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경 바라보며 양화대교 산책했던 날
무더위가 오기 전인 5월 말, 오랜만에 아는 동생을 만났다. 처음엔 공적으로 만난 사이였지만 어느새 친한 동생이 되었다.
이 친구가 홍대에 다니는데 이날이 홍대 축제날이라 겸사겸사 잠깐 들렸다. 근데 사람도 너무 많고 딱히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금방 나왔다.
그리고 내가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소개받으며 알아낸 여러 펍을 데리고 갔다. 대부분 외국인이 오는 곳들이었고, 웬만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그냥 가고 싶었던 치킨집에서 간단히 맥주만 한잔하고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슬슬 집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날씨도 딱 좋았고. 그래서 좀 걷기로 하다가 어쩌다보니 홍대에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예전에 딱 한 번 서울 야경 바라보며 양화대교를 통해 홍대에서 집까지 걸어갔던 적이 있다. 시간을 재보니 정확히 1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같은 루트로 걸어보게 되었다. 이때 웃고 떠들며 너무 신났다. 나는 술도 별로 안 먹어서 딱히 그럴 일이 없었는데 그냥 사진도 찍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서울 야경도, 양화대교도 엄청 예쁘다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나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뭔가 사진처럼 웃고 떠들었던 모습 하나가 기억에 남아있다.
처음엔 집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이 친구는 나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는 곳에 살고 있어 어차피 택시를 타야 했다. 그래서 선유도까지 걸어온 뒤에 택시를 잡아 집을 데려다주고 나는 집에 왔다. 사실 이쯤부터 너무 힘들기도 했다. 근래에 산책했던 날 중 제일 좋았던 날이었다. 시간은 빨리 안 갔으면 좋겠는데 가을은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