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혼자 해외여행, 그중 좋았던 부엔 레티로 공원
(Travel alone, Buen Retiro Park)
마드리드에 머무르는 동안 사실 유럽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여행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뭔가 새로 구경할 것들도 없었고 그냥 그랬다. 근데 기대하지도 않고 온 이 부엔 레티로 공원이 너무 좋았다. 위 인공 호수를 보자마자 놀러옴이 실감 났다.
아까 맥주를 마시던 곳에서 한 30분 정도 걸어야했다.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구경도 할 겸 별로 힘듦없이 걸어올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엄청 컸다. 사실 영화를 본다거나 낯선 곳에 갈 때 거기가 어떤지 미리 알아보고 가는 편은 아니다. 이름 정도만 알고 간다. 뭔가 조금이라도 알면 막상 접했을 때 흥미가 반감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 영화가 너무 재미없고, 여행지가 너무 별로일 경우가 있지만 뭐 그것도 다 경험이라 생각한다.
걷는데 어느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Weed라고 대마초를 살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면 여러번 권유를 하는데 이때 '난 담배도 안 핀다'고 말하면 더이상 말 걸지 않는다. 알고 말한 것은 아니고 사실대로 말하다보니 이게 제일 효과적이었다.
사실 남자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며, 특히 유럽에서 weed를 파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냥 약간 한적한 곳이나 골목길에 어슬렁 거리는 사람이 있을 때 지나가면 대충 말을 건다. 이 사람들도 관광객이 호기심이 많은 것을 아는지 관광객에 주로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여태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 웃으며 장난식으로 말하지 험악한 사람들은 못 봤다.
호수에 배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유럽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저런 곳에서 유유자적 배를 타는 것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번에도 안 탔다. 역시 이것저것 다 고려하다보면 이도저도 안된다. 그냥 기회가 오면 해야한다.
걷는 곳곳에 조각상이 있었다. 조각상과 인공 호수가 있을 정도면 규모가 얼마나 큰지 대충 감이 온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올 법한 나무가 있어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사진으로 봤을 땐 별 감흥이 없는데 실제로 보면 엄청 크고 뭔가 신기하다. 바오밥 나무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약간 그런 느낌이 났다.
가는 곳마다 사람이 있긴 있었지만, 워낙 넓어서 그런지 복잡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그냥 조용하고 넓고 쾌적했다. 내가 좋아하는, 정말 걷기 좋은 부엔 레티로 공원이다.
위 사진은 크리스탈 궁전이라고 유리로 꾸며진 곳인데, 안으로 들어가보진 않았다. 여기가 유일하게 사람이 북적거렸다. 밖에서도 안이 보여 대충 어떤 분위기인진 알 수 있었다. 사실 슬슬 발이 아파오기도 해서 안에 들어가는 것보단 벤치에 앉아 노래를 틀어놓고 좀 쉬고 싶었다.
이 앞에 또 호수가 있다. 오리들이 쉬려고 물가에 나와있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관리가 되어있었다.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다보니 약간은 게을러도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그래서 지나갈 때마다 구경했던 것 중 하나가 길거리에에 구비된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여기서 러닝을 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오래달리기를 못하는 나로서는 어떻게 저렇게 땀날 때까지 달리나 싶지만, 영어권 나라에선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아무튼 운동하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데, 공원에서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면 그냥 쳐다보게 된다. 이게 한국에선 보기 힘든 문화이고 영화에서만 봤던 거라 약간의 환상이 있어서 그런가.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나도 몸만 좋으면 참여해보고 싶지만 가뜩이나 골격도 작은데 괜한 비웃음거리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벤치에 앉아 멍도 때리고 사람 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마드리드 4박 5일 중 제일 좋았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