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어드바이저에 소개된 펍에서 샹그리아 마셔보자
(Tripadvisor Sangria)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켜야했다. 평소라면 날씨도 좋아 걸었을 테지만 오늘 걸은 거리가 좀 돼서 더 걷게 되면 내일 피곤할 것 같았다. 그래서 뭘할까하다가 그냥 가고 싶었던 골목에 있는 아무 펍에나 가서 샹그리아를 마셔보기로 했다. 이름은 영어도 아니어서 잘 모르겠고 그냥 트립어드바이저라는 스티커가 있길래 들어가보았다. 이때는 트립어드바이저 마크가 있으면 그래도 뭔가 검증된 곳이겠지 싶었는데 그냥 웬만한 곳에는 다 있었다.
기대도 안하고 온 펍 치고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도 않았고 관광객들도 없었고 일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친절했다. 밝은 미소로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편한 자리도 있었지만 뭔가 높은 의자에 앉아 창문이 보이는 곳에 앉고 싶었다. 외국에 오면 유독 풍경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선 바깥에 앉을 생각도 안하고 오히려 구석에 앉는데 말이다.
티슈를 쓸까 했는데 정말 쓰기 아까운 모습이었다. 갈색에다가 로고가 박혀있었다. 여기 유명한 곳이었나..? 휴지를 일일이 제작한다는 것인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원래 밥 먹을때 남들보다 휴지를 많이 쓰는 편인데 여기선 나도 모르게 최대한 자제하게 되었다.
메뉴는 알코올 쓰레기의 줄임말인 알쓰 중 한 명으로서 샹그리아만 마실 순 없었기에 디저트인 브라우니도 같이 주문했다. 총 10유로 정도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싸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에 오면 꼭 마셔봐야한다는 Sangria. 드디어 처음 마셔봤는데 하나도 안 쓰고 맛있었다. 내가 술에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약하다는 말인데 나쁘지 않았다. 근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즐기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기념 삼아 마셔보면 좋겠다.
솔직히 커피를 마시지도 않고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는 편도 아니라 카페를 잘 가지 않는다. 그만큼 디저트도 잘 안 즐기는 편인데, 이번 유럽여행에선 식후에 이런 디저트를 많이 먹었다. 근데 그 맛이 또 나쁘지 않았다. 역시 여행에선 과소비를 하게 되니까.. 부담 없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카페를 찾아가본 것이라곤 예전에 초코크레이프케익이 너무 먹고 싶어서 찾아갔던 것 빼고는 딱히 기억이 안난다. 원래 노트북을 산 뒤로 좀 살아볼까 했는데 그냥 바깥 생활이 나랑 좀 안 맞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