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 장어 맛집이었으나 이제 보내주려 한다
이 가게를 처음 안 지가 벌써 몇 년이 흐른 것 같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가 되었지만, 그 친구가 좋아했던 가게 중 하나다. 어느 날 몸을 생각하는 식사를 하고 싶더라. 흔히 말하는 건강식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친구에게 갈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여길 소개해줬다. 자기 가족들끼리 종종 가는 곳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마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출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입 먹자마자 감동을 받았다. 너무 맛있더라. 그래서 나에게 장어 맛집은 이제 여기 하나라 생각하고, 그 뒤로 정말 많이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혼밥은 해본 적은 없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여길 방문했다. 그리고 다들 너무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가서 먹기만 하고 왔기 때문에 따로 뭐 추억은 없지만 그냥 그 머무른 시간 자체가 만족스럽고 좋았다. 그리고 애초에 이 재료 자체가 가격이 좀 나가기 때문에 가격은 미리 고려했었고.
그렇게 종종 찾던 이 가게를 마지막으로 찾은게 아마 작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오랜만에 찾았다. 사실 나름 주기적으로 가줘야 하는데 기회가 마땅치 않더라. 그때도 아마 어떻게 날을 잡고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때 딱 놀랐던 것이, 관광객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물어보니 어느 유명 유튜버가 소개를 해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몰린다고 하시더라. 원래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맛집이었다면, 이젠 외국인이 90% 이상 방문하는, 관광객 전용 맛집이 되었다. 애초에 위치도 연남동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겸사겸사 들리는 것 같다. 애초에 숙소가 이 근처인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때는 꽤나 아쉬워했다. 물론 관광객이 온다고 해서 뭐 달라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 웨이팅 적인 부분이 꽤나 아쉽더라. 그래서 그때 살짝 실망은 했지만 맛이나 퀄리티 등은 그대로여서, 여전히 괜찮아서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안 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근데 이제 이번 방문을 마지막으로 여길 보내주려고 한다. 근데 맛이 변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내 스스로가 이제 여길 보내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새로운 장어 맛집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날 방문도 사실 나도 다시 오랜만에 오고 싶었다. 요즘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 아예 영양 성분 듬뿍듬뿍인 것을 먹고 싶었다. 근데 마침 어머니와 이모와 니즈가 맞았다. 어머니의 경우 해산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신다. 뭔가 그 흐물거리는 식감을 싫어하시는 것 같더라. 근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초밥이나 그런 것은 좋아하는데 멍게나 굴과 같은 것을 못 먹는 것이겠다. 그래서 그냥 비슷하지만 그런 정도의 차이만 있는데, TV에서 보셨는지 장어 진짜 맛있는 곳을 가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딱 여기 연남동 풍천장어가 생각이 났고 이모와 함께 이렇게 셋이서 다녀왔다.
딱 오기 전에 오픈 시간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오픈 시간에 맞춰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쭤보셨다. 그래서 나의 뇌피셜로 '장어를 대부분 술과 함께 먹을 테니 뭐 굳이 오픈런까지 할 필요가 있나. 낮보다는 저녁에 더 많이 오겠지'라는 점 하나와 '장어덮밥 같은 요리도 아니고 숯불에 굽는 장어구이인데 낮부터 사람이 몰리겠어. 그리고 예전 기억으로는 그렇게 사람이 몰리지 않았으니 괜찮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마음 편하게 방문했다. 집에서 택시를 타고 한 12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던 것 같다. 근데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웨이팅이 있더라. 근데 한국인은 없었고 다 외국인 관광객. 그중 중국인 비중이 90%였고 나머지 10%가 일본인 정도의 느낌이랄까. 아니다 95:5인가.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1% 정도? 정말 이제 한국인은 찾지 않는 외국인 전용 맛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그냥 갈 수 없었고, 그렇게 1시간 정도 기다려서 안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오픈런을 해도 웨이팅 1시간 기본이 되어버린 연남동 풍천장어. 인원수에 맞게 세마리를 주문하였고 직접 다 구워주시기 때문에 구경을 하면서 여기 국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었다. 여기의 경우 먹다 보면 너무 맛있어서 중간에 추가로 한 마리 등을 더 주문하게 된다. 미리 구워지는 시간을 계산해서 말이다. 근데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말씀드려보면, 1인당 1마리가 딱 맞다. 만약 그 이상 먹을 경우, 만약 술안주로 먹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분명히 헤비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좀 이게 저절로 손이 가서 먹는다기보단 남기지 않아야 돼서 먹는 느낌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조금 부족할 것 같더라도 1인당 1마리 먹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추가로 주문했다가 마지막에 조금 남기거나 그랬기 때문에 그게 딱 맞더라. 근데 이게 먹다 보면 너무 맛있어서 또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신기하게도 딱 추가 주문한 장어가 다 익어갈 때쯤 포만감이 올라온다.
