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후기가 별로 없는 나트랑 로컬 맛집 Chân gà nướng Cô Hiền 숯불구이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요리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숯불구이를 꼽을 수 있겠다. 예전에 베트남 다낭&호이안을 묶어서 다녀온 적이 있었다. 거기서 숯불구이 집 한 곳을 갔었는데 그때 그 감성이 너무 좋았다. 적당한 더위에, 그냥 작은 의자에 앉아 숯불을 가운데 두고 셀프로 구워 먹으면서 먹는 그 기분 말이다. 맥주는 시원해서 잘 구워진 음식을 하나 먹고 맥주 한잔하고 여러모로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번에 오랜만테 동남아 휴양지 여행 계획을 잡으면서 그때 그 기억이 되살아났고, 그때 그 가게는 아니더라도 꼭 그 경험은 다시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부터 갈만한 곳을 좀 찾아봤었다. 근데 딱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현지에 가서 구글맵으로 찾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원래 여행을 갈 때 계획 같은 것을 철두철미하게 잡는 편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그랬는데, 뭔가 이제는 그런 열정이 없기도 하고, 가기 전에 다른 것 챙기느라 정신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현지에 가서 이것저것 찾아봤을 때 더 좋았던 경험이 많아서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대충 비행기와 숙소만 해결하면 나머지에 대한 부담은 더는 편이다. 근데 이번에 여행 준비를 하면서 평소와 다르게 좀 찾아봤는데 색다른 부분을 느꼈다. 예를 들자면, 아주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봤을 때 나름 정말 자신들의 찐 후기가 많았다. 그러니까 광고가 별로 없었달까. 하긴 그때는 책 같은 것을 살펴보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광고는 거기에 있었겠다. 근데 이번에 안 사실인데, 특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페 같은 곳에 가입을 해서 볼 때 광고가 상당히 많아졌음을 느꼈다. 일반인이 쓴 것 같은 바이럴 광고도 있고, 정말 제휴를 맺고 광고하는 것도 있고.
이게 일반인의 진짜 후기와 섞여서 사실 뭐가 광고인지 진짜인지 잘 모르겠더라. 나조차도 그러니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게 진짜구나 싶더라. 그니까 여행이 한국에서 활성화되면서 현지에 머무르시는 분들이 적당히 홍보를 하면서 어느 정도 사업을 유지하시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게 나쁘다곤 생각 안한다. 정말 괜찮은 곳이 홍보가 되면 손님도 좋고 사업주도 좋은 것이니까. 근데 나의 경우 뭔가 남들이 다 하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았고, 조금 이색적인 곳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베트남 나트랑 현지에 도착해서, 딱 내가 원하던 숯불구이 가게를 찾게 되었다. 아직 여긴 블로그나 그런 곳에 후기도 별로 없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주로 찾고 있는 그런 가게다. 그렇다 보니 아직 가격이나 양 같은 측면에서 정말 가성비 좋다 느낄 수 있는 그런 가게가 되겠다.
