다. 처음 뜨거웠을 때 꽤 맛있었다. 근데 큰 사이즈라 하더라도 양이 적었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했던 건가..
생각해보니 세비야 라브루닐다는 타파스 요리점이었다. 그렇게 보면 양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이해가 된다. 만약 타파스 전문점이라고 가정하면 가격이 그렇게 싼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뒤이어 문어 요리와 비프 텐더린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양이 아쉽긴 했지만 문어는 위에 뿌려진 가루 때문인지 매콤해서 좋았고, 비프 텐더리는 그냥 우리가 흔히 먹는 고기 맛이었다. 특별함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오늘의 타파스. 남길 생각을 하고 큰 사이즈로 시켜보았는데 감자가 반이었다. 그래도 소스가 가득한 것이 소스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엄청 맛있어보였다. 기대했던 대로 소스가 맛있었고 La brunilda에서 먹었던 메뉴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내가 메뉴를 더 먹자고 하기도 했고 동행한 사람이 아직 학생이었는데 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뭔가 내가 예전에 처음 유럽 왔을 때가 생각나서 그냥 내가 냈다. 그렇게 큰 금액이 나온 것도 아니고 덕분에 맛있는 것도 먹어서 그냥 나도 기분 좋았다.
그리고 여기서 웃긴, 타이틀을 유럽 할로윈데이 추억이라고 정한 이유.. 맛있게 먹고 헤어지려고 다시 중앙 쪽으로 걸어왔다. 숙소가 서로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근데 숙소에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이날이 할로윈데이여서 마을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지만 그냥 뭔가 들어가기 아쉬웠다.
그래서 맥주라도 한잔하려고 하던 찰나에 피를 봤다. 콧물이 흐르는 느낌이 들길래 닦았더니 코피였다. 나도 깜짝 놀랬다. 피곤해서 날 거였으면 처음 마드리드에서 감기에 걸려 고생했을 당시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컨디션 좋은 이날 갑자기 이래버렸다. 나도 놀라고 동행 분도 놀래서 부랴부랴 헤어졌고 숙소에 들어와 씻고 누웠다. 코피는 금방 멈췄다. 정말 10월 31일 유럽 할로윈데이 추억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생전 안 먹던 맥주를 아무리 약하다 하더라도 하루 네잔씩 먹으니.. 몸에 무리가 갔나보다. 역시 술에 약한 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