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양, 퀄리티 모두 다 잡아버린, 한양대 젊음의 거리 중앙에 위치한 서울왕족발보쌈
사실 서울에서 안 가봤던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강남 쪽을 자주 안 가보긴 했는데, 거기도 그냥 자주 안 가는 것이지 가본 총 횟수를 따지자면 안 가봤던 것은 아니겠다. 그리고 핫플레이스라든가 꼭 들려볼 만한 곳들은 다 들려봤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더라도 그렇게 새로운 것들이 없더라. 지금 간단하게 떠오르는 곳들이 뭐 문래, 합정, 연남동, 홍대, 광화문, 종로, 강남, 북촌, 서촌 뭐 이런 곳들이 떠오르는데 꽤나 많이 가봤겠다. 그래서 뭔가 서울에서 어딘가를 가고자 할 때 새롭게 다가오는 곳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근데 최근에 꽂힌 이 왕십리. 너무나 나에게 신선하고 매력적인 동네였다. 그래서 앞으로 많이 와야겠다 싶었고, 이렇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포스팅을 하고 있다.
사실 여기 지나치기만 하고 딱히 내릴 생각을 못했다. 나에게 여기 근처에서 생길 약속 같은 것도 없었고, 내가 와야겠다 싶은 적도 없었다. 근데 딱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고, 골목길 사이사이로 가게들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니까 꽤나 그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좀 걸으면서 주변을 구경했는데, 딱 대학가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금 떠오르는 대학가들이 뭐 샤로수길, 혜화, 홍대, 신촌 뭐 이런 곳들인데 이대랑 신촌 그 거리는 상권이 예전이랑 많이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안다. 뭔가 식당 거리보다는 문화 공간 같은 느낌? 홍대도 마찬가지고. 그나마 샤로수길이 그런 대학가 분위기 느낌이 나곤 하는데, 거긴 대학생들만의 공간이라기보단 성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방문하는 듯하다.
근데 여기 왕십리는 딱 정말 그 대학교 근처에 있는, 그런 대학가 거리 같은 느낌이 난다. 옛날 신촌 느낌이랄까? 물론 내가 여기 와본 경험이 많지 않아 아직 정확하게 말을 못하겠긴 한데 내가 받은 첫인상은 그랬다. 왕십리역과 한양대 사이에 이 젊음의 거리가 있는데 조금만 거닐어도 대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더라. 나도 학창 시절에 즐겼던 그런 식당과 같은 분위기의 가게도 많고. 이날 뭘 먹을까 하다가 후보군 중에 족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족발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그중에서도 두 가게가 리스트에 있었다. 하나는 체인점이었기 때문에 패스하고, 여기 서울왕족발보쌈 가게로 오게 되었다. 간판에 since 2002라고 붙어있는 것을 보니, 2002년부터 장사를 시작하신 것 같다. 벌써 20여년간 여기 한양대 학생들의 족발을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솔직히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기대가 크지 않았다. 매장에 들어와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가운데는 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네?' 싶었다. 근데 알고 보니 약 15명~20명 정도 되는 예약석이 중앙에 위치해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 예약 테이블 때문에 여기 분위기가 한몫 살아나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분들이 대학생은 아닌 것 같았지만, 약간 동문 혹은 동창회 같은 느낌으로 모이신 것 같았다. 사장님도 그런 예약이 익숙하신지 다 마신 술들을 나중에 계산하기 쉽도록 큰 박스를 테이블 끝쪽에 놔주시더라. 이분들도 익숙하신지 다 마신 술들을 거기에 담아주시고. 그런 모습 자체를 너무나도 오랜만에 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 좋고 그랬던 것 같다. 뭔가 추억 속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사실 단체생활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런 모습만 봐도 좀 즐거웠다.
뭐 그래도 맛집 블로거니까 먹는 이야기에 집중을 해야겠다. 사실 처음에 뭘 먹을까 고민을 했다. 족발만 먹기엔 아쉬웠는데 족발 보쌈 메뉴가 있었다. 그래서 그걸로 택하려고 했는데 소를 주문해야 할지, 중을 주문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사장님께 여쭤보려고 했었는데, 어차피 2차로 다른 곳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럼 소자를 먹자고 합의를 봐서 소 하나로 시켰다. 그리고 사이드 필수인 막국수 하나와 주먹밥을 주문했다. 족발, 보쌈 소자는 3만 원, 막국수 5천원, 주먹밥은 3천원이었다. 사실 족발, 보쌈 소자는 양이 얼마나 나올지는 이때 몰랐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이라 생각이 들었고, 막국수는 생각보다 저렴하게 느껴졌다. 근데 이때 주문할 때만 해도 이 지역 자체에서 식사도 처음하기 때문에, 또 대학가 주변은 오랜만이어서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예전에 여기 친구에게, 대학가라 그런지 가성비 괜찮게 나오고 맛있는 곳 많다고만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냥 대학가 주변엔 학생들이 많으니까 가성비 좋은 곳들이 많겠지라는 생각만 했다. 근데 막상 만나고 나니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일단 쉽게 말해서 미쳤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서울왕족발보쌈 가게의 경우 20여년간 한양대 학생들의 족발과 보쌈을 책임지고 있는 가게다. 여기 안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겠다. 일단 양은 미쳤다. 젊을수록 얼마나 잘 먹겠나. 그 니즈를 잘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가격. 솔직히 이 가격 자체도 이 정도 양이면 가성비 좋은 게 맞다고 생각하고, 물가와 비교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데 가격에는 퀄리티도 고려가 되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이 퀄리티가 미쳤다. 뭐 잡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전체적으로 다 감칠맛이 살아있고 맛있더라.
물론 그건 있겠다. 아무래도 젊은 층 수요가 많은 곳이다 보니 맛 자체가 건강한 맛과는 거리가 좀 있겠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가볍고 자극적인 맛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단맛이면 단맛, 짠맛이면 짠맛 그런 맛이 강렬하다는 것이겠다. 나의 경우 감칠맛이 잘 살아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손이 계속 가는, 살찌기 쉬운 맛이랄까? 무엇보다 조합도 괜찮고. 사실 메뉴를 딱 저렇게만 주문했는데 이런 사이드 부추 같은 것부터 해서 찌개까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둘이 와도 이렇게 테이블이 꽉 차버린다. 사실 그냥 동네에 있는 족발집 가면 이런 퀄리티를 기대할 수도 없는데, 여기에 올 이유가 확실한 느낌이랄까? 이 고기 역시도 매일매일 직접 삶으시는 것이라고 하니 신선도나 그런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리고 상권이 확실하니까 회전율도 높겠고.
주먹밥도 그냥 3천원으로 놓고 보면, 저렴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저 나온 양을 보면 저렴한 것이 맞겠다. 정말 잘 먹는 두 명이 와도 이거 배불러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양이겠다. 먹으면서도 세 명이서 먹으면 배부르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양대 젊음의 거리 안에 가게들이 꽤나 많은데 아마 내가 못 가본 맛집들도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들을 천천히 하나씩 다녀볼 생각이다. 여기 20여년간 한양대 학생들의 족발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왕족발보쌈 꽤나 만족스러웠다. 아마 여기가 왕십리 첫인상을 좋게 만드는데 한몫 크게 했다 생각한다. 여기를 다 즐기면 주변에 행당시장이었나. 아무튼 거길 2차로 가봐도 좋을 것 같고. 아무튼 2024년에는 이 주변 맛집들을 다 가봐야겠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