아마 이게 고단백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위에 말한 것처럼 그렇게 맛있었다고 했으면서 왜 이제 보내주려고 하는지 의문이 드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보내주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 이제 특수한 시기가 지나갔기 때문에, 그전처럼 다시 여행 수요는 계속해서 살아날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그런 특수한 일이 발생하지 않고서야 말이다. 그러면 여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 위주로 말이다. 그래서 웨이팅이 없는 시간이 없게 되겠다. 사실 나에게 대기를 하는 시간도 맛집을 정할 때 나름 중요한 요소다. 매번 갈 때마다 2~3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면 가기 전부터 피로가 쌓인다. 근데 여기도 이제 오픈런을 해도 웨이팅 1시간이 기본이 되었으니, 피크 타임엔 더 기다릴 테니 그런 부분이 마이너스 요소가 되겠다. 이게 메인 요소이고 자잘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우선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와 이때나 동일했다. 장어 크기 튼실하고, 바로 손질해서 나오고 소스나 구성 그대로고 숯불 화력도 세서 너무 맛있게 잘 구워지고, 한점 먹었을 때의 그 만족도는 정말 똑같다. 근데 이날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테이블 담당해 주시는 분들마다 다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더라. 우선 국. 이게 식어있었다. 예전엔 한 숟가락 떠서 조심히 먹을 정도로 뜨거웠었는데 이때는 바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어서 나오더라. 근데 이건 이때만 그런 것인지 이제 바뀐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근데 이날 이 부분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 나름 시그니처 중 하나가 장어가 손질되어 나왔을 때 심장 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싱싱함을 알려주는 것인데 이날은 그런 것이 없었다. 바로 그냥 구워주시더라. 근데 테이블 담당 해주시는 분은 이것만 빼고 너무 친절하게 잘 응대해 주셨다.
정말 위에 말한 요소 빼고는 다른 이유가 없다. 아마 웨이팅 요소가 너무 커서 이젠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여기가 내 기준 해외도 아니고, 그냥 서울에 있는 가까운 맛집인데 매번 갈 때마다 기다릴 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특정 타임에 간다고 해서 웨이팅이 없을 것도 아니고. 여행객은 말 그대로 여행을 온 것이기 때문에 맨날 자유일 테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먹으면서 여전히 감동은 받았지만, 위와 같은 사유로 아마 다음엔 새로운 곳들을 찾아 떠날 것 같다. 그래도 공깃밥을 시켰을 때 이렇게 젓갈과 함께 나오는 부분은 또 좋았다. 예전엔 몰랐었는데 그땐 밥을 안 시켰었나? 아무튼 이렇게 밥을 주문하면 젓갈과 김이 나오는데 김을 구워서 장어와 함께 약간 삼합 느낌으로 먹으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또 이게 짭조름해서 간도 맞고 맛있더라. 부추도 맛있고 여전히 매콤한 소스도 감칠맛 살아있고 매력적이었다.
여긴 외국인 친구들이 오게 되면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런 가게였는데 아마 그것도 이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네이버 예약도 가능했는데, 이젠 불가능하여 여쭤보니 사장님께서 그 부분을 없애셨다고 하더라.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로 웨이팅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주 매출처가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약 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드셨겠다. 뭐 손님 입장에선 아쉽지만 사업주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이제 오지 않겠지만, 실제로 이날 처음 오신 어머니와 이모도 꽤나 만족하셨다. 사실 장어 자체를 이렇게 많이 안 먹는 편인데 이날 많이 드셨다고 하더라. 예전과 비교하여 안 좋게 변한 것도 있지만 여전히 맛있는 곳은 맞았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보고 위와 같은 요소가 괜찮으신 분들은 한 번쯤은 방문해 보시면 좋겠다. 그러다 저처럼 단골손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혹시 또 다른 장어 맛집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