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가성비 소바 맛집 YOSHISOBA
항상 어딜 가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말들을 자주 하는 것 같다. 그나마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는 꼭 그 말을 한달까. 근데 나조차도 그렇게 시간을 못 쓰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가령 연휴가 있으면, 그 연휴는 평소와 다르게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밖에서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시간이 나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근데 막상 연휴를 보내다 보면 그 시간이 주어진 것이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물론 휴식도 그렇고 평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이 있는 경우에는 그런 쉼 자체도 어떻게 보면 낭비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주어진 연휴가 아닌, 원래 있는 연휴에도 또 쉴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매번 안 그래야겠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합리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평일에 일하고 운동하고 그렇게 쉴 틈 없이 보내다 보니 뭔가 의미 없이 쉬는 게 당당하달까. 그래도 이번엔 목표로 잡은 것도 있고, 해야 할 것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 않도록 해봐야겠다. 그래도 그나마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해야 할 것들이 있을 때 무작정 쉬면 제대로 쉰 것 같지도 않고 기분도 나쁘고 그러더라. 아무튼 잠시 푸념 좀 했고, 먹는 이야기로 돌아와야겠다. 개인적으로 야식을 어렸을 땐 먹었는데 요즘은 자주 안 먹는 편이다. 이유는 다른 것 없다. 소화가 잘 안 돼서. 근데 여행을 갔을 때는 야식을 좀 먹는 편이다. 왜냐하면 평소 걸음의 몇 배를 더 걷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기도 하고, 숙소 들어가기 전에 먹고 들어가면 쉬다가 씻고 뭐 하면 소화가 저절로 되어버린다.
이날도 혼자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뭔가 먹고 싶었다. 그렇다고 술을 먹을 감성은 아니었고, 뭔가 이자카야 같은 곳을 가기엔 좀 헤비한 느낌이었다. 뭔가 굉장히 가볍게 먹고 싶었다. 만약 근처에 이치란 라멘이 있었으면 거길 갔을 그런 정도의 감성이랄까. 편의점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다 여기 YOSHISOBA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간단히 살펴보니, 문을 닫은 것처럼 보였는데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혼밥 감성처럼 테이블도 나뉘어 있는 것 같고, 소바 자체를 심플하게 먹을 수 있어 보였다. 메뉴도 적당히 괜찮은 것 같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왔다. 자판기 형태에서 표를 뽑은 다음에 건네주면 사장님께서 음식을 내어주시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나갈 때 다시 반납을 하고 나가면 되는 구조였다.
대충 소바 한 그릇에 튀김 포함하여 6~800엔 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국 엔화로 환산을 하면 대략 5~8천원 정도 되는 금액이겠다. 굉장히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계란과 튀김까지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도 이 정도 금액은 요즘 기준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겠다. 확실히 요즘은 엔화가 저렴해서 그런지, 일본 물가가 더 저렴한 것 같기도 하다. 여행객 기준이라 그런가? 원래 여행객 기준은 더 비싸지 않나? 근데 이런 말을 함부로 하기도 뭐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본 음식 퀄리티가 더 높은 것 같긴 하다. 내가 일식을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웬만한 가게를 들어가도 일본에선 다 맛있더라. 물론 이게 여행자 감성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평소 잘 못 먹으니. 물론 한국도 맛있는 가게도 많긴 한데 그냥 들어가면 은근 실패할 확률도 높긴 해서.
6천원에 즐길 수 있는 일본 심야식당의 고퀄리티 소바. 솔직히 이게 고퀄리티인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뭐 내가 소바를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비교 대상이 그렇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근데 늦은 밤 5분 만에 받아서 먹을 수 있는 퀄리티 치고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이 가격대도 훌륭하고. 내가 앞서 말한, 저렴한데 부담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니즈에 딱 부합했다. 식당 자체에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혼자 밥 먹기도 편하고. 근처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손님들이 주 타깃인 것 같았다. 24시간은 아닌 것 같고, 아마 내가 거의 마지막 손님이었지 않을까 싶다. 튀김도 꽤나 큼지막하게 통으로 하나 들어가 있다. 육수 역시 깔끔하고 와사비를 풀어서 먹으니까 적당히 감칠맛이 살아나는 것이 맛이 좋았다. 면발도 끊어짐 없이 탱탱해서 좋고.
그리고 솔직히 양 자체도 꽤나 많았다. 일본에서 야식을 먹을 때면 항상 예전부터 여행을 같이 자주 다니던 친구가 생각이 나는데, 아마 그 친구랑 왔으면 너무 맛있다고 국물까지 다 먹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혼자가 아닌 일행이 있었다면 아마 맥주 한잔도 같이 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여기 긴자 가성비 소바 맛집 YOSHISOBA가 맥주를 파는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자판기에 그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딱 감성이 맥주 한잔하고 들어가기 좋은 노포 같은 감성이긴 해서 아마 번역을 하면 있지 않을까 싶다. 6천원에 계란, 소바, 튀김까지 부담 없이 너무 맛있게 잘 즐겼던 일본 심야식당. 이렇게 맛있게 먹고 근처 5분 거리에 있는 숙소로 들어가 씻고 소화시키고 꿀잠을 잤다. 아마 조만간 일본을 한 번 더 가보지 않을까 싶다. 뭔가 미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