좀 체감이 되게 말하자면, 한국인 관광객들이 베트남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 착해서가 되겠다. 한국에서 먹는 거나 사는 것보다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하니까 말이다. 근데 다들 아시는 것처럼, 관광지 메인은 아무리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정말 로컬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보다는 비싸겠다. 그니까 적당히 관광지화 된 느낌이랄까. 근데 여기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고, 정말 현지 로컬 사람들만 방문하는 곳이니까 그런 곳보다 더 저렴하겠다. 위치 자체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긴 한데, 베트남에선 택시비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니 택시를 찍고 방문하면 되겠다. 그리 멀지 않아 택시 금액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그럼 입구 앞에 이렇게 내려주신다. 나름 내리면서부터 응대를 해주시는 분이 계시고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아직 로컬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는, 언어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겠다. 여기 가게의 경우 영어, 한국어 등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고 나중에 언어 번역 혹은 그냥 메뉴판에 있는 사진을 보고 주문을 했다. 따로 영어 메뉴판도 없었지만, 그림을 보고 주문하니 괜찮았다. 그런 불편함이 살짝 있지만, 그게 또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도 한국말로 편하게 주문을 하는 것보단 이렇게 약간의 해프닝을 겪는 것이 더 재밌다 생각한다. 메뉴판을 보고 이것저것 주문하였다. 금액은 고려하지 않았다. 애초에 한국에서부터 먹고 싶었던 메뉴들이고, 운동을 하고 온 상태였기 때문에 배가 고팠다. 그래서 남기더라도 많이 먹어야 했다. 그래서 양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첫 맥주를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한 병만. 여기서 맥주를 여러 병 시키면 따로 얼음 바스켓에 가져다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숯불구이가 나왔고,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나오면서 간단하게 뭐가 뭔지 설명을 해주시는데 대충 비쥬얼을 보고도 뭐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기본으로 소스 하나씩과 야채가 있었고, 메뉴 하나당 그릇에 담기는 양도 상당해서 금방 테이블이 가득 차버렸다. 그래도 바로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좁은 느낌은 아니어서 괜찮았다. 주문 후 바로 숯불에 구워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근데 대한민국 자체가 워낙 빨리빨리가 익숙한 문화여서 그렇지, 웬만한 곳은 다 한국보단 느릴 테니까 그런 감성도 적당히 즐길 줄 알아야겠다. 나와 같은 경우는 음식이 오히려 바로 나오는 것보다 천천히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여유롭게 사진 찍을 시간이 있으니까. 별도 나오는 소스의 경우 개인적으로 고수를 못 먹는데 그런 향이 느껴져 먹지 못했다. 그래서 추가로 소금을 요청드렸다.
근데 이 소금 요청에 굉장히 당황하시더라. 아마 이런 요청을 여태까지 받으신 적이 없으신 것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나온 소금의 양을 보면 아실 수 있겠다. 완전 많이 가져다주셨다. 그냥 삼겹살 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곱창구이도 있고 해서 소금 콕콕 찍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요청드렸다. 실제로 그렇게 먹으니 그냥 먹는 것보다 맛있긴 했다. 사실 그냥 먹는 것도 어느 정도 간이 되어있어서 충분히 강렬했는데 나의 경우 저 기본으로 나오는 소스를 못 먹으니 뭔가 대체할만한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요청드려 받아서 콕콕 찍어 먹어봤고 실제로 맛있었다. 근데 본의 아니게 당황을 시켜 드린 것 같아 나도 살짝 놀란 그런 시간이었다. 그렇게 닭날개구이부터 곱창구이까지 열심히 먹었다. 사실 이때 모든 메뉴가 다 나온 줄 알고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게 먹었다 싶었다. 양이 많아서 배부름을 적당히 느껴갈 때였다.
근데 마지막으로 메뉴가 더 나오더라. 아마 이게 닭다리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앞서 윙봉처럼 나온 것이 닭다리 메뉴인 줄 알았는데 아직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메뉴를 보고 배부른데 큰일 났다 싶었다. 근데 역시 숯불구이의 매력은 대단하겠다. 먹으니 또 들어갔다. 그렇게 열심히 먹고 타이거 맥주 한 잔도 하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격은 총 251,000동이 나왔다. 원화로 계산하면 대략 12,500원 정도가 되겠다. 1인 기준이 아니라 총 나온 금액 말이다. 이렇게 실컷 먹고 맥주까지 먹었는데도 한 사람당 6천원 정도 금액이 나왔다고 보면 되겠다. 정말 가성비 미친 곳이다. 나트랑 중심가에도 여러 숯불구이 가게들이 있는데 적당히 관광지화가 되어서 아마 이 가성비는 절대 안 나올 것이다. 퀄리티도 그렇고 말이다. 여기 테이블이 숯불구이로 가득 차도 15,000원이 안하는 나트랑 로컬 맛집에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도 아마 1~2년 내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사람들은 잘 찾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