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들여 나오는 꼬치구이까지 너무 맛있었던 용산 HIBI 삿포로 스프 커리
그 나라 혹은 지역에 가면, 거기에서만 파는 것들을 꼭 먹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에게 여행 자체가 뭔가 쉼과 힐링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에도 의의가 있다. 나에게 여행은 항상 즐거움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설렘을 못 느낀 이유 중 하나가 아마 새로움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최근 1~2년은 새로운 나라보다는 가봤던 곳을 갔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게 느꼈겠다. 그나마 도쿄를 처음 갔을 때 느꼈던 즐거움이 아마 새로움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새로운 곳들을 가보려고 한다. 근데 또 혼자일 때는 도쿄만한 곳이 없기도 해서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소개해볼까 한다. 여기 매번 지나갈 때마다 사람이 많아서 다음에 와봐야겠다고 메모를 해둔 곳이다. 근데 와보고 나서 알았다. 여기 깔끔하고 점심 회식하기에도 괜찮고, 메뉴 특성상 저녁으로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호불호도 크게 없을 것 같고, 혼밥 하기에도 테이블이 잘 되어있어서 좋은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해서 여러모로 센스 있는 가게 같달까?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서비스 역시 괜찮았다. 사실 처음에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나오는데, 주문한 메뉴를 알맞게 가져다주시길래 어떻게 그러시는지 너무 궁금했다. 밖에 따로 나오시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올 경우 안에서 확인도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 근데 그런 부분에서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고, 그만큼 디테일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 새로움을 좋아하고 추구하긴 하지만, 그런 새로움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꽤 오랜 기간 살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 그만큼 낯설겠다. 많이 해봤으니 말이다. 근데 오늘 여기 용산 맛집 HIBI에서 아주 새로운 경험을 했다. 사실 카레라길래 내가 흔히 먹어왔던 카레라고 생각했다. 주문하고 난 이후에까지 그랬다. 그냥 여기 인테리어보고 '깔끔하다, 잘 관리가 되고 있네' 이런 생각만 했지 메뉴에 대한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오히려 검색을 하고 왔을 때 꼬치구이 3~5종이 나오는 메뉴가 있었는데 키오스크 메뉴판에 없어서 실망을 했으면 했지 별 감정이 없었다. 근데 메뉴를 받아보고 난 뒤에, 그리고 한입을 먹어보고 난 뒤에 꽤나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살짝 즐거웠던 것 같다.
일단 나의 경우 이날 닭꼬치구이가 곁들여진 메뉴를 픽했다. 꼬치구이가 없는 메뉴도 있긴 한데, 뭔가 요즘 꼬치구이 매력에 빠져 있어서 안 먹으면 서운할 것 같았다. 사실 이날 이 가게를 오게 결정하게 만들어준 것도 꼬치구이긴 했으니까. 그래서 먼저 꼬치구이부터 먹어봤다. 와 근데 너무 맛있더라. 적당히 간도 되어 있어서 짭조름한데 너무 잘 구워주셔서 식감 좋게 부들부들 탱글탱글 했다. 정말 잘 구운 닭은 꽤나 부드럽게 느껴지는데 이 꼬치구이가 그랬다. 나름 사이즈도 있어서 한입 큼지막하게 먹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솔직히 꼬치구이만 먹고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점심이니 밥은 먹어야겠지. 그렇게 별 것 없는 우엉 밑반찬에 쌀밥을 한 숟가락 먹고 본격적으로 카레를 먹기 시작했다.
여길 특이하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나오겠다. 여기 완전 처음 먹어보는 카레 스타일이다. 솔직히 카레 자체가 밥에 비벼 먹기도 하는데 약간 떠서 섞어서 먹는 가게들도 많다. 근데 여긴 그렇게 걸쭉한 스타일도 아니고 이렇게 묽게 국물처럼 나온다. 그리고 처음에 카레 위에 쌀알이 좀 있길래, 뭐야 괜히 면 들어있는 것 말고 밥 들어있는 것으로 주문했네 싶었다. 근데 알고 보니 이건 그런 개념의 쌀알은 아니었다. 지금도 정확히 이게 뭔지 모르겠다. 근데 식감이 쌀알 식감은 아니었다.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식감이었다. 아무튼 쉽게 말해서 이름만 카레지 그냥 국물이라고 보면 됐다. 이런 카레는 처음 먹어본다. 나름 카레 맛집 여러 군데 다녔는데, 이렇게 나오는 곳은 없었다. 내가 삿포로를 하필 놀러 가보지 않아 정확히 말하기가 힘든데 아마 이게 정통 삿포로 스타일의 스프 커리인가보다.
꽤나 이색적이었지만, 여기 들어가 있는 재료들부터 해서 맛까지 전체적으로 감칠맛도 살아있고 건강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재료 하나하나의 식감이 살아있어 좋았다. 간은 되어있지 않았고 그냥 구워져서 카레에 토핑처럼 나왔다. 근데 이 카레가 약간 소스 개념의 역할을 해주어서 심심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오히려 정갈하고 기본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처럼 이렇게 국물에 적셔서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바로 먹어도 되겠다. 나의 경우에도 그냥 먹기도 하고 이렇게 소스에 적셔서 함께 먹기도 하고 그랬다. 카레의 간 자체도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고, 적당히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느낌이라서 어떻게 먹든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그리고 은근 중독성도 있었고. 솔직히 국물만 먹으면 짠 경우가 많은데 계속해서 숟가락이 가더라.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따로 카레를 떠서 먹다가 나중엔 밥을 한번 말아봤다. 뭔가 처음 오는 가게니까 다양하게 먹어봐야 할 것 같았다. 사실 여기에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해서 살짝 가이드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나처럼 아예 처음 먹어보는 사람의 경우 먹는 방법을 몰라 살짝 당황할 수 있겠다. 근데 사실 뭐 이게 수학도 아니고, 기호에 맞게 알맞게 먹으면 되긴 하는데 나로서는 웬만한 음식은 다 먹어보고 새로운 경험은 이제 크게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국물 카레가 나오니까 좀 당황스러웠다. 물론 당황스러운 것은 순간이었고 신기하고 설렌 것이 더 컸지만. 처음 먹어보는 떠먹는 스타일의 삿포로 스프 커리, 개인적으로 꽤나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재료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높았다. 여기 용산 맛집 HIBI 사람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이 금액을 내더라도 다음에 다시 또 와볼 것 같다. 그때는 밥이 아닌 면을 택해서 이 국물과 함께일 때 어떤 맛인지 즐겨보고 싶어진